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PP 탈퇴 후폭풍...세계 무역 질서 제편성 되나 TPP 가입국들 우왕좌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일본을 비롯해 12개국이 가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양자 간 협상으로 회귀한 트럼프 행정부를 맞아 TPP 당사국은 제각각 셈법을 고심하며 긴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한 일본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TPP를 아베노믹스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아베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베는 트럼프가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다는 소식에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심야 전화통화를 갖고 미국이 탈퇴하더라도 TPP의 조기 발효를 위해 노력하자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는 24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미국의 TPP 탈퇴 관련 질문에 “트럼프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에게 TPP의 전략·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집중하면서 유럽연합(EU)과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을 목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아베가 다음 달 초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갖고 TPP 탈퇴 번복을 설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아베의 구상은 쉽게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 부진을 거론하며 일본의 무역장벽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미국 제조업체 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자동차는 일본에서 안 팔리는데 일본은 미국에 수십만대를 수출한다”며 일본을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이에 산케이신문은 “미국이 보호주의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는데 아베는 트럼프와 회담 일정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국의 탈퇴에도 TPP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대신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비회원국들에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스티븐 치오보 호주 통상장관은 현지 ABC라디오에 “TPP 협상의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 이를 위해 다른 회원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회원국의 참여도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도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빌 잉글리시 뉴질랜드 총리도 “중국이 TPP에 참여할 수 있다”며 “트럼프의 결정이 새로운 TPP를 모색하는 다른 회원국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앞둔 멕시코는 양자 간 무역을 추진할 방침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TPP 회원국들과 개별적인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칠레와 페루는 RCEP로 선회할 계획이다. 캐나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다른 회원국들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무역협정의 구도가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협정에서 양자협정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가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의 상징과 같은 협정이다.


중국을 군사적·경제적으로 견제함으로써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표적 아·태 정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를 뒤집음으로써 중국과 같은 다른 국가에 근육을 과시할 판을 깔았고 세계 경제에서 미국 위상을 급변시키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모든 미국의 전통적 경제·정치 동맹들이 이제 재평가·재협상에 노출됐음을 세계에 통보한 격"이라며 "세계 경제·정치에서 영향력과 리더십을 유지할 미국의 능력에 장기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당장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기회를 늘리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세계에 개방된 나라"라는 말도 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서구 민주주의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조소했으며 미국이 국내로 시선을 돌리느라 비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유무역 진영의 '리더' 노릇을 했다.


선거 기간 트럼프의 외교정책통으로 불리기도 했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이번 일이 "미국의 신뢰도에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리 동맹과 무역 파트너들을 당혹스럽게 하며 중국에 전략적 기회를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협상의 기술'이라는 저서를 남겼을 만큼 협상력을 자신하는 기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이 TPP 탈퇴 선언으로 본격적으로 국가정상으로서의 협상력을 시험받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 상대로 택한 것은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고 각국과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해야 할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다. 두 정상의 의제에 양국 공통 의제인 무역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에 못지않은 테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TPP 탈퇴에 앞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미국이 우선시되는 양자무역 협상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만큼 실익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 보호를 자유무역 반대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AP통신은 미국 공장 일자리 감소에서 대외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무역협정 수정에 따른 일자리 보호는 입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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