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2

앵커리지에서 시작해 동부로 난 Glenn Highway를 타고 달립니다. Lion’s Head Trail을 오르기 위해 가는데 Matanuska River을 거슬러 올라가는 협곡 삼백 킬로미터는 웅장한 풍경을 펼쳐놓아 달리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 압도적인 장대한 풍경의 이어달림에 차창을 열고 달리면서도 정차해서도 열심히 찍어 댑니다. 푸르름으로 덮인 계곡과 산 허리에 전나무들이 가끔 퍼져있고 그 위로는 설봉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그런 풍경이 계속 다른 구도로 몇시간 동안 변화를 주니 그 묘하고도 이색적인 풍경에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고 맙니다.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감동이 큰 코스로 소개되는데 350미터를 정신줄 놓고 오르면 한시간 만에 정점에 도달할수 있습니다. 돌무더기를 모아 등산 시작점을 알려놓은 지점에서 시작해 둥글게 봉긋 솟은 암산을 단숨에 에둘러 오르면 천길 낭떠러지가 발아래 섬뜩하게 깎아 내리고 더욱더 깊어진 계곡에는 강물이 도도히 흘러갑니다. 그 뒤에 비스듬히 길게 누워 게으르게 흐르는 Matanuska 빙하가 시선을 압도하는데 고작 해발 400미터도 되지 않는 이곳에 저렇게 거대한 빙하지역이 형성되어 있으니 이 지역의 평균 온도를 가히 짐작 할수도 있겠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언제 어느새 솟아 올라왔는지 Talkeetna 산맥의 산군이 만년설을 덮고 반가운 인사를 보냅니다. 발 아래는 호크와 독수리의 비상도 보이니 마치 나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는 착각이 들어 팔을 비스듬히 하고 날개 짓을 해봅니다. 비가 조금 섞인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때려도 이 자족의 행복이 가득한 지금은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가 않고 정신을 맑게 하고 더위와 땀을 식혀주는 청량제 같습니다. 열심히 달려와 마주 대한 사자머리 산이 들려주는 알래스카 산들의 전설을 들으며 한동안 이 장대한 풍경의 기억이 흐려질까 미동도 없이 한없이 한없이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달리는 해안 길 Seward highway는 자꾸만 수려한 풍경을 내어 놓기에 두시간이 넘게 걸려버립니다. 해협에 가득찬 안개 너머로 설산 빙산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계곡에는 가을색이 깊게 드리워져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거벽 사이마다 폭포들이 쏟아지고 구름인지 빙하인지 분간키 힘든 햐얀 천들이 산허리를 휘감으며 다가왔다 뒤로 빠지는 풍경들. 우리는 캠핑카가 아닌 구름을 타고 날으는 신선입니다. 거대한 산맥. 수없는 해협으로 이어진 산과 바다의 이음으로 가득 채워진 작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 시워드의 포구로 달려갑니다. 시각은 어느새 세상에게 모든 빛을 주고 온기를 주던 해가 빛을 거두고 사위어가는 저녁. 아름다운 일몰입니다. 검은 구름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는 황혼빛이 문득 외로움에 젖게해 어부들이 즐겨 찾을 조금은 시끄럽고 비릿한 바다 내음도 나는 후미진 선술집을 찾아 모퉁이 창가 자리에 앉아 한 조끼 맥주를 마시며 밖을 봅니다. 바다 갈매기가 기륵기륵 소리를 내며 평화롭게 정박한 배위로 날아다닙니다. 새의 존재가 참 부럽습니다. 두발로 서야만 걸을 수 있고 그 발을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존재. 그러나 새들의 여행은 무한하며 활기찹니다. 그래도 새들의 흉내를 조금 내면서 이렇게 낯선 곳에서 함께 걸으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태어나기 위함이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함이고 다시 농익은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 나이에 들면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의 삶에 대한 후회로 좀 더 많은 모험과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라 토로하기도 합니다. 여행이라는 낯선 곳이자 모험의 장에 내 몸을 던져보는 것. 우리로 하여금 온 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여행과 모험을 통해서 한걸음 나아가고 한길 더 성장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더 긴 끈기가 필요하니 그 힘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고 기둥이 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이 외진 동토의 나라 알래스카 한 변방의 부둣가 카페에 앉아 그래서 우리는 또 오늘도 내일의 여정을 꿈꾼답니다.

명산은 때로는 그 존재 자체로 누군가의 꿈이 되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그 선망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가 마침내 그 품에 안긴다면 어떤 마음일까! 아마도 그리도 그립고 그리워하던 정인을 대하듯 울음보를 터트려버리지는 않을지.. 그래서 그 길은 발이 아닌 마음으로 걷게 될 것입니다. 알래스카 트레킹에서 가장 의미있는 그래서 알라스카 트레킹의 클라이맥스라 불려지는 길의 끝에 있는 Exit 빙하 지대의 Harding Icefield(빙원). 신성한 신들의 거처인 듯한 이곳을 오늘 드디어 오르려합니다. 푸른 하늘 바다처럼 펼쳐지고 그 위에 평화롭게 흐르는 조각 구름. 완벽한 날씨입니다. 이 빙하와 빙원에서 녹아내린 물들이 흘러 이룬 강물을 거슬러 달려가는데 거칠고 광막한 풍경이 또 다른 지구의 이방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9킬로미터의 길을 1000미터 높이를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니 만만한 길이 아닙니다. 주차하고 주섬주섬 여장을 챙기는데 거짓말처럼 비는 개고 햇살이 환히 비춥니다. 워낙 오락가락하는 해안 산악지대의 날씨지만 오늘 이렇게 천상의 날씨를 주니 다만 고마울 뿐입니다. 왜 하필이면 비상구 혹은 출구의 뜻인 Exit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아마 현실을 벗어나 신선의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는 아닐까? 아니면 만년의 시간을 되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러 가는 출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의 답은 산을 오를수록 또 하딩 빙원으로 다가가면서 자연스레 얻어집니다. 이제 자연의 빗장을 열고 더욱 비밀스런 신의 영역으로 들어섭니다. 트레일은 150미터 고도에서 시작해서 Marmot Meadow가 펼쳐지는 2km 지점의 300미터를 오르게 되고 이내 절벽구간이 1km 정도 이어지는데 아득한 발아래 펼쳐지는 빙하의 장대한 흐름을 조망하며 오르게 됩니다. 그후 리지를 따라 하염없이 오르면 막다른 인간의 길이 나타나고 신선의 길이 시작됩니다.

길을 꺾어 본격 등산로로 들어서면 그 수런함은 사라지고 한적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초반 길은 숲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열대 온대 한대 등 여러 기후대가 모여 오랜 세월 키워낸 원시림으로 숲은 활기찬 생명력으로 풍요로운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만년설과 빙하가 있는 산이지만 습하기도 하여 초목을 풍성하게 키워내는가 봅니다. 물기 먹은 낙엽을 밟으며 갓길에서 안전 가드 역할을 해주는 바위들을 스치며 이리저리 에둘러 가는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나무들이 시야를 가립니다. 이렇게 우거진 숲길을 지날 때는 산들이 보이지 않으니 차라리 길섶의 소소한 것들에 마음을 줄일 입니다. 계절에 걸맞지 않게 환경에 어울리지 않게 야생화들이 제법 소담스레 피어 있는데 어쩌면 이 들꽃들은 계절과 기후를 망각하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나무를 따라 꽃을 따라 향기를 따라 쫒아가다 보니 어느새 나무들의 키가 땅으로 내려앉고 넓은 목초지가 나옵니다. 이제는 숨겨 놓은 빙하의 자락들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레저렉션 강이 해협으로 흘러가는 계곡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멀리 시워드의 해안 마을이 아스라이 보이고 황금색 가을 들판으로 삶의 무게를 싣고 달려가는 차량들도 조그마하게 보입니다. 인간의 삶과 자연이 원래부터 일부였던 것처럼 그렇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넓은 목초지가 나오고 붉은 단풍들이 바닥을 기어가는 위로 안개가 자욱합니다. 또 그 위에는 계곡을 타고 폭포가 흘러내립니다. 만년설이 뿌리는 폭포는 신이 내리는 축복. 그 물줄기가 영혼을 씻어주고 새 생명을 품는 듯 마음이 가볍고 새로워지니 이어지는 절벽길도 고개로 다가가는 가파른 길도 힘차게 오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체력은 떨어지고 한걸음 한걸음 떼기가 참 힘에 버겁습니다. 더욱이 서로를 북돋을 아름다운 동행도 없어 그저 이럴 때 오직 한 동무 내 안의 나를 토닥이며 산을 바라며 길을 오릅니다. 산은 좋은 친구이자 삶의 일부입니다. 기다린 듯 반겨주는 저 비경. 온산을 내리누르고 있는 구름과 비. 영겁의 시간동안 산마루를 지켜온 빙하. 자신을 녹여 빙하호를 만들어 우리 인간들에게 절경을 선사합니다. 산정을 적당하게 덮고 있을 것 같았던 빙원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광대한 풍경에 속절없이 무장해체를 당한 채 발이 얼어 붙어버립니다. 공기마저 엄숙하게 가라앉은 이 순례자의 길 끝에서 나는 저절로 숙연해질 수밖에 없고 말없이 술 한잔 담배 한개피로 등정의 의미를 삼키고 내 뿜습니다. 더 이상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은 성산. 순백으로 쌓인 시간만큼 고결한 산마루에 서니 오름의 고난도 한 줌 바람이 되고 비좁은 마음을 채웠던 욕심도 회한도 한 점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립니다. 저 구름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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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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