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위를 걷다. 칼라우에아 화산 이끼 분화구 트레킹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을 곁에 둔 1200미터 고지 산촌 Volcano의 아침이 분주합니다. 오랜 비행에 쌓인 여독을 칼칼한 국물로 풀어내고 여장을 꾸려 산장 숙소를 나섭니다. 섬 전체가 들끓는 용암이 지표면 아래 가까이 흐르고 화산활동의 흔적이 덮어져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라도 온 듯 착각이 일게 하는 이방의 땅. 칼라우에아 화산 지역으로 들어섭니다. 하와이 섬은 어쩌면 해발고도 4천 미터가 넘는 마우나로아, 마우나케아. 이 두 개의 태산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그 두 거산이 우뚝 솟아 지붕을 이루고 바다로 바다로 향해 내려가면서 때론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며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순종하며 일궈 낸 천혜의 땅입니다. 오늘은 마우나로아 산자락에 안겨있는 킬라우에아 화산 지역에서 살아 연동하는 세계 최대이자 세계 유일의 드라이브 인 활화산을 경험하는데 유황과 마그마 그리고 화산구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 특별한 표면 위에서 우리들의 족적을 남기는 이색적인 트레킹을 실시할 오늘의 일정입니다.

한바탕 소낙비가 지나간 자리는 더욱 선명한 자연이 원색으로 드리웁니다. 미풍은 감미롭게 야자수를 흔들고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는 우유빛 구름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너무도 평화로운 풍경에 나른한 오전 졸음 마저 스며드는데 그 나태한 느낌이 때로는 참 좋습니다.우선 킬라우에아 화산 국립공원 내의 방문자 센터를 들러 레인저들이 설명하는 화산의 형성과 활동역사 등 간단한 지식을 습득하고 용암이 살아 생동함을 확인 할 수 있는 자욱한 수증기가 품어져 나오는 Steaming Bluff를 감상하는데 아직도 식지 않은 마그마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선 짧은 발품을 팔아 칼데라 전망대로 이동하여 장대하게 펼쳐진 킬라우에아 화산의 주 분화구인 할레마우마우(Halemaumau)의 모습을 읽습니다. 깊고도 넓게 파헤쳐진 지구의 속살을 보면서 얼마나 광폭한 화산 폭발이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수 있습니다. 다시 오늘의 주 이벤트인 이키 트레일 트레킹을 하러 차량 이동합니다. 할레마우마우 칼데라의 축소판 같은 이키 칼데라 속을 걸어보는데 4마일 정도 되는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Klauea Iki Trail) 따라 왕복으로 진행합니다. 이키란 단어는 원주민어로 작다는 의미라 하니 같은 형태의 새끼 분화구 길이라 생각하면 쉬울 듯합니다. 깊이 2,3백 미터가 푹 파여진 분화구 속으로 내려가 서면 1959년 마지막 용솟음을 치고 난 후 지금은 비록 활동을 멈춘 휴화산이라 해도 한때 뜨거운 용암을 분출했고 아직도 연동하는 마그마가 지하 50미터 정도 가까운 곳에도 흐른다는 것이 색다른 이질감을 느끼게 하면서 가슴 떨리게 하는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멀지감치 주차하고 반 마장 길의 림을 돌며 나무들 사이로 보여주는 이색적인 풍경을 감상하다가 분화구의 입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하산을 합니다. 상하의 나라에서 짙은 수목들이 계절을 망각하고 그저 편하게 피었다간 지고 무성했다간 앙상해지고 하는데 오늘은 활기찬 봄 같은 분위기인데 앞다투어 피어난 꽃들이 지천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그재그의 하산 길을 마치니 전방에는 모든 것이 검게만 칠해져 있는 화산암 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아스팔트길이 지진으로 인하여 쪼개진 모습과 흡사한데 어떤 곳에서는 공룡의 비늘처럼 가지런히 층을 이루며 반짝이고 어떤 곳에서는 제법 넓은 바위들이 천년을 살아온 대형 거북의 등짝처럼 균열이 되어있습니다. 그 검은 바탕위에 그저 사람들이 지나다닌 발자국이 쌓여 희뿌옇게 길이 되어 있습니다. 간혹 순례자들이 쌓아놓은 돌무덤을 이정표 삼아 걸어가며 바닥으로 눈길을 던지면 참 묘한 생명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용암으로 뒤덮인 불모의 땅에 그저 아무 것도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이 척박하고 황량한 자연환경에서 풀과 꽃과 나무들이 새로운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55년 세월이 흐른 지금 자연은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그 검은 세상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운 하와이 산 오헬로 베리와 오히아 리후아가 칙칙한 마음에도 다시한번 꽃을 피워줍니다.

석양을 등에 지고 에둘러 오는데 가장 짙은 수증기를 뿜어내는 작은 언덕위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용암의 흐름은 관측할 수 없었지만 바위틈으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수증기는 아련한 유황 내음을 풍기고 있습니다. 작은 계곡이 형성된 속에 들어가니 사방에서 분출되는 지열과 수증기로 한증막이 되어 천연 화산에서의 사우나를 즐기게 됩니다. 한잔 소주도 곁들여 가면서 말입니다. 얼굴과 팔 등 볕에 내어놓은 피부 위에는 촉촉한 습기로 적셔지며 뽀송뽀송한 느낌이 제법 좋습니다. 마냥 지체 할 수 없는 기약의 시간. 서둘러 주차장으로 돌아와 용암 동굴인 써스톤 라바 튜브(Thurston Lava Tube)를 연장해 걷습니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그 뜨겁던 용암이 흘러가다 멈춰서는 다시 급히 빠져나가서 만들어진 동굴의 형태. 한기 머금은 지금의 동굴이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연상해보면 그 시절의 용암 불덩이의 화력이 느껴집니다. 그 주변에는 밀림처럼 아열대 식물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자연이던 인간이던 자아 치유능력이 있고 원래대로 돌아가고픈 회귀지심이 있나 보다 여겨집니다. 다시 림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황량하고도 광막한 분화구. 우리는 그 뜨거운 활화산의 심장부를 가로 지르며 걷고 보니 느낌이 새로운데 지진이 우리 사회에 화두로 회자되는 요즈음, 유비무환이라는 사자 성어가 뇌리에 각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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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 위를 걷다.  칼라우에아 화산 이끼 분화구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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