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버지니아 와일드니스 달리사드 #1

미국 수많은 주들 중에 가장 가난한 주. 그러나 인공미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태초의 원시 그대로를 간직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해온 웨스트버지니아. 주토의 8,90 퍼센트를 온통 산이 뒤덮고 있어 빼어난 자연 경관을 간직하며 울창한 수목과 헤아릴 수 없는 폭포수들, 수려한 바위들, 그리고 그 사이로 이어진 아름다운 산행로들이 즐비해 산사람들에게는 너무도 그리운 정인처럼 만나고픈 지역입니다. 고즈넉한 국유림과 국립 유원지를 끼고 있는 돌리소드에는 늦게 꽃을 피워내는 산철쭉(Wild Azaleas)들이 조만간 다가올 싱그러운 초여름 날에 온산을 불태워 버릴 양으로 가지마다 꽃망울을 꿈으로 터질 듯 보듬고 있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최고봉으로 수천 년을 버티어온 고목들이 영생의 삶을 살고 있는 스프러스 놉. 이곳에는 산을 지키는 수호신인 숲의 정령이 서려있는 듯하여 인적이 드문 산길에는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이어져와 원시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고 자연의 질서를 따라 제 모습을 지켜온 고대 원시림 지역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봄. 산촌에는 봄이 두 번 찾아온답니다. 일찌감치 산 아래 동네에 찾아온 봄은 산을 따라 올라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고 우리는 그 두 번째의 봄을 쫓아 정상으로 향합니다. 오랜만에 흙먼지 폴폴 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고산 평원으로 이름난 돌리소드로 향하는데 오르는 좁은 갓길에는 싱그러운 햇살에 봄꽃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름부터 수줍음으로 조심스레 피어나는 보라색의 각시붓꽃(Iris)과 함께 좀 민들레(Daisy), 자주 달개비(spiderwort), 부지깽이 풀(dame's violet) 등 얼굴이 조그만 들꽃들이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부끄러운 얼굴로 세상에 디밉니다. 산은 계절이 바뀜에 따라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명산은 풋풋하고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물기가 항상 머무는 산길, 물푸레 나무 같은 관목들이 언제나 그 푸름을 지니고 청정한수가 계곡을 따라 흐르는 South Prong Trail을 택해서 걷습니다.

습한 곳에는 나무 널빤지로 길게 다리처럼 연결해두어 산뜻한 산행이 되도록 정성을 들인 흔적이 많았는데 우리 일행은 주능선을 타고 정상을 향합니다. 고산 습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 이끼풀이 말라서 바람에 날리다 나무 가지마다에 매달려 신비롭고 자욱한 안개꽃처럼 번져있습니다. 영겁의 세월동안 제자리를 지켜온 거대 바위에는 창연한 석이버섯이며 이끼류들이 저마다의 영역을 지키며 공생 군락하고 살아갑니다. 사계절 중 가장 맑은 물을 솟아내는 개울에는 어린 치어들이 평화롭게 유영하며 그들 나름의 산책을 즐기고 있습니다. 숲길이 끝나니 바위 길이 걸음을 더디게 하는데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 정상을 향한 길임을 인지하게 합니다. 우리는 사계절 내내 산을 찾으며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오르는 산행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되는데 우리가 얻는 생의 그 자신감과 그리고 그 후의 즐거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낮은 산 높은 산 할 것 없이 오르막길은 언제나 힘이 들지만 그 고행의 길을 주저하지 않고 가다 지칠 만큼 지쳐서 한 자락 큰 숨을 내쉴 때 산은 조심스레 숨겨놓은 비경을 꺼내놓습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쉬어가라 함입니다. 아직은 아쉬워 버리지 못했던 세속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마저도 쉬게 하라 이릅니다. 바위로 이어지는 정상 길, 주변이 환해지는 것은 정상이 가까워진다는 뜻. 한걸음 옮길 때마다 가픈 숨을 쉬게 하면서도 보이는 만큼 수이 손에 닿지 않는 것이 또한 정상입니다. 시야가 점점 밝아지고 하늘이 가까워집니다. 마침내 정상에 선 이들에게만 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산과 하늘, 그사이를 메우는 바람이 우리의 가슴 속을 헤집고 들어서니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욕심도 근심도 없이 모두 사라집니다. 서로 마주보는 우리들은 산이 여기서 영원히 마음속의 고향으로 남아 항구하기를 소망합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와일드니스 달리사드 #1

의견 등록


사이트 기준에 맞지 않는 욕설 및 수준이하의 비판, 모욕적인 내용은 삭제됩니다.

YY    

관련 커뮤니티

제목 등록 조회 일자
사우디관광청, 가족여행 버킷리스트 4선 소개 글로벌한인 180 05/07/24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993 03/11/24
2024년 화천산천어축제 '절정' 글로벌한인 1245 01/22/24
철원 한탄강 얼음 트래킹 축제 성료 글로벌한인 1329 01/21/24
ESTA(여행허가전자시스템)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1730 01/11/24
제15회 평창송어축제 개막…31일간 대장정 글로벌한인 1482 12/31/23
세계적인 화천산천어축제 서막 오른다…23일 얼음조각광장 개장 글로벌한인 762 12/22/23
화천산천어축제 내년 1월 6일부터 23일간 글로벌한인 1036 12/04/23
충남 보령시 천북 굴축제 12월 2∼3일 글로벌한인 1164 11/27/23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 개막 12월 3일까지 행사 글로벌한인 1890 11/26/23
이스라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안내 글로벌한인 6939 10/12/23
한국에서 발급 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관할지역 운전 시 유의 사항 안내 글로벌한인 6748 08/25/23
루브르·수족관·모스크…문화와 관광의 오아시스 아부다비 글로벌한인 6675 08/17/23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7313 08/01/23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대상 국가∙︎지역 안내 글로벌한인 6682 0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