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사자 유해 올해 첫 신원확인
03/09/20지난해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국군 전사자 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 9일 "제2사단 31연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국군 4명의 신원을 확인했다"며 "올해 첫 신원 확인"이라고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고(故) 정영진 하사(139번째), 고 임병호 일등중사(140번째), 고 서영석 이등중사(141번째), 고 김진구 하사(142번째)다.
고인들은 정전협상 진행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전사했다
정전협정 체결(1953년 7월 27일)을 불과 2주가량 앞둔 시점에 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는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를 확보하고 있던 국군 제2사단이 중공군 제23군 예하 제73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기 위해 벌인 전투다. 국군 21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실종됐다. 중공군은 1천418명이 사살됐다.
발굴될 당시 고인들의 유골 상당수가 개인호에서 부분 유해 및 골절된 상태로 발굴된 점을 볼 때 마지막 순간까지 한 치의 땅도 양보하지 않기 위해 진지를 사수하던 중 적 포탄 공격에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수통, 탄약, 인식표, 계급장, 대검, 전투화, 철모 등 유품 다수가 발굴됐다.
김진구 하사 아내 이분애(90)씨는 "남편의 시신을 못 찾아서 무덤이 없으니까 내가 죽거든 선산에 묻지 말고 뿌려달라고 말해왔었다"며 "남편을 찾게 돼 앞으로 같이 묻힐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귀환 행사와 안장식을 거행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신원 확인이 사전에 채취해 등록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확보돼 있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4만명이다. 6·25전쟁 이후 수습됐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1만여구와 아직 미수습된 유해 12만3천여구의 시료가 필요하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호국영웅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와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남북 공동유해발굴 사전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화살머리고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 지뢰 제거 및 기초 유해발굴작업을 통해 약 2천점의 유골(잠정유해 260여구)과 6만7천여점의 유품을 발굴했다.
지금까지 6·25 전사자 중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2000년 4월 유해발굴을 개시한 이후 142명이다. DMZ 내 최초 유해발굴인 화살머리고지에서는 7명의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