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3대 캐년 산행 후기-브라이스 캐년의 야간산행 #2
— 02/13/17
정상에 다시 올라 창해처럼 펼쳐진 바위기둥들을 조망합니다. 한쪽면만 비껴서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은 첨탑들이 더욱 성스러운 모습으로 기억 속에 각인되는 순간입니다. 낮에 가슴에 담아두었던 풍광을 떠올리며 어둠속 달빛에 젖어있고 별빛에 흔들리는 또 다른 브라이스의 밤 풍경을 의식적으로 기억 속에 오래 두기 위하여 재구성해둡니다. 점점이 찢어진 구름들이 흐트러져 있는 맑디맑아서 더욱 가까워진 브라이스의 하늘엔 유난히도 더 밝게 빛을 발하는 수많은 별들이 더욱 요란하게 반짝거립니다. 아득히 먼 계곡마다 간간히 이어지는 불빛 행렬이 인디언의 성지를 이리저리 돌아가니 밤의 브라이스는 한껏 경건해지기조차 합니다.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에 그 애틋함을 담아 한잔 곡차를 정상주로 서로 나눕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축복의 은총을 마음에 담고 서로 무사고의 전도를 기원하는 잔을 기울이며 깊어가는 산동무들과의 밤은 술과 함께 익어갑니다.
브라이스의 밤은 통기타의 애잔한 음률과 함께 익어가고
랏지로 돌아가는 아쉬운 밤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먼 길을 떠나는 심정입니다. 둥근달은 서녘에 떠서 가는 길을 만류하는 듯 더욱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한동안은 아무도 또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조용한 음악만 차안을 흐르고.. 랏지에 도착하였습니다만 아무도 차에서 내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깊은 감흥이 쉽사리 걷혀지지 않는 긴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이 인간의 정리인 것을 왜 이다지 미련의 자락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가슴 저미도록 아름다운 명경을 보고 돌아설 때면 꼭 이런 이별의 아픔을 겪습니다. 그 별리의 아픔이 더한 것은 다시는 보러 오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통기타의 애잔한 선율을 타고 흐르고 세시봉 시대의 명곡들이 계속 가슴을 적셔옵니다. 트윈폴리오의 가슴 저린 화음, 송창식의 애절한 노래들이 이어지면서 함께 흥얼흥얼 따라 부르던 일행 중 한 여인이 북받치는 감흥에 왈칵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러자 누구랄 것도 없이 도미노처럼 번져서 차안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어버립니다.
어색하지만 너무나 숙연한 분위기에 남정네들은 서로 바라보며 계면쩍은 웃음만 지우고 있다가 어느새 무의식중에 그들의 흐느끼는 어께를 어루만져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말아버립니다. 50이란 초로의 나이에 염색으로 감춰둔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인 흰머리들이 귀밑머리부터 물들어가는 그 허망함과 무상함에 가슴이 젖어오고 그래도 이 나이에 사랑하는 동무들과 이 순간 이 자리에 함께 있음이 너무도 행복하여 흘리는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가 함께 섞인 눈물이라 하였습니다. 통기타의 귀에 익은 애절한 음색이 아직도 여전히 흘러나오고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갑니다. 어느새 서산마루에 걸려있는 달님도 우리와 눈이 미주치자 멋쩍은 듯 얼른 구름 뒤로 얼굴을 숨깁니다. 그렇게 그렇게 브라이스 캐년의 밤은 7080 세대의 사랑노래와 함께 그윽하게 익어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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