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신과 함께 걷다. 볼리비아 Isla del Sol 트레킹. #2
— 04/16/19
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걷는 길이 바로 태양의 섬 트레킹입니다. 잉카인들 사이에서 '태양의 섬'은 태양의 신 '인티(Inti)'가 태양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서 아주 신성시 하는 곳인데 호수 건너편에 장엄하게 드리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안데스의 산군들을 조망하고 블루칼라의 티티카카 호수 빛에 빠져드는 여정입니다. 소담스런 잉카 마을 코파카바나에서 대중교통으로나 사적으로도 자주 운항하는 보트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항해하면 닿을 수 있는데 섬을 한바퀴 에둘러 도는 트레킹 코스를 걷게 됩니다. 섬 곳곳에 남아있는 잉카인들의 문화와 유적지를 둘러보며 하늘에 닿는 호수 티티카카와 어우러진 풍경은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옵니다. 한 폭의 명화처럼 그려지는 안데스 설산군을 품은 티티카카 호수.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명과 석양의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기도 한데 그 호수에서 잡아올린 송어로 조리한 이곳 전통요리 트루챠나 우리 입맛에 맞는 송어회에 매운탕으로 한잔 걸치면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습니다.
대부분 이 섬을 걷기 위해서는 북섬 관문인 Cha’llapampa로 배타고 접근하여 트레킹을 마치고 남섬의 Yumani 에서 끝내고 되돌아 오는 것이 정석인데 북섬 접안지를 자주 봉쇄하고 취소하는 바람에 유마니로 접근하게 되고 그 덕에 유마니가 태양의 섬 관광지의 최고 아이콘이 되어버렸습니다. 순수 하이킹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섬의 동쪽 중간 지점인 Sumergida로 접근하여 15km 길을 6시간 걸려서 섬을 한바퀴 돌고 귀환을 합니다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유마니의 아늑한 언덕 숙소에서 하루밤 머물며 석양에 물들어봄도 좋은 일정입니다. 길은 2,3백미터의 구릉을 이어가며 올랐다 내리며 수려한 구도의 어촌마을과 바다같은 호수의 풍경들을 감상합니다. 산을 메우듯 만들어진 다락밭에는 그들의 주요 먹거리인 콩밭이 조성되고 언덕 가득 샛노란 꽃들이 피어있어 꽃향기 취해서 걷는 서편제를 촬영한 청산도의 한 풍경이 혹은 메밀꽃이 만개한 봉평의 한 산길을 연상시킵니다. 귀밑머리 간지럽히며 지나가는 호수를 건너 불어온 바람에 몸을 맡기고 콧노래 부르며 유유자적하며 걷는 길. 거의 험산고봉만을 오르던 내 삶에서도 한번씩 이렇게 느리고 여유있는 걸음의 길도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접해볼 필요가 있음직하다 여겨집니다. 섬 북쪽에 소박하게 조성된 Roca Sagrada 전망대. 푸른 호수와 하얀 구름 그리고 이어달리듯 펼쳐지는 안데스 산군의 줄기들. 산에서 내려다 보면 발아래 갈라진 계곡마다 색색의 지붕을 인 몇채의 작은 집들이 채워지고 주변엔 작은 얼굴의 라마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정박해둔 배들이 찰랑대는 물결에 춤을 추고 있으니 이 얼마나 평화스럽고 여백이 있는지 참으로 알차고 훌륭한 카타르시스를 얻게 됩니다. 전망대를 향해 불어오는 안데스의 바람을 기분좋게 온몸으로 맞으며 온갖 잡념들을 날려버리고 한 가슴 가득 자족의 영글음을 채우고 돌아섭니다. 하늘이 유난히 맑은 오늘의 Isla del Sol. 태양의 신 인티가 멀리서 온 이방인에게 주신 큰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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