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 압승한 보수당의 ‘내우외환’

보수당은 예상을 깨고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안으로는 SNP에 몰표를 던진 스코틀랜드인들을 다독여야 하고, 밖으로는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유럽국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이 총선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초박빙의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보수당이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뜻함) 논란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이번 총선 ‘최대의 승자’로 떠오르자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악의 경우 영국의 EU 탈퇴 논란이 스코틀랜드의 영연방 탈퇴 움직임으로 연쇄효과를 일으키면서 영국의 국론이 갈가리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복지와 증세’ 내건 노동당 신뢰 실추
보수당은 5월 7일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323석)을 훌쩍 넘긴 331석을 차지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노동당은 ‘최악의 총리’로 꼽히는 고든 브라운이 이끌었던 2010년 총선보다도 26석 줄어든 23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노동당이 이렇게까지 맥없이 무너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5년간 보수당이 펼친 긴축재정 때문에 영국인들의 불만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도대체 예상을 뛰어넘은 보수당의 승리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BBC방송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단순한 두 가지 메시지를 가지고 선거 캠페인을 펼쳐나갔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노동당을 뽑으면 금융위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공포전술’이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성장’과 ‘복지’였다. 보수당이 집권했던 지난 5년 동안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회복되고 있던 것은 맞지만, 복지예산 축소로 소득 불평등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였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부자 증세’와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영국에서 실시된 각종 사회태도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민자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실업수당과 공공부조에 대해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건강보험(NHS)이나 교육 같은 보편적 복지는 증세를 해서라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와 증세 여론이 노동당의 표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노동당에 대한 낮은 신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스웨덴처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자신이 내는 세금이 결국 혜택으로 돌아오리란 믿음이 있다”면서 “그러나 노동당 집권 기간 중 2008년 금융위기가 왔다는 불신이 높기 때문에 ‘복지 확대’에 대한 열망이 노동당의 표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이를 ‘소유 효과’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이라도 지키려는 무의식이라는 것이다. 보수당은 시종일관 “노동당을 뽑으면 다시 경제난이 유발될 것”이라는 단순명료한 메시지를 주입했다. 유권자들은 보수당의 경제 운용능력을 믿어서라기보다 지난 몇 년간 겪은 경제난을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에 보수당을 찍었다. 노동당은 이 메시지가 가진 심리적 공포감을 뒤집어보려 애를 썼지만, 결국 보수당의 프레임에 휘말려 자신들의 좌파적 색채마저 희석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보수당이 앞세운 두 번째 선거전략은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SNP가 노동당 정부를 인질 삼아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시도할 것이라며 잉글랜드 민족주의를 자극한 것이었다. 지난 총선 때만 하더라도 6석에 불과했던 SNP는 이번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지역 전체 59석 중 무려 56석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무명 정치인에 불과했던 SNP의 당수 니콜라 스터전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보수당은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SNP와 연정을 형성할 것이고, 이 경우 SNP는 노동당 정부를 인질로 잡아 스코틀랜드 독립을 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당은 “집권을 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SNP와 연정을 시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지난해 치러진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잉글랜드의 민족주의 감정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예상을 깨고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캐머런 정부는 총선 승리를 축하받기도 전에 안으로는 SNP에 몰표를 던진 스코틀랜드인들을 다독여야 하고, 밖으로는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유럽국들과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마이클 케니 런던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런 식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갈등을 부추기다가는 영국이 민족적 분열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일단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확대 계획을 빨리 시행하겠다”며 스코틀랜드 껴안기에 나섰다. 그러나 보수당의 스코틀랜드가 반대하는 유럽연합(EU) 탈퇴 주민투표 공약이 실현되면 분리주의가 더욱 불붙을 수 있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가디언 기고를 통해 “캐머런 정부는 주민투표 전에 영국 내 4개 지역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며 “앞으로는 스코틀랜드와 영국 정치의 미래가 완전히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U 탈퇴 주민투표를 저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보수당은 EU의 재정악화가 심화되면서 영국이 내야 할 EU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더 이상 EU에 남아 있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이주해 오는 가난한 동유럽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복지비용이 증가하고 자국민의 취업기회가 감소한다는 ‘반이민 정서’도 브렉시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영국은 EU와 분담금 및 이민자 숫자 제한 등의 안건을 놓고 재협상을 벌이길 원하지만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 영국과 EU 협약 개정에 관한 협상을 벌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영국 사람들의 열망도 고려해야 하지만, 유럽에는 규칙이 있다”며 영국이 주민투표 실시 결정을 하기 전 유럽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장유진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퍼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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