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3대 캐년 산행 후기-자이언 캐년의 네로우스 트레일 #2

맑은 물을 차고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물에 떠내려오다 여울목에 걸쳐진 거대한 고사목의 잔해들이 곳곳에 널부러져 있고 얼마나 많은 세월을 누르고 살아왔는지 모를 두터운 이끼들이 바위에 가득 퍼져있어 협곡안은 태초의 원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선을 던지는 곳마다 빼어나게 수려한 풍광이라 굳이 배경을 선택할 필요 없이 피사체인 사람만 조준하면 자연 하나의 작품이 되어버리는 곳입니다.

하시라도 물에 빠질 준비를 하고 나선 우리들은 한길한길 걸어오르며 봉막대의 요긴함을 체험으로 배웁니다. 물쌀이 거친 곳에서는 몸의 중심을 잡는데 필요하고 제법 깊이를 알수 없는 웅덩이에서는 심봉사 마실가듯 더듬어 물길을 측정하고 때로는 장대높이뛰기로 건너야 할때는 좋은 장비가 되어줍니다. 드디어 오늘 여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구간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미 사전에 운영회사로 부터 트레일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바 깊은 수심이 여럿 있는데 가장 심각한 곳 중의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너기를 대기하는지라 정체현상을 빚고 있었고 앞서 건너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머리까지 잠길 정도로 아슬하기만 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고 되돌아 가기도 하는데 일행중 먼저 앞서 길을 잡기로 했습니다. 배낭을 벗어 머리에 이고 앞 사람들의 뒤를 따라 조심스레 건너는데 거의 어께를 덮어버리는 수심입니다. 일단 건너가서 아무래도 이정도로 깊지는 않을텐데 하면서 더 얕은 곳을 찾아내겠다고 봉막대로 이리저리 더듬으며 돌아다니다 그만 갑자기 뚝떨어지는 바닥에 급류까지 몰려와 중심을 잃고 실족한채 떠내려가고 말았습니다. 두손으로 배낭을 치켜들고 핀킥이라도 해야하는데 육중한 수중신발로는 전혀 복지부동이니 꼬로록 물에 잠겨버립니다.

순간 살아야한다는 처절함에 배낭속의 귀중품을 포기하고 우리 일행들에게 배낭을 던집니다만 아무도 낚아채질 못합니다. 지플락백을 가지고 가놓고도 귀찮아서 분리하지 않아 셀폰이니 동영상 기기들이 그대로 물에 잠겨 못쓰게 되고 말았습니다. 항상 일어날수 있는 사고에 철저한 대비를 소홀히한 자책의 징벌이었습니다. 자업자득이지요. 때늦은 후회가 따르는 교훈을 얻습니다. 스쿠바 다이빙 강사의 익수사건. 향후 두고두고 동료들의 입에서 비아냥거림으로 회자됩니다.

네로우스 트레일을 즐기는 이들의 형태도 다양합니다. 곳곳에 만들어진 깊은 수심의 웅덩이를 만날때 마다 바위에 올라 풍덩풍덩 물에 뛰어 들기도 하고 다이빙 선수가 된양 갖가지 포즈로 멋있게 내리기도 합니다. 물론 젊음이 넘치는 이들이긴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우리는 마음만이라도 그들과 함께 해주며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어떤이들은 어떻게 가져가서 바람을 넣었는지 미스터리로 남을 대형 고무 튜브를 타고 신나게 내려오기도 합니다. 기발한 젊은이들의 착상인데 어렵게 물을 거슬러 올라가 저렇게 내려올때는 여유자적 뱃놀이하듯 튜빙을 하는 재치가 이러한 행위를 금하게 하는 규칙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월권적 사고일까? 우리의 삶에 있어서 룰로서 얽매는 것이 자유인으로 살고픈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것인가 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저런 해학의 행위가 과연 타인을 해하는 것인가하고 아연해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그것들이 정말 절대다수의 염원을 담아 정해진 규율일까하는 의구심을 떨칠수가 없습니다.

이런 암울한 생각에 미치는 것도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이 아주 어두워졌습니다. 협곡이 매우 좁아지면서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음산한 기운도 감돕니다. 저쯤 모퉁이에서 갑자기 콸콸콸 하며 급류가 대방출될것도 같은 현상이 상상되어집니다. 예기치 않은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면 우선 높은곳으로 피해야 한다는 교육내용을 떠올리고 어디 대피할 곳으로 올라갈 바위가 있는지 휘둘러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우로 깊은 상념에 빠지는데 갑자기 파안대소하는 웃음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 일행중 한사람이 실족하여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아픔보다 계면쩍음에 얼른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더니 이내 가장 큰소리로 웃어재친 이에게 다가가 떠밀어 같이 물에 빠지게 하려합니다.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빠트릴려는 이와 빠지지 않으려는 이의 사투가 한동안 계속됩니다. 이를 보는 외국인 친구들도 대상없는 응원을 하며 함께 웃고 즐깁니다. 남녀노소가 없고 피부색의 차이가 없는 순간입니다. 이 위대한 자연속에서 정말이지 순진무구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함께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어느새 다시 얼굴을 내미는 햇님이 빙긋이 웃으며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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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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