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백미. 토레스 델 파이네 종주 2일차 - #1
— 02/05/19
영문 이니셜 W자 형태로 생겼다고 붙여진 W 트랙. 이 트레일을 걷기 위해 수많은 세계 트레커들이 로망으로 여기며 찾아들고 있습니다. 파이네는 천이백만 년 전 융기한 바위산으로 화강암을 덮고 있던 퇴적암이 빙하에 의해 침식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토레스는 탑이라는 뜻이며 파이네는 푸르다는 의미. 그래서 우리는 푸른 거탑 이라고 나름대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고요한 천국 같은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신이 내린 마지막 선물이라는 이곳. 그러나 이곳도 지금에서야 미지의 세계를 갈망하고 원시 자연을 동경하는 열정으로 모험가들의 가장 사랑받는 방문지가 되었지만 19세기 까지만 해도 불모의 땅으로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버림받은 지대였습니다. 진화론의 거두, 찰스 다윈마저도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땅으로 규정 지워버린 죽음의 땅이었습니다.
파타고니의 새로운 아침은 열리고 노르덴스크홀드 호수와 함께 걷는 넉넉한 길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W트레킹 내내 곁을 따라 오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풍경을 보여주는 노르덴스크홀드 호수를 왼편에 어깨동무처럼 두고서 말입니다. 파타고니아의 자연은 체념하고 별반 항거없이 순응하는 우리가 기특했는지 이내 화사한 초가을 날씨를 주십니다. 정갈한 풍경. 푸르디 푸른 하늘엔 너무 공허로울까봐 흰구름 몇점씩 띄워놓았고 또렷한 산세는 그 푸른하늘을 지고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어제 힘들게 올라가서 마침내 해후한 파이네 삼봉은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청자빛 하늘을 뒤로 두고 화려하게 변신한 채 길 떠나는 우리에게 미소지어 보입니다. 다함께 단체 사진을 기념으로 남기고 마음도 가벼워진 우리는 우측으로 펼쳐진 만년설봉의 산군과 노르덴스크홀드 호수가 함께 펼쳐내는 산수화를 마음껏 감상하며 노래도 불러가며 흥겹게 W자를 그리고 갑니다. 바람 햇살 꽃 향기. 심지어 땀내 베인 사람의 내음 까지도 포함해서 스치는 모든 것들이 풍기는 향기에 취하고 돌아가는 어귀마다 펼쳐보이는 새로운 풍경에도 취한 채 걷고 또 걷습니다.
바람의 나라. 폭풍의 대지. 마젤란 해협을 따라 불어오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바람 때문에 파타고니아의 일기는 참으로 변화가 극심합니다. 해양성 기후에다 눈과 비가 섞인 바람은 몸을 날려버릴듯이 불어 닥칩니다. 결국은 아담한 몸매를 지닌 강총무가 그 광폭한 바람에 그냥 내동댕이 쳐버려 비탈길로 떨어질뻔하다 지나치는 외국인이 붙잡아 주어 큰사고는 면했습니다. 다행히 숲덤불에 넘어지며 자켓이 찢어지고 얼굴에 작은 상처를 남기는 정도로 화를 면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이 몰아치는 일진광풍에 거구들도 속수무책으로 발이 묶여버리는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입니다. 이 거칠고 황량한 바람의 대지에서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살아 남을 것이 있을까 의문스러워 집니다. 파타고니아의 기후는 고지대와 저지대마다 달라 바람도 다르다 합니다. 이토록 변화 무쌍한 자연과 풍경을 본 사람들은 파타고니아를 보지 않고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논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나 봅니다. 길 들여지지 않은 광폭한 바람마저도 아름다운 파타고니아. 그 풍경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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