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와 깊은 정을 나누고... #2

말린 호수에 영혼을 맡겨두고. 볼드힐 마운틴.
일망무제의 전망. 멀리 로키의 최고봉 롭슨 산이 눈발에 가려 희미하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눈높이로 다가온 퀸엘리자베스 연봉들이 어께를 나란히 하고 파노라마가 되어 믿음직하게 펼쳐집니다. 웅장하고도 광활한 자스퍼 로키의 빙산들과 말레인 산맥의 설봉들. 볼드 힐 산정 너머로 장엄하게 드리운 거대 분지 형 협곡들을 품은 자연 화폭이 시선을 압도하며 가득 채워집니다. 골마다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낙하하는 폭포들의 굉음들이 모여 바람과 함께 자연의 음률을 만들어 냅니다. 모두들 정상에서 말레인 호수와 빅토리아 산군을 배경으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대며 마음만은 풍요롭고 행복으로 가득 찹니다.

바람을 막아줄 바위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 수확한 능이 버섯을 넣어 화력 좋은 버너로 몇 분이면 뜨겁게 끓여지는 라면에함께 도시락을 맛있게 들며 정상주 한잔으로 움추려진 몸을 추스립니다. 모두 걸인의 행색일지라도 함께 하니 즐겁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모질게 불어 대는 바람. 그 바람에 대적하듯 당당하게 서봅니다. 옷자락이며 배낭의 줄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급하게 흘러가는 구름이 잠시 시야를 터주면 더욱 깨끗해진 산과 호수가 너울거립니다. 내놓아라하는 로키 산맥에 포진한 영봉들의 향기를 품고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 언저리에 얹혀있던 아주 자그마한 근심의 덩어리조차도 모두 부셔 버리니 모두 털어내어 저 청정한 로키의 바람에 날려 보내어 버립니다.

영봉 롭슨을 바라보며. 설파산 스카이 라인.
끌어주고 당겨주면서 우리는 마침내 바위들이 쌓이고 쌓인 정상에 올랐습니다. 우리 곁으로 모여든 락키의 준봉과 설산들이 친근하게 웃어줍니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해주는 듯 구름도 잠시 머리위에서 쉬어들 갑니다. 속도가 더 붙은 바람은 귀밑머리를 매만지고 지나갑니다. 발아래로 구름은 가득하고 그 위로 이따금 산새들이 무리지어 흘러갑니다. 또 하나의 천국에 든 순간입니다. 항상 구름에 가려 정상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캐나디언 락키 지역에서 가장 높은 롭슨산이 오늘도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은 채 흩어지는 구름에 신기루처럼 흔들립니다.

과연 명경중의 명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곳을 왜 그렇게 힘들게 올라 왔는지 그 답을 알기에 서로 미소만 주고받을 뿐입니다. 스스로에게도 대견스런 자부심에 사방을 휘둘러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즐깁니다. 세상에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순간입니다. 그 깊은 자족의 심연 속에서 오래토록 눈감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제는 다들 저 멀리 펼쳐지는 설국의 비경을 여유있게 감상하며 촌평을 한마디씩 하기도 합니다. 하산을 종료하는 지점에 우리의 목욕물을 데우기라도 하는 듯이 Miette 온천장에서는 뽀얀 수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성급한 마음에 샤워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풀로 뛰어듭니다.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전해오는 그 따스한 물의 좋은 느낌. 실눈을 하고 몸을 축 길게 늘어뜨립니다. 눈앞에선 서산으로 떨어지는 낙조의 보라색 향연이 벌어지고 등 뒤에는 설파산이 버티어 있고 좌우로는 눈들이 가득한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 서있으니 아늑한 휴식의 쾌감이 전신으로 퍼져갑니다.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가 꿈결에서 들리는 듯 아득해지면서 슬며시 잠이 듭니다. 마침내 수은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이렇게 로키의 천국 어느 모퉁이에서 겨울 같은 여름밤이 조용히 익어갑니다.

계절의 경계를 넘어.. 파커 릿지 트레일
파커 릿지 정상 벼랑위. 해 그림자가 드리우고 눈보라가 드문드문 해지자 장막을 걷고 나타나는 희미한 산세들. 설산군을 비롯하여 빙하와 호수 그리고 그 녹은 빙하가 흘러가는 강. 로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의 집합체들입니다. 그 동안의 여정에서 만났던 로키의 비경들을 모두 모아 놓은듯 한편의 되돌아보는 회억의 파노라마 입니다. 트레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콜럼비아 빙원을 향해 산마루를 따라 끝없이 이어집니다.

훤히 보이는 비탈길. 오늘은 눈보라에 가려 희미하지만 저 피안의 세상은 얼마나 더 미려한 풍광을 선사할까 기어이 올라가 확인하고 싶은 산사람의 당연한 정직한 욕심. 일정 때문에 그저 마음만 보내고 하산하게 됩니다. 가을이 머무는 9월에 맞아보는 함박눈. 계절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리는 로키의 풍경이랍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캐나다 로키와 깊은 정을 나누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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