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트레킹.#3 - 남부 해안선을 따라

바람의 땅 아이슬란드도 밤을 지내고 새벽부터는 차분해지고 아침이면 고요함이 스며들어 평온의 아늑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물기 머금고 함초롬히 들녘에 떨고있는 들꽃들이 우리를 보고서야 조그만 얼굴에 함박 웃음꼿을 피우다 곁에 다가서는 발자욱 소리에 놀라서 가벼운 도래질을 합니다. 길가로 더욱 푸르러 가는 풀잎들과 연록색으로 퍼져가는 이끼류가 가득한 링로드를 따라 섬나라의 남부해안선을 달립니다. 위도상의 비슷한 위치에 놓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이슬란드는 상대적으로 따뜻합니다. 그 이유는 앞바다에서 맥시코 난류와 북극의 한류에 합쳐지는 지점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아이슬란드가 바로 지구의 열점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지열활동이 아주 활발하며 온천과 간헐천, 머드 가이저, 화산으로 가득하고 또한 가끔 지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화산과 지진 때문에 위험하리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고 오히려 방문자들은 은근히 화산폭발이 일어나 기막힌 볼거리를 얻을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지진은 아주 약하고 잘 일어나지도 않지만 최근 오년전의 거대한 화산 폭발로 유럽 창공 가득히 채워진 화산재로 인한 비행기 결항 대란을 빼면 지금까지 화산이나 지진으로 인한 큰 피해는 사실 한번도 없었습니다. 화산 폭발을 실제로 가까이서 본다면 그 가공할만한 자연의 힘과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지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초현실적인 자연의 절정체는 단연 아이슬란드의 남부 해안! 오늘은 이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남부 해안에서 그 일정이 시작됩니다. 가는 도중에 아이슬란드의 가장 아름다운 폭포들로 꼽히는 셀리야란드스포스와 스코가포스도 방문합니다. 셀랴란드스포스는 떨어지는 폭포 물 줄기 뒤로 걸어보면 물줄기로 가려진 신부의 베일너머로 아련한 인간세상을 조망하는 재미가 덤으로 주어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물보라로 멱을 감아야 하니 방수 자켙에 바지까지도 우의로 무장하고 접근을 시도합니다. 언제나 불어닥치는 아이슬란드 남부의 이런 바람이지만 오늘따라 머나먼 나라에서 방문한 이방인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유난히 강풍이 불어 내리던 물줄기가 역으로 치솟는 묘한 풍경을 연출해 보입니다. 언제나 풍성한 수량 때문에 바위마다 오밀조밀 붙어 있는 이끼와 물기로 한발한발 조심스레 가야하는 길입니다. 스코가포스 폭포는 물줄기가 더 넓으며 폭포가 떨어지는 정상까지 가볼 수 있는데 이 두 폭포 사이에서는 2010년 유럽의 하늘을 통제불가능하게 만들어 항공을 마비시켰던 화산 폭발의 주 산 에이야피야틀라 화산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폭포 뒤의 깊은 동굴에는 해적들이 침탈한 금은 보화가 가득 감춰져 있다는 전설을 상기하며 폭포 상단부에 만들어진 트레일을 걷기 위해 올라가며 눈에 힘을 주고 폭포뒤를 째려봅니다. 혹 보물들이 영롱한 햇살에 반짝이지는 않나 하면서 말입니다. 전망대에 서서 장엄한 화산을 조망하다 그 아래로 시선을 끌어 내리면 산의 빙하가 산 아래 지면까지 내려와 둥글게 퍼져 있는 빙하의 혀라 불리는 솔헤이마요쿨 빙하가 펼쳐지는데 이 위에서는 빙하 하이킹을 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장비가 주어지고 간단한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도 듣고 빙하의 색, 형태, 규모 뿐 아니라 빙하의 역사, 미래 그리고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면서 모험이 시작됩니다. 물론 다듬어 놓은 안전한 길을 걸으며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도 맛보며 크게 입을 벌리고 있은 크레바스 옆을 지나며 서슬 푸르게 위압하는 느낌도 갖게 됩니다. 아무리 설정을 잘해 두었다 해도 두발로 어디로든 갈수 있는 우리 트레커들에겐 그저 시시한 관광 상품으로 밖에 여겨지지가 않습니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동차를 빌려 다니는 것인데 링로드를 따라 국토를 순환하며 들락날락 명소들을 탐방하면 됩니다. 길은 단순하여 운전하기가 쉽고 네비게이션 따위도 필요없이 그냥 지도 한 장만 달랑 들고서 돌기만 하면 되는데 도로상에는 차도 거의 없고 느닷없이 조우하는 명경은 그냥 길 중간에서 잠시 정차하고 사진 촬영을 해도 무난할 정도입니다. 아이슬란드의 국도에서 차창을 열고 한없이 길을 달리다 보면 경이 그 자체인 대자연의 모습과 마주치게 되고 또 지나온 장대한 자연 경관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어떤 곳에서는 길이 아예 나를 멈추게 합니다. 바쁘게 살아온 삶 한번씩 되돌아 보듯 잠시 발길을 멈추고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은 오묘한 원시 대자연의 품에서 가슴이 뻐근하도록 폐부 깊숙히 심호흡을 해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머무르다 그리고 또 어디로 가는가?' 아이슬란드 1번 국도를 달리다 한갓진 곳 생경한 비경 앞에 서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상념에 젖게 하는데 오늘 바로 이 길위에서 이 질문을 나에게 던져 봅니다. 그 답은 이 아이슬란드를 떠날 때 쯤이면 얻을수 있지 않을까?!

아이슬란드 전역에 걸쳐 자생하고 있는 보랏빛 국화 룩피나가 지천으로 깔린 신작로를 달립니다. 동남부의 아담한 산촌 마을 비크에 이르기 전에 두곳의 명소를 보기 위해 트레킹을 합니다. 언덕에 차를 세우고 검은 해변을 따라 걸으면 보이는 디르홀레이. 세상 가는 곳마다 참 많은 코끼리 바위가 있지만 내가 본 것들 중에서는 이곳이 가장 크고 멋졌던 것 같습니다. 이어 비크에 들기 전 세계 10대 아름다운 해변으로 선정된 그러나 오늘은 한적하기 이를데 없는 검은 모래 해변인 레이니스피야라를 걸으며 시나브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실려오는 바이킹들의 전설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그곳에 위치한 주상절리 레이니스드란가드. 오늘은 무심한 파도만이 벗해주며 쓰다듬고 갑니다. 절벽위의 푸른 풀들과 검은 해변, 바위의 색이 참 예쁘게 어우러진 길을 걸으며 나와의 대화를 나눕니다. 실로 오랜만의.. 그 심연의 상념에서 깨어 나라고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새라는 퍼핀(바다쇠오리)이 마치 팽귄의 몸짓처럼 뒤뚱거리며 총천연색의 미려한 작은 가슴을 내밀고선 귀엽게 다가옵니다. 한참을 그가 하는 짓을 관찰하다가 친근감으로 다가갔으나 이내 경계심으로 날아 가버립니다. 새들 마저도 떠나 버린 검은 해변. 그 색과 분위기에 비록 백야의 북극권이지만 밤이 드는 것 같아 둥지를 찾아 돌아가는 새들의 무리처럼 나도 Vik의 예약된 숙소로 발길을 돌립니다. 어두워 지는 창문 너머로 바다는 더욱 잠잠해지고 슬며시 내곁에 다가와서 누워버립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미주트래킹을 참조하세요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트레킹.#3 - 남부 해안선을 따라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트레킹.#3 - 남부 해안선을 따라

의견 등록


사이트 기준에 맞지 않는 욕설 및 수준이하의 비판, 모욕적인 내용은 삭제됩니다.

Er    

관련 커뮤니티

제목 등록 조회 일자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888 03/11/24
2024년 화천산천어축제 '절정' 글로벌한인 1096 01/22/24
철원 한탄강 얼음 트래킹 축제 성료 글로벌한인 1188 01/21/24
ESTA(여행허가전자시스템)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1459 01/11/24
제15회 평창송어축제 개막…31일간 대장정 글로벌한인 1334 12/31/23
세계적인 화천산천어축제 서막 오른다…23일 얼음조각광장 개장 글로벌한인 686 12/22/23
화천산천어축제 내년 1월 6일부터 23일간 글로벌한인 957 12/04/23
충남 보령시 천북 굴축제 12월 2∼3일 글로벌한인 1049 11/27/23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 개막 12월 3일까지 행사 글로벌한인 1550 11/26/23
이스라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안내 글로벌한인 6875 10/12/23
한국에서 발급 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관할지역 운전 시 유의 사항 안내 글로벌한인 6653 08/25/23
루브르·수족관·모스크…문화와 관광의 오아시스 아부다비 글로벌한인 6601 08/17/23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7149 08/01/23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대상 국가∙︎지역 안내 글로벌한인 6596 04/05/23
우리나라 영문운전면허증 인정국가현황(23.01.13 기준) 글로벌한인 6461 0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