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약탈·밀매 피 흘리는 세계 문화유산…'블러드 앤티크'

IS, 석유 이어 약탈 유물로 수백만달러 자금 모아
유네스코 재정난에 암시장 파악 힘들어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프랑스 파리 소재 유네스코 본부가 세계적 문화유산들을 파괴하고 약탈하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치르는 군작전실로 변했다. 그러나 작전을 지휘하는 멕틸드 로슬러 부책임자는 "유네스코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없다"며 "고작 직원 3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점령지내 유적에 대한 약탈을 일삼으면서 이른바 '피의 유물' (blood antiquities, 블러드 앤티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블러드 앤티크: 세계가 지혈하기 힘든 상처' 제하의 분석기사를 통해 전 세계 예술계가 의심스러운 출처의 유물을 취급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블러드 앤티크를 차단하기 위한 세계적 수준의 조치를 마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IS는 니무르드, 모술, 팔미라 등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의 고대 유적도시를 점령하며 약탈을 일삼고 있다. 약탈된 고대 유산이 암시장에서 거래되면 중동에서 분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보석 다이아몬드가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불리며 앙골라와 시에라리온에서 전쟁 자금으로 사용된 것처럼 중동에서 약탈된 고대 유물들이 IS의 주요 자금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IS가 유적지 발굴권을 발행하며 약탈한 문화재를 판매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공개한 위성 사진에 따르면 2012년 중반부터 2014년 초반까지 시리아 동부에 위치한 유적도시 두라-유라포스에 다수의 유적 발굴 움직임이 보였다.

문제는 IS가 약탈한 유물들이 흘러 들어가는 암거래 시장을 사실상 파악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미 국무부에서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리처드 스텐겔 차관은 "(불법 유물을 거래하는) 시장 자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의 로슬러 세계문화유산 부문 부책임자 역시 약탈한 유물 밀매로 IS가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의 재정난 역시 문화 유산의 암거래를 파악하기 힘들게 한다. 지난 2011년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정회원국으로 결정되면서 미국은 유네스코에 분담금을 내지 않았고 그 여파로 유네스코는 지금도 최악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유물의 거래를 금지하는 국가적 노력도 미미하다. 유네스코는 지난 1970년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과 소유권 양도를 금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협약을 전체 195개 회원국 가운데 130개국과 체결했다. 하지만 로슬러 부책임자에 따르면 이러한 협약 내용을 국내법으로 적용한 국가는 미국과 스위스 두 곳 뿐이다.

일각에서는 미술품을 수집하는 슈퍼리치들이 불법 유물을 사려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경우는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다수의 예술품들을 취급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출처가 불분명한 작품을 거부하도록 설득하는 방법이 블러드 앤티크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는 말이다.

로슬러 유네스코 부책임자 역시 크리스티, 소더비와 같은 세계적 경매업체들과 공조해 예술 전문가들이 출처가 명확하게 적시된 문서 없는 작품들을 절대 매입하지 말 것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막기 위해 2000년 마련된 국제협의체 '킴벌리 프로세스'가 목적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예술계의 자발적 양심만 믿기도 힘들다. 지난해 11월 유엔의 전문가 패널들은 불법적으로 밀거래되는 다이아몬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쟁자금으로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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