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반독점 재판에 대한 단상

미국에서는 현재 대형 기술 기업, 빅테크에 대한 두 개의 반독점 재판이 열리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왕국 메타플랫폼(이하 메타)과 세계 최대 검색 엔진 업체 구글의 재판이다.

둘 다 공교롭게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같은 시기에 열린다. 재판이 열리는 층만 다르다.

메타의 반독점 재판은 2012년과 2014년 메타가 경쟁을 없애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구글 재판은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독점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 미 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을 불법 독점하고 있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재판이다.

구글과 메타는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순위 각각 5, 6위에 올라 있는 거대 기업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구글도 메타도 회사를 분할해야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우연히 겹쳤을 수 있지만, 두 거대 기업의 재판이 동시에 열린다는 점은 다소 낯설다. 이들 기업이 자칫 쪼개질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들 재판으로 미국에 경제적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평가는 아직 보지 못한 듯하다.

반독점 재판은 구글과 메타를 상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플도 자사 기기에서만 앱을 허용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하는 '폐쇄적 생태계'로 미 법무부로부터 지난해 3월 소송을 당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불법적인 독점 지위로 제품 품질을 떨어뜨리고 판매자들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다며 2023년 9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들 4개 기업의 시가 총액은 총 8조4천억달러로 한화 1경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삼성, 현대, SK, LG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비슷한 시기에 소송을 제기해 재판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런 상황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메타 재판은 지난 14일부터 거의 매일 열리다시피 하고 있다. 첫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나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저커버그 증언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튿날에도 미 법무부의 질문을 받았고, 그다음 날에도 증언했다. 초대형 기업 오너가 3일 연속 법정에 선 것이다.

구글 CEO인 순다르 피차이도 마찬가지다. 구글 검색 시장 반독점 재판이 한창이었던 2023년 10월 법정에 출석해 "구글 검색 지배력은 크롬 브라우저에 대한 혁신과 초기 투자의 결과"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구글의 대척점에 서서 검색 시장 독점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했지만, 당시 재판에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CEO가 나오기도 했다.

오너와 CEO의 출석은 이들 반독점 재판이 구글과 메타로서는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재판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는 형사 기소가 되지 않으면 다른 재판에서 오너나 대기업 CEO를 보기 힘든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비슷한 점도 눈에 띈다. 메타도 구글도 법무부 측의 불법 독점 주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메타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매우 긴급한 경쟁 위협이 됐다. 틱톡으로 우리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며 인스타와 왓츠앱 인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구글은 검색 시장 불법 독점 해소를 위해 크롬 브라우저 매각을 요구하는 법무부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로 맞받았다.

AI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에 맞서고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완전한 형태의 구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나라 대기업 재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위기', '경쟁'이라는 단어가 이들 빅테크 재판에서도 나온 것이다. 다만, 이들 기업이 중국이라는 명확한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형(量刑)에 이런 단어가 어느 정도는 효과적이었던 측면이 있다. 틱톡과 딥시크가 어느 정도 위협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중국에 대한 경계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는 미국에서 이들 단어가 판사들을 설득하는 데 '도움'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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