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아우상가테 마운틴 종주 트레킹. #2

오늘도 오후 부터 내린 비가 우박으로 다시 눈으로 변하면서 도착한 야영지는 온통 물바다 입니다. 어디 마땅히 텐트를 칠만한 곳이 없어 여기저기 명당자리를 찾아보는데 불쑥 나타난 이방인의 행동이 이상했는지 수삽의 라마들이 호기심어린 눔망울로 다가와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캠핑장에는 그래도 굳게 문이 닿긴 매점이 딸린 현대식 화장실이 설치 되어있어 내심 이곳에서 하루밤 보내기로작심하고 마부에게 준비하라 지시합니다. 쓸고 닦고 방수용 깔개 펴고 하는데 꼬로모자에 펑퍼짐한 치마입은 깨추아 아낙 하나가 들이 닥칩니다. 꼴에 직책이 많습니다. 그 순진한 라마와 알파카들을 관리하는 양치기이자 이 캠핑장의 관리인이자 매점 주인. 빅 딜에 들어갑니다. 눈바람 피해 매점 바닥에 텐트깔고 잘테니 숙박비 이외에 다양한 식료품을 팔아줄테니 어떠냐고.. 딜은 성공합니다. 그래도 우리를 못믿는지 때묻은 장부에다 먼지쌓인 선반의 물품들을 확인하며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그 물건들 다 합해봐야 입고있는 자켓 하나 값도 못미치는 것을.. 또 한번 웃게 만듭니다. 아무튼 눈보라가 휘날리는 매서운 날씨의 4,300미터 고도에서 이렇게 호사스럽게 하루밤을 보낼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겠습니까! 싸구려 그들 술에 빅딜로 산 맥주 섞어 버너로 끓인 라면을 안주삼아 한잔두잔 걸치니 추위도 제법 녹아들어 홀로 깊어가는 밤이 그리 외롭지도 않습니다.

이 둘레길을 걸으며 호젓한 밤을 보낼 캠프 사이트는 대부분 블루칼라가 고요하게 누운 호수옆에 위치하는데 그 성산을 품은 자연풍광이 더없이 미려합니다. 마지막 5,100미터 고개를 넘으며 펼쳐지는 설경의 대 파노라마. 가슴이 뛰고 심장이 쫄깃해지며 박동이 빨라집니다. 눈 앞에 다가온 성산 아우상카테의 장엄한 자태. 왜 그들이 정령이 깃든 산으로 여기며 마음의 지주로 여기는지 알듯합니다. 구름을 머금은 하얀 산정이 푸른 창공을 업고 있는 그 장대한 산괴가 나마저도 압도하니 그 서슬 푸른 위엄에 그저 머리를 조아릴수 밖에 없습니다. 그 아래로 흘러내린 물들이 모여 시내로 흩어지는데 누구도 그려낼 수 없는 그림이 탄생합니다. 그 풍경화 속으로 들어가는 나도 이 기막힌 풍경의 하나가 된다는 희열과 가슴 벅참이 내 온몸에 채워지니 더 이상 부려야할 욕심마저도 저 강물에 녹아버립니다. 그런 기쁜 마음으로 털레털레 Pajchanta(4,010m) 마을로 들어서니 비가 가볍게 내립니다. 작은 동네 언저리에 만들어진 노천 온천. 동네 어린 처자 몇이서 온욕을 즐기는데 함께 어우러져 노독을 풉니다. 뜨거운 온천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찬물을 섞는데 고무 호스를 시내물에 연결하여 유입시키는 지극히 단순한 방법으로 물을 좀 차게하는데 입맛대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온천욕을 즐깁니다. 방울방울내린 비는 수면을 동그라미로 그리고 퍼져나가는데 온몸으로 전해오는 수온이 그리고 유황향이 나를 꿈속으로 인도합니다.

이 아우상가테 산 종주 트레킹의 휘날레를 장식하는 무지개산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미 고도를 제법 올린터라 한걸음 떼기가 쉽지 않은데 페루의 몇손가락에 꼽히는 관광지라 어중이떠중이들로 길은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그 유명한 시그너쳐 무지개 산을 보기 위해 지구촌에서 모인 사람들의 행렬과 말을 타고 오르내리도록 유혹하는 현지인들 그리고 바람막이 돌로 쌓아놓고 별의 별 상품을 다 파는 노점상들이 길을 채웁니다. 심지어 개스불 피워 익숙치 않은 냄새를 피우며 알파카 고기도 지져서 팝니다. 복잡한 문화의 충돌과 어울림 속에서도 나름 저들만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어렵사리 그 인파를 뚫고 정상에 이릅니다. 밑에서는 볼수 없는 이 색의 마술. 산 전체가 각기 다른 색의 지층을 이룸으로써 무지개처럼 선이 선명하게 그어지는데 그 오묘한 색의 조화가 참으로 이색적이며 생소한 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Vinicunca 지대의 이 칼라플한 사암 산은 아마도 페루에서 볼수 있는 독특한 풍경으로 오래토록 세인들의 망막에 오래토록 각인되어 있을 것입니다. 예상외의 마지막 풍경. 그동안의 힘든 여정을 한번에 잠재워버리는 색다른 풍경. 아우상가테 성산이 오늘은 유난히도 깔끔한 산정으로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며 바라다 봅니다. 그 뒤의 벽해 창공이 더욱 푸르게 펼쳐져있습니다.

페루 아우상가테 마운틴 종주 트레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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