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계 독일 과학자 부부, 암치료 신기술 연구하다 코로나 백신 개발

세계 최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오기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그 여정은 이미 30년 전에 첫발을 뗐다.

영국 정부의 2일(현지시간) 긴급사용 승인으로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거친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처음으로 접종을 시작할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이야기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은 독일의 터키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과학자 부부가 새로운 암 치료법을 찾기 위해 기울인 오랜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중 조명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백신은 신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바이오엔테크 창업자인 우구르 사힌(55)과 외즐렘 튀레지(53) 부부가 이 신기술을 처음 연구한 이유는 바로 암 치료법 개발이다.

1990년대 홈부르크대 병원에서 처음 만난 사힌과 튀레지는 젊은 의사로서 암 환자들을 치료할 방법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했다고 한다.

튀레지는 WSJ에 "우리는 표준적 치료만으로는 곧 환자들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실험적 치료법에 관한 논문을 쓴 이들 커플은 마인츠에 있는 요하네스구텐베르크대의 크리스토프 후버 혈액·종양학과장에게 스카우트됐다. 후버 과장은 현재 바이오엔테크의 비상임이사다.

이곳에서 사힌과 튀레지는 신체 면역체계 프로그래밍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01년 항체 치료제 개발을 위해 가니메드제약이라는 회사를 처음 창업했다.


일에만 몰두하던 이들 커플이 2002년의 어느 날 점심 무렵 등기소에 가서 결혼을 마친 뒤 실험실에 돌아와 곧바로 연구를 재개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힌-튀레지 부부는 2008년 바이오엔테크를 설립해 항체 치료제 개발에서 mRNA로 연구 영역을 확대했다. 2016년 가니메드제약의 매각 수익금 14억달러도 바이오엔테크에 재투자했다.

이사진 전원이 과학자들로만 구성된 이 회사는 mRNA 분야의 권위자인 카탈린 카리코 펜실베이니아대 생화학 교수를 포함해 60개국 출신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했다.

WSJ에 따르면 아직 유럽에 코로나19가 상륙하기 전인 1월25일 사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논문을 읽고 이 질환이 전 세계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가 곧바로 자택 컴퓨터로 디자인한 10가지 코로나19 백신 견본 중에는 이날 영국 당국의 승인을 받은 'BNT162B2' 백신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사힌의 주장에 헬무트 예글레 회사 감사위원장은 난색을 보였으나, 사힌은 1960년대 4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 독감의 사례를 들어 2시간 만에 그를 설득했다.

사힌은 2월부터 주 7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핵심 인력에는 휴가 취소를 요구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전부터 독감 백신과 관련해 협력하던 미국의 대형 제약사 화이자가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파트너가 됐다. 임상시험, 글로벌 제조, 유통을 혼자 힘으로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백신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에 130억달러(약 14조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다.

사힌은 수익금을 재투자해 mRNA 방식 등 신기술에 기반한 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원래의 꿈을 다시 몰두할 계획이다.

현재 바이오엔테크의 암 치료제 중 11개가 임상시험 중이지만, 다수의 과학자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WSJ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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