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8 - Canes Head Coastal Trail.

무엇을 위해 길을 떠나고 또 그 길 위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주을 것인가? 그저 마음을 비우고 대자연 앞에서 서서 바라보거나 장대한 길 위에서 서서 눈을 감거나 장쾌한 산마루가 파도치는 산정에서 휘돌아 볼 때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지혜와 겸양을 채우려 합니다. 더욱이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대할 수 있는 이 광대한 알래스카에서는 나도 발가벗고 가림이 없는 감성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두발의 걸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기에 내 인생의 후반부 역사도 이 두발로 써 보리라 다짐해봅니다. 거대한 산맥. 수없는 해협으로 이어진 산과 바다의 이음으로 가득 채워진 작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 시워드의 포구로 달려갑니다. 어느덧 비는 세우로 변했기에 해안선을 따라 나무로 바닥을 깔아 선착장에도 이르고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도록 길게 이어진 보드 워크를 따라 무심하게 걷습니다. 어부의 우스꽝스런 모습들, 대형 앵커. 돌고래와 인어들. 바다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을 조형물로 만들어 장식한 부두의 길이 참으로 정답습니다.

그 길 끝에는 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물씬 전해오는 어부의 그랜드 마스터 센터라는 건물이 보입니다. 이 안에는 추위와 비에 흠뻑 젖은 몸을 따스한 물로 씻을 온욕이 필요로 하는 어부나 유랑객들에게는 선물같은 유료 샤워시설이 있습니다. 거친 파도와 그 차디찬 물결을 헤치며 살아가는 어부들이 항구로 돌아와 집으로 가기전에 허기진 배와 한 잔 갈증을 해소하기 전에 그래도 땀과 소금을 씻어주라는 배려. 덕택에 RV 사이트에도 캐빈에도 물이 없어 불편을 겪은 우리가 호사를 누립니다.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밖으로 나오니 옅어진 구름사이로 군데군데 햇살이 비칩니다. 센터의 한쪽 벽면에는 분필로 써서 채워진 대형 낙서판이 있습니다. 그 곳에는 “One thing before you die?”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바라는 것을 적어 놓도록 해두었는데 참 다양합니다만 유독 눈에 띄는 한 줄이 있습니다. 한글입니다. “자식들이 모두 잘되는 것” 북극을 가보고 싶다거나 알래스카에 이주해 살고 싶다거나 하는 조금은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바램인데 반해 우리 한국민들은 자나깨나 자식걱정이 가득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눈물이 핑 돌며 부모님들의 가없는 사랑과 관심을 가슴 뭉클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To finish world 50 trekking! 이것이 내가 벽판에 새긴 글귀입니다. 지금까지 한 반정도는 했으니 2020년 까지 두다리 성할때 열심히 걷고걸어 마감하려 합니다.

아침 햇살이 어렵사리 대양을 차고 산등성을 넘어오느라 시간이 제법 걸리나 봅니다. 날씨 따라 기분도 달라진다고 마른하늘에 희미한 별들이 남아 있어 가벼운 마음인데 삶의 하중에 역겨운 어부들의 새벽 단잠을 깨울세라 바람도 숨죽여 줍니다. 아침잠에서 아직 깨어나진 못한 산하를 오늘은 우리가 깨우고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알래스카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선정된 Canes Head Coastal Trail을 경험하러 갑니다. Miller’s Landing이라고 불리는 지명이자 사업체 명인 이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1킬로미터 정도 남으로 가면 Lowell Point가 나오고 이 곳 해변에서 잠시 밀려오는 정갈한 바닷물에 영혼을 세척하고서 출발하게 됩니다. 케인스 해드라는 돌출부인 곳 까지는 4마일(7킬로미터)을 걸어가야 하고 걸음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왕복 5km의 발품을 더 팔아 사우스 비치까지 갔다 오거나 더욱 장대한 풍경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알파인 트레일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또 다른 5km의 사이드 트레일이 있습니다. 산행이 시작되면 왼편으로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 하는 만년설산과 그들을 받쳐주는 바다를 두고 짙은 숲속 길을 2km 정도 가서 오른 만큼 급격히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가면 나무다리 길게 놓인 물을 건너고 Tonsina Point가 나오는데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을 어루만지고 다시 숲길로 잠시 들어서면서 아바타 시대의 이끼 짙은 수만 년 전 시간으로 되돌아 온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곳은 늘 침수가 되는 탓에 나무로 짜서 높여놓은 길로 이어지는데 숲을 빠져 나오면 가슴이 탁 트이는 해안선이 나오고 그 모래톱을 따라 5km 가량 무념무상으로 걸어가면 파도가 깎아 만든 Derby Cove라는 바다 동굴이 그럴싸한 눈요기 감을 선사합니다. 해안선이 끝나 바위 언덕을 올라서서 이제는 해안 벼랑길로 3km 넘게 가면 과거 2차 대전시 태평양 전쟁 때 방어용으로 구축된 포진지가 구축된 Fort McGilvray를 품고있는 Canes Head라는 곳이 나오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좌우 풍광이 압권이라 이리도 기나긴 발품을 파는 것입니다. 특히 이 길을 걷기 위해서는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하는데 5km의 해안선 길이 자칫 조수가 최고점에 달하면 길이 없어지고 육지 쪽은 절벽구간이 라 피할 곳이 없어 조난의 사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통과할 때는 항상 항해 예보를 확인하고 조수 간만의 차를 잘 숙지하고 통과해야 합니다. 기나긴 길 다시 돌아오기 무료하다 여겨지면 여름날에는 수상 택시가 운행되니 그 배를 타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그 배를 타고 가 산행을 시작하여 돌아 나오거나 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는 트레일이기도 합니다.

은근히 경사가 있는 오래된 숲길을 걷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간혹 작은 폭포가 되어 내리기도 하고 그 물이 범람하면서 길들을 유실시켜 지층의 속살이 드러난 곳도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록수들은 기나긴 겨울 동안 지고 살아온 눈의 무게에 눌려 모두들 등이 휘어져 있습니다. 삶의 하중이 얼마나 가혹하도록 무거웠었는지 알 수 있는 증표입니다. 언뜻언뜻 보이던 바다가 제법 인심을 쓴다 할 즈음에 길이 급격히 구부러지며 내리막길로 변하는데 특이한 것은 도랑마다 걸쳐놓은 나무다리를 그물로 감싸두어 미끄럼을 방지했다는 것입니다. 고무를 이용하지 않고 바다의 나라 알래스카 만이 갖는 특별한 방식이라고 여기게 되는데 그 물기 먹은 이끼들을 밟고서도 거뜬한걸 보니 그 성능은 아주 뛰어납니다. 조심스레 이리저리 돌아 내려오니 시야에 한가득 펼쳐지는 이 넉넉한 풍경. 맑은 빙하수는 바다로 흘러가고 고사목들이 두서없이 서있는 그 아래에는 억새풀들이 황금물결을 치고 있고 어깨동무를 한 산들이 머리에는 흰 눈을 이고 끊이지 않는 선을 만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희귀한 현장을 목격합니다. 깊지않은 하천에 물결처럼 일렁이는 생명체의 이동. 대형 연어들의 귀환이 장렬하게 이어집니다. 그야말로 물반 연어반입니다. 손으로 움켜 쥐어도 잡힐 것 같이 가득한 연어의 무리. 저녁에 다시 연장들고 돌아오리라 다짐하고 다시 숲으로 들어서니 나타난 기이한 장면에 시선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데 나무들 마다 무슨 선인장처럼 두텁게 이끼들을 입고 있습니다. 나무며 바위며 땅이며 하늘이며 온통 오래된 선태식물인 이끼들이 전체를 덮어버려 도저히 현실이라 여길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을 지나는 뱃사람들도 이런 빼어난 풍경을 바라보며 고된 뱃길의 위안으로 삼았을테고 만선의 기쁨을 가득 싣고 돌아올 때에도 이 너울대는 억새와 바람 넣어 춤추는 풍선인형처럼 팔을 흔들어주는 이끼 입은 거목들의 환대를 받고 얼마나 우쭐하고 환희에 넘쳤을까?

물소리를 따라 걷는 길. 파도가 그어주는 선을 따라 걷는 길. 오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해안선 따라 뚜렷이 보입니다. 모래톱을 걷습니다. 모래라기에는 뭣한 검은 작은 자갈 길. 검은 돌들이 파도와 바람에 깎이고 세월에 마모가 되어 거친 모래가 되었습니다. 떠 내려와 붙박이가 되었는지 본시 그 자리에 있다 죽어버렸는지 도통 알 수 없는 고사목들이 해안선에 가득하고 저기 저 건너 편에는 빙하가 녹아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니 더욱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풍치를 만들어 줍니다. 육지와 바다의 간격이 가장 작은 지점에 이르렀습니다. 이내 닿을 것 같은 바로 보이는 저 더비 코브가 왜 이리 길고 먼지 스스로에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해안선을 통과하게 되는 동굴을 지나고 오래된 공용 캐빈 앞에 다다라 한 숨 돌리니 그 때서야 시장기가 음습하니 간식을 먹자고 멈춥니다. 원색의 카약 두대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래톱에 여럿이 서성이니 캐빈을 빌려서 지내던 입주자가 경계를 하며 다가옵니다. 서로 인사와 말을 섞다가 경계의대상이 아님을 인지하고 마음을 엽니다. 캐빈으로 초대되어 따스한 차 한잔도 얻어 먹구요. 그리고 또 길을 나섭니다. 예약한 수상 택시가 올 때 까지 맞춰서 걸은 후 노스 비치에서 대기하다 무슨 수륙 양용차 같은 배를 타고 되돌아 갑니다. 이제서야 하늘이 열리며 설산들이 하나둘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참으로 비경입니다.

@ 기어코 읍내로 나가서 오지창과 막대 봉을 사서 그 연어밭으로 갔답니다. 잘 갈은 칼과 도마 그리고 초소추장 까지. 가장 태초의 원시가 살아있는 알라스카에서 가장 원시적으로 수렵할 수 있는 법. 바로 투창이었습니다. 결과는? 동영상을 보세요. 정글의 법칙의 병만이가 와서 한 수 배워야겠다고 참가한 최연소자가 한껏 나를 띄우며 엄지 척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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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8 - Canes Head Coastal Tr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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