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산티아고 가는 길. #2
— 07/12/18
프랑스 남서부, 스페인과 이웃한 산촌, 아름다운 소읍, 장도의 순례길을 걷기 위해 내린 곳. 생장피에드포르(Saint Jean Pied de Port) 오늘 안개 자욱한 길을 걸어 1500미터의 피레네 산맥을 넘습니다. 천년고도 ‘생장’에는 바스크 지방의 특색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사암 벽돌로 지은 바스크식의 아름다운 가옥들. 건물마다 이름을 새겨놓은 것도 바스크의 전통인데 언덕에 올라 한시름 풀며보는 마을이 그림 같습니다. 성당의 종탑에서는 미사의 종소리가 울리고 맑은 니베 강이 마을을 가로지릅니다.
‘생장’을 벗어나 ‘운토’ 마을에 이르면 넓은 호밀밭이 펼쳐지고 야트막한 푸른 언덕에 그림 같은 집들이 군데군데 들어선 모습은 가히 한 폭의 풍경화입니다. 이 지역은 고도여서 사람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지만 유목민이던 현 거주자들은 자연 조건이 좋아 일찍부터 사람들이 정착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고원의 풍경에 빠져 걷다 보면 첫 번째 사설 알베르게인 오리손을 만나 짙은 안개에 젖어버린 우리들은 한 종지의 따스한 커피로 몸을 데우고 잔잔하게 흐르는 오래된 팝송을 음미하며 고단함을 푸는 휴식을 갖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다시 순례자가 됩니다. 이제부터는 민가 한 채 없는 허허벌판과 가파른 산길만 있어 걷는 길이 힘겹지만 가끔 벗이 되는 것들이 있어 좋습니다. 군데군데 피어난 야생화 군락지에 노란 꽃을 피워내는 가시 박힌 나무가 온 산하에 펼쳐지는데 1344m의 벤타르테아 언덕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서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한국의 깊은 산에서만 보던 얼레지와 흡사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기 때문인데 이 같은 동토의 피레네 산맥에 피어난 야생화들이 오늘처럼 찬비안개에 젖은 채 여린 꽃잎을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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