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10대 캐년 트레킹. 8 - 빛의 마술 계곡. Antelope Canyon.

Page. 우리의 족적을 남긴 자이언.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길. 그리고 그랜드 캐년으로 가는 길. 또 모뉴먼트 밸리로 가야만 하는 길.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로 아리조나 주 북부의 도시 페이지가 초여름날의 열기에 더욱 붉게 익고 있습니다. 글랜 캐년 댐을 지나 언덕에 수려하게 자리 잡은 외로운 도시 페이지를 지나 홀스슈 밴드를 향합니다. 마을을 벗어나 두어 마장만 가면 그 오묘한 자연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이것이 존재합니다. 영겁의 세월 동안 흐르던 물이 둔탁한 암석을 비껴가다 돌고 돌아 깎여서 만들어낸 신비로운 자연의 경이. 우리는 그 위에 섰습니다.

주차장에서 1km 정도의 언덕을 내려가면 펼쳐지는 이 장관. 오로지 흐르는 강물의 침식과정에서 생긴 이 협곡의 휘어짐은 그 깊이가 3백 여 미터나 되는데 얼마나 장구한 세월동안 깎이고 또 깎였는지 모릅니다. 그 억겁의 세월동안 제 살을 깎인 바위산은 얼마니 아픔으로 인내하며 살았을까! 이처럼 그저 얻어지는 아름다움이란 없나 봅니다. 태양의 각도에 따라 제각기의 모습을 표현해 내는 이 자연물은 오늘 오후 이 시각에는 빛을 등에 지고 산은 푸른빛을 강물은 연두 빛을 토해내며 관객들에게 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안동 마을이나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의 지형과 비슷한데 유장한 콜로라도 강의 흐름에 의해 붉은 사암의 침식과 퇴적이 반복되어 만들어져 도래샘처럼 휘돌아 갑니다. 물의 흐르는 모양이 마치 말발굽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명칭입니다. 그 아슬아슬한 절벽에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자연을 날것 그대로 즐기게 두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사진이라도 찍게 해둔 배려가 가상하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지라는 무언의 약속이 전해집니다. 모두들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습니다. 나름 출사지로 안성맞춤인 명당자리는 비록 번호표는 받아들지 않았어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위치나 다른 각도에서는 어떤 풍경을 지어낼까 싶어 발품을 팔아 거의 360도를 돌아도 봅니다. 정말이지 그 때마다 변화무쌍하게 보여주는 대 자연의 진면목. 깊이 망막에 아로새겨지는 순간입니다.

이어서 이 세상 내놓아라하는 사진작가들이 어김없이 찾아와 작품을 남기고 싶어하는 페이지 인근의 또 하나 명물 안틸로프 캐년으로 향합니다. 캐년은 상류 지역에 Upper Antelope Canyon과 하류엔 Lower Antelope Canyon의 두 곳이 존재하는데 둘 다 공히 나바호족의 부족 공원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금지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투어나 가이드와 동행을 해야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공원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입장료라는 명목으로 징수를 하는데 무책임한 미국 정부가 혜택이라고 준 인디언 정책의 산물로 우리 같은 애꿎은 관광객들만 봉으로 취급당하는 불쾌감이 내내 떠나지 않았는데 이런 황당함은 모뉴먼트 벨리 등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만 수억년 세월동안 물이 흘러나가면서 생긴 침식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협곡이라 슬롯 캐년(Slot Canyon)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폭이 좁아 많은 사람이 머무를 수 없어 어설픈 상술을 앞세우고 돈에 눈이 먼 인디언들은 최대 잔류시간을 정해놓고 무슨 목장의 소들을 몰아가듯 행렬을 밀어제치니 제법 상호간에 마찰도 생깁니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안틸로프 캐년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사진은 아무래도 협곡 사이로 한줄기의 빛이 들어와 신비로운 빛의 마술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모래를 뿌려 찍으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특히 늦봄에서부터 초가을까지 그 색과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 합니다. 어떤 특별할 것도 없을 것 같은 사암 지역을 잠시 걸어가니 바위 사이로 갈라진 안틸로프 캐년의 입구가 나타나고 철 계단으로 준설하여 관광객들을 아래로 내려가게 합니다. 겉에서 보면 일반 다른 계곡과 다를 것이 없는 협곡이었지만 내부로 진입할수록 부드럽게 바람과 물에 의해 깎여져 한껏 풍성한 매력이 가득 채워진 길이 이어집니다. 대부분 열 명 정도 단위로 가이드가 하나씩 붙어 인솔하는데 역사적 배경이나 캐년의 형성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사진을 아름답게 찍게 해주는 도움 같은 것 보다는 시간에 맞춰 끝내게 하는 감시자 역할에 충실한 그들을 보며 그 옛날 이 불모의 황야에서 먹는 것 하나 해결하기 위해 원시적인 삶을 살던 인디언들이었나 싶을 정도로 변모한 현실이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착한 인상의 우리 가이드는 시나브로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는 지역과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며 시범도 보이곤 해서 나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친구에게는 강요하지 않아도 팁을 줄 수밖에 없었지요.

태초에는 그냥 강물이던 시냇물이던 물줄기가 흘러가면서 휘휘 돌아갔을 것이고 그 장구한 세월이 바위를 깎고 깎아 깊이가 더해가고 자연이 만든 작품이기에 더욱 오묘하게 깊은 협곡을 만들어 냈습니다. 구불구불 동굴 같은 길을 돌아가면 부드럽게 들어오는 빛 덕분에 곳곳에서는 붉은색의 바위와 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곡선과 장관이 연출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의 투사에 사물은 한 공간에서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미를 선사합니다. 센스있는 가이드는 한번 씩 바닥의 모래를 흩뿌려줘 신비함을 더하도록 도와주기도 하니 왜 이 안틸로프 캐년으로 그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향하게 하는지 알게 해줍니다. 오래도록 기억의 잔영이 머물게 하는 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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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 10대 캐년 트레킹. 8 - 빛의 마술 계곡. Antelope Can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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