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 루트. #4
— 12/26/18
수많은 이들에게 이 순례 길은 어쩌면 빛바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낮달처럼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신비스런 여행일 것입니다. 천 년 전의 순례자들처럼 믿는 이들에게는 성 제임스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의 삶을 기리며 또 마음으로 봉헌하며 걷는 길이지만 믿는이들이 아니더라도 많은 순례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지난 삶의 그림자를 되밟아 보고 또 내 안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소망으로 이 길을 떠납니다.
오직 두발로서 길 위에 서는데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저마다의 인생 배낭을 짊어지고 와서 모두들 삶의 실타래를 풀어놓는 곳. 온전히 나 자신과 만나는 곳이며 그런 후 걷고 걸으며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로 풀어가는 길입니다. 이 길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같은 곳인지도 모르는데 마치 순례길의 시작은 무엇이던 할 수 있는 자신감 그러나 서투르고 항시 실패와 잘못을 반복하게 되는 젊은 날이라면 나중은 무력감과 병에 지친 고통으로 쇠잔해지나 요령을 터득하여 순조롭게 갈수 있는 잘 익은 노년과 같답니다. 저마다 지닌 걷게 된 동기랄까 사연을 들어본다면 사실 그리 거창하지도 않을지도 모릅니다. 행여 우리는 그것을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가볍게 치부할지 모르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작은 계기가 깊은 감명으로 다가와 모진 마음을 먹게 된 그들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삶을 허투루 보지 않는 것이 또한 이 길 위에서 배워야 할 배려이며 겸양입니다.
비록 이번 순례길은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니라 아름다운 동행이 있기에 전혀 다른 이방인들과 말을 섞을 기회는 없겠지만 그러기에 더욱 더 동행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야겠습니다. 물론 나도 답답한 마음 풀어놓아야겠죠. 그리한다면 우리는 서로가 상담의 의뢰자가 되고 도움말을 주는 카운슬러가 되겠지요. 동년배들 끼리 한 시대를 같이 살며 비슷한 추억들을 가진 길동무들 간의 대화는 분명 내가 살아오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한 좋은 시간이겠습니다. 그래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그저 나란히 함께 가는 길. 그래서 우리는 이 길 위에서 만큼은 하나가 될 것입니다. 벌써 어두워지는 하늘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불어오는 바람이 살을 에고 스쳐도 마음만은 넉넉하고 따스합니다. 늦가을 카미노의 녹녹치 않은 날씨. 그래서 더욱 이 길이 값진지도 모릅니다. 7시간 길 위의 여행. 강물이 유장하게 흐르는 언덕에 오르니 저 만치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풍경. 해는 저물어가고 앞서 가는 순례자들은 저 언덕을 넘어 가는데 석양에 비끼는 그들의 뒷모습이 실루엣으로 그려지는 수려한 풍경입니다. 어느덧 우리도 저들의 무리가 되어 그 석양빛에 물들어가니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저녁밥 준비하는 아낙의 손길이 분주할 부엌 아궁이 굴뚝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스페인 령인 투이(Tui)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고단한 나그네의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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