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파기환송심 오늘 선고...재판부, '檢 변론재개 신청' 불허

2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원세훈(66)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혐의 파기환송심이 30일 결론이 난다. 정권교체 후 국정원의 정치공작 실상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검찰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의 판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이날 오후 2시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를 한다.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파기 환송된 지 25개월만이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해 “민주적 근간을 뒤흔드는 반헌법적인 그릇된 인식으로 중요한 안보자원을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사유화했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파기환송심은 거센 논란과 우여곡절 속에서 진행돼 왔다. 전임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 2월 타 재판부로 인사가 나기 전까지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 전 원장에게 보석을 허가해준 것을 시작으로 ‘심증’을 드러내는 심리로 검찰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국정원 댓글 공작에 대해 ‘손자병법’을 인용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탄력적 용병술’이라고 언급해 검찰이 법정에 박차고 나가는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심리 종결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를 통해 재판부를 떠났다.


 


◇전임 재판장 ‘편향’ 심리 논란..정권교체 후 국정원 공작 활동 드러나


새로 재판장에 부임한 김대웅 부장판사는 빠른 심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 국정원의 과거 대선개입 실상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문건들을 추가로 증거로 제출했다. 지난 25일 선고를 이틀 앞두고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28일 “사건 진행 정도 등에 비추어 변론을 재개하여야 할 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이를 불허했다.


검찰은 불허 결정과 무관하게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추가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 검찰 인사를 통해 국정원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에 집결한 상태다. 그동안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사이버 외곽팀 30개의 실체가 밝혀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재직 기간 동안 부서장 회의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여론 대응을 지시했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노골적으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고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국정원 직원들을 사이버심리전에 동원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심리전단 소속 국정원 요원 70여명은 트위터, 포털 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지속적으로 글을 게시하거나 찬반을 나타냄으로써 적극적으로 이 같은 지시를 이행했다.


 


◇18대 대선 직전 공작 처음 드러나..새누리 비호 속 민주당 대선 패배


국정원 대선개입 실상은 18대 대선 직전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공작 활동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찾아내며 처음 외부로 공개됐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대선을 8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요원 김하영씨가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던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김씨는 ‘밖으로 나오라’는 민주당 관계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틀이 지난 13일 국정원 직원들의 호위 속에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컴퓨터 전문요원이었던 김씨는 오피스텔에서 머문 이 이틀 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PC 2대에서 파일 187개를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했다. 이후 중요 파일이 지워진 이 PC들이 경찰에 제출됐다.


경찰은 김씨가 제출한 PC 등을 조사한 후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밤 11시에 느닷없이 “김씨의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전 대통령)는 이 기간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에게 ‘민주당이 죄 없고 여직원을 감금했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새누리당도 국정원 특수훈련을 받은 김씨를 ‘연약한 여직원’으로 지칭하며 동참했다. 결국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국정원 대선 개입과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진실규명을 거세게 요구했다. 국회가 3월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검찰은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주도로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윤석열 특별수사팀, 거센 외풍 시달려…좌천 거듭


집권 초기였던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문제를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었던 만큼 수사팀은 거센 외풍에 시달렸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원했으나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전 국무총리)이 이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채 전 총장과 수사팀은 모진 고초를 겪었다. 채 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검찰총장에서 물러났고 윤 전 팀장은 상부에 보고 없이 전결로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했다는 이유로 박형철 전 부팀장(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함께 징계를 받고 수사팀에서 쫓겨났다. 팀원 모두 좌천을 거듭했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공소한 정치·선거 관련 트위터 글은 78만개였다. 별도 선거 관련 트위터 글은 44만개였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단 정치·선거 댓글은 2125회였다. 검찰은 2013년 6월 원 전 원장, 이종명 전 1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정치 개입은 인정하면서도 선거 개입을 인정할 수 없다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국정원 요원 김기동씨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425지논.txt’와 ‘시큐리티.txt’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두 파일에는 트위터 계정 269개와 이와 연결된 422개의 트윗덱 계정이 적혀 있었다.


2심은 그러나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이들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선거 개입 혐의를 인정해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이들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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