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스북 ‘표적광고’ 둘러싼 갈등 격화

개인의 관심사·취향을 반영한 표적 광고 문제를 놓고 세계적 정보기술(IT) 공룡인 애플과 페이스북 간의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8일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오도된 이용자와 데이터 착취, 사실은 전혀 선택이 아닌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것은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쿡 CEO는 "이런 접근이 양극화와 신뢰 상실, 그리고 폭력이라는 희생을 동반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하는 일을 그만둘 때가 한참 지났다"며 "사회적 딜레마가 사회적 재앙이 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벌어지는 이념적 양극화와 그로 인한 분열상이 지난 6일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로 이어진 일 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쿡 CEO는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만으로 음모이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한 결과는 무엇일까? 생명을 살리는 백신 접종에 대한 공적 신뢰를 무력화하는 콘텐츠를 그저 참는 게 아니라 보상하는 결과는 무엇일까? 수천만명의 이용자들이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는 걸 본 뒤 더 많은 단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영속화하는 결과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이 자리는 애플이 앞으로 몇 달 뒤 내놓을 계획인 새로운 사생활 보호 기능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통해 앞으로 아이폰 이용자들이 앱을 실행하면 IDFA에 접근해도 될지를 묻는 팝업창을 띄워 이용자의 승인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IDFA는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마다 부여된 고유한 식별자(identifier)로, 페이스북이나 광고주들은 이를 활용해 아이폰 이용자의 검색 활동,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고 맞춤형 광고를 보낸다.

지금까지는 이런 승인 없이도 이용 내역을 추적할 수 있었는데 이처럼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하면 상당수 아이폰 이용자들은 이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표적 광고의 정확도·효율성은 크게 떨어지고 광고 가격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앱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업체 탭리서치의 조사에서는 85%의 응답자가 앱 추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쿡 CEO는 이날 사생활 보호 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소셜미디어 기업의 알고리즘을 통해 항구화된 허위 정보가 사회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쿡 CEO는 페이스북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이날 발언은 전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애플을 공개적으로 지목해 "최대 경쟁자"라고 평가하며 비판한 데 대한 응수로 풀이된다.

저커버그 CEO는 전날 애플의 새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가 표적 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찾고, 상품·서비스를 광고해오던 수백만 소상공인들에게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또 아이폰에 기본 탑재되는 문자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를 예로 들며 "애플은 그들의 지배적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 우리 앱이나 다른 앱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방해할 모든 유인(誘因)을 갖고 있다"며 "실제 그들은 정기적으로 자사 앱에 혜택을 주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전 세계 수백만 사업자들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또 애플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을 요구한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 관계자들은 페이스북 임원들이 애플의 앱스토어 사업 관행이 반독점적이라며 고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자사 앱에는 혜택을 준 반면 페이스북 같은 제3자 앱 개발자에게는 까다로운 규제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NYT는 페이스북이 지난달까지 이런 소송 방안을 논의했다면서도 실제 소송을 제기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WSJ은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뚜렷하게 대비되면서도 서로 엮인 두 회사의 사업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아이폰 등의 기기를 팔아 주로 돈을 벌지만 페이스북 같은 앱을 유통시키는 서비스 사업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매출의 절대다수를 표적 광고 기반의 디지털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데 그러려면 아이폰 같은 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갈등의 핵심은 이용자 정보를 활용한 표적 광고 덕분에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같은 앱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앱의 이 같은 '무료 사업모델'이 점점 확장하면서 마침내 사생활 보호라는 또 다른 이슈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WSJ은 "두 IT 공룡의 CEO가 공개 발언을 통해 사생활 보호와 알고리즘의 영향, 경쟁 등을 놓고 싸우고,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상충하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애플과 페이스북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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