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보석 같은 다섯 마을. 친퀘 테레 #2

그런 그 길이 수년전 부터 낙석과 붕괴의 위험으로 폐쇄되어 방문한 연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보수에 드는 경비가 얼마길래 감히 이대로 오랜동안 방치해 두는 것일까! 오로지 그 길을 걷기 위해 찾아드는 방문객들이 무수하건만 참으로 대책없는 나라같아 보입니다. 상심한 그들이 빗장을 쳐둔 출입문에 매달아둔 수많은 자물쇠들 마저 갈색 녹물로 얼룩져 있습니다. 한스러운 그들 눈물의 색깔처럼... 우리도 하는 수 없이 알타 비아로 길을 바꾸어 산을 넘게 됩니다. 산이래야 일이백 미터의 마을 뒷산이지만 그래도 그 높이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같은 푸른 제노아만의 경치가 그저 압권입니다. 땀이 송알송알 이마에 맺히게 하는 비탈길을 오르면 어김없이 심어 일궈논 포도나무들이 추수를 마치고 단풍으로 물들어 물결을 치며 고색 창연한 마을 건물들이 조화롭게 색색의 집들과 함께 하니 더욱 수려한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나면 한번씩 밀려와서 부서지는 푸른 물결. 잔잔한 물결이 어루만지는 작은 배 띄우고 고기잡이 하는 어부들. 연락선은 시나브로 뱃고동 울리며 오고가니 우리네 한려수도 다도해에 와있다고 함께 견줍니다.

마나롤라 마을에 들어서서는 해변 바위위에서 자리잡고 와인 한잔씩 하며 세상 가장 아름다운 가든 식당이라 자평하며 점심식사를 즐깁니다. 도시락밥에 라면 끓여서. 바게뜨에 하몽과 치즈로 식사하는 젊은 연인들을 곁에 두고 말입니다. 감미로운 가을 햇살이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찰랑대는 물결이 해초를 일렁거리게 하고 해조들 기륵기륵 노래하며 하늘을 맴도는 그런 풍경이랍니다. 다른 네 마을과는 달리 해안가가 아니라 언덕위에 중심가를 두고있는 코르닐리아를 제법 땀을 흘리며 오르면 발아래 펼쳐지는 아말피 해안보다 한갓진 이곳 친퀘테레 국립공원의 리구리안 해안에서는 이 소담한 마을들을 감싼 해변 바위지대의 빼어난 풍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벌꿀로 만든 젤라또로 유명한 곳이라 한 스쿱 담뿍 올린 콘 하나씩 손에 들고 맛을 보면서 말입니다. 등대처럼 쌓아올린 전망대가 일품 풍경을 만들어주는 베르나차를 지나고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로 들어섭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절묘하게 상반된 아름다운움을 품고 있는 해안 마을인데 바다빛이 그윽한 카페에 앉아 고단한 하루를 쉬게하고 어두워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잔 곡차로 시름을 달랩니다. 이처럼 고대 유적이 그대로 남아있는Monterosso나 Riomaggiore과 같은 마을에서는 천년 숨결이 숨쉬는 그 길 에서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며 지역 음식과 포도주 한잔 나누는 것도 이 여정의 번외 즐거움입니다.

여행을 하며 그 지역 음식도 음미해보는 맛도 솔솔한데 유별나게 육류보다는 해산물을 선호하는 내 식성에도 맞게 차림표에 그려진 해물 사진만으로도 구미가 당기게 합니다. 더군다나 마늘을 많이 쓰는 이탈리아 음식은 김치없인 하루도 못사는 내 식성을 하루이틀은 더 버티게 해주는 그나마 내 입맛에 맞습니다. 친퀘테레는 지중해에 위치한 까닭에 현지 요리에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는게 어쩌면 당연한데 몬테로소의 멸치는 유럽 연합에서 원산지표시보호제로 지정될 만큼 이지역의 명물입니다. 우리는 이탈리아 피자 고명에도 올라오는 이 짜게 절인 멸치 통조림을 사서 고추가루 넣고 마늘 참기름 등등 넣어 우리네 젓갈로 탄생시켜 반찬으로 먹기도 합니다. 친퀘 테레의 산 중턱은 계단식 농경지라 포도와 올리브 나무로 빽빽한데 이를 사용한 페스토 소스와 포카치아라는 이 지역 빵은 찰떡 궁합입니다. 막구운 빵 내음이 찰진 제과점이나 피자집에서 내놓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팬케이크인 파리나타는는 짭쪼름한게 고소하며 바삭합니다. 이런 음식들과 더불어 마시는 와인은 크게 두종류가 있습니다. 지역 이름과 같은 친퀘 테레와 샤케뜨라인데 모두 지중해를 바라보며 배수가 잘되는 언덕에서 재배한 포도 품종이라 당도도 제법 높은게 향미가 진하답니다. 오렌지와 레몬이 잘자라는 이 지역에서 알콜로 변모시킨 레몬첼로가 또한 후각과 미각을 자극합니다.

마지막 날은 배를 타고 다섯마을을 멀리서 조망하기로 했습니다. 해가 각도만 바꾸면서 하루 종일을 비춰주기에 풍경은 시시각각으로 달리합니다. 고기잡이 나갔던 그 어부중 하나가 되어 또 어느 한집을 선택해서 그 집안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마을마다 가장 크고 높은 건물은 뾰족탑이 있는 교회당. 그를 중심으로 형형색색의 테라스형 가옥들이 아기자기한 미려함을 선사하는데 가을 순풍에 흔들리는 쪽배들이 더욱 한가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지친 하루 해도 어깨를 축 늘어뜨린 돛대들 너머로 사위어 가고 노을이 붉게 검푸른 바다를 적시는 저녁 무렵. 금빛 편린으로 깨어지는 황혼빛을 바라보며 와인 한잔으로 함께 물들어가는 시간. 여행의 잔잔한 감흥과 행복함이 물결처럼 밀려옵니다. 순식간에 수평선 너머로 풍덩 빠져버리는 태양. 그리고 더욱 검붉은 빛으로 타버리는 서산낙조. 나도 바다가 되어 그 곁에 누워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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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보석 같은 다섯 마을. 친퀘 테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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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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