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에 든 교황과 마지막 인사

안식에 든 교황과 마지막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사흘째인 2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인근은 새벽부터 조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일반인 조문 첫날을 맞아 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바티칸을 찾은 것이다.

일반인 조문은 오전 11시부터 시작이지만 그전인 오전 9시에 진행된 교황 시신 운구 의식을 보기 위해 일찍부터 인파가 몰렸다.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일반 신도들은 교황의 관이 생전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성 베드로 대성전 내부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인파가 그대로 광장에 남았다.


기온은 20도를 훌쩍 넘기며 초여름처럼 무더웠다. 그늘 한 점 없는 탁 트인 광장에서 조문객들은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야 했다. 미처 모자나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던 이들 중에는 탈진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줄에서 이탈하지 않았고, 오히려 누군가 시작한 '할렐루야' 찬송에 여러 사람이 함께 목소리를 보태며 작은 합창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일반인 조문 행렬은 느리게 전진했다. 30분이 지난 뒤 동쪽 입구에서 새로운 조문객들이 줄에 합류하면서 대기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곳곳에선 미리 줄 서 있던 사람들과 끼어든 사람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조용히, 인내심 있게 차례를 기다렸다.


광장의 고통스러운 열기를 지나 드디어 대성전 안으로 들어선 순간, 사람들은 마치 구원받은 듯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 안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서의 12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고요히 누워 있었다.

교황의 시신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한가운데에 자리한 거대한 청동 구조물인 '발다키노' 앞에 안치돼 있었다. 교황청은 1758년 이후 260여년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발다키노 복원 공사에 착수해 지난해 10월 마무리했다.

묵은 때를 벗고 화려한 광채를 되찾은 발다키노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듯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미지 확대교황과 마지막 인사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교황과 마지막 인사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사흘째인 2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일반인 조문이 시작됐다. 2025.04.23 [email protected]

붉은색 제의와 흰색 주교관을 착용한 교황은 마치 고단한 여정을 마친 듯 평화롭게 안식에 든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조용히 성호를 긋고, 짧은 기도를 올렸다.

오랜 기다림과 더위 속에서도 조문을 마친 이들의 얼굴에는 감사와 경건함, 그리고 깊은 여운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조문을 마친 로베르토 씨(이탈리아)는 반대를 무릅쓰고 보수적인 가톨릭교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교황을 생각하며 긴 시간을 견뎠다고 말했다.

그는 "6시간을 기다렸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황이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교황은 2천년 동안 굳건하게 이어진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바꾸기 위해 싸워왔다"며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었을 것이다. 발걸음을 돌리고 싶을 때마다 교황을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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