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당뇨, 설탕 섭취가 문제

때때로 잊고 살기도 하지만, 음식물 섭취가 건강에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지방과 설탕 함량이 많은 서양식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비만, 당뇨, 대사 증후군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음식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온 지방과 설탕이 어떤 과정을 거쳐 건강을 해치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방과 설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건강에 더 해로울까.


이런 문제를 접했을 때 설탕보다 지방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다.

여러 연구를 통해 지방의 유해성이 더 많이 조명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비만 등 대사 질환의 발생 과정에선 설탕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설탕이 장(腸)의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이것이 체중 증가, 당뇨병 전증(pre-diabetes), 대사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동물 실험에서 설탕은 특정 장내 균을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건강한 물질대사 유지에 필요한 면역세포가 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의 이발리오 이바노프 미생물학 면역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9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실렸다.

장의 미생물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영양분 흡수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바노프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이 이번 연구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험 모델인 생쥐에게 지방과 설탕이 많이 든 먹이를 준 지 4주가 지나자 체중 증가, 인슐린 저항, 포도당 과민증(glucose intolerance) 등의 대사 증후군 증세가 나타났다.

생쥐의 장 미생물 군집에도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토끼나 쥐 같은 설치류, 어류, 닭 등의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사상균(絲狀菌)이 급격히 감소하고 대신 다른 박테리아의 세력이 커졌다.

장에서 사상균이 위축되면 면역계의 일원인 Th17 세포도 덩달아 줄었다.

여기서 'Th17'은 'T helper 17'을 줄인 것으로 '도움 17 T세포'라는 의미다.

이 '도움 17 T세포'가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에서 '나쁜 지방'(bad lipids)의 흡수를 억제하는 인터류킨 17(IL-17)을 생성하는 게 바로 '도움 17 T세포'였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이바노프 교수는 "다시 말해 이 유형의 면역 세포가 장의 건강을 유지하고, 병원성 지질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주역"이라고 말했다.

'도움 17 T세포'는 염증 전에 나타나는 '도움 T세포' 가운데 IL-17을 생성하는 그룹을 말한다.

이 유형의 T세포는 '조절 T세포'(Tregs)의 분화를 억제하는 신호에 관여하고, 점막 표면의 병원체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대사 건강에 해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 설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설탕이 장에서 사상균을 없앴고, 이로 인해 '도움 17 T세포'가 자취를 감췄다.

설탕을 완전히 빼면 고지방 먹이를 줘도 '도움 17 T세포'가 생쥐의 장에 그대로 유지됐다.

이런 생쥐는 비만이나 당뇨병 전증도 전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설탕을 빼는 게 모든 생쥐에게 이로운 건 아니었다.

원래 장에 사상균이 없던 생쥐는 무설탕 먹이를 줘도 비만과 당뇨병이 왔다.

설탕 섭취를 최소화해도 필요한 장 세균이 없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생쥐 실험에선 고지방 먹이를 주면서 사상균을 보충하면 '도움 17 T세포'가 회복되고 대사 질환을 막는 효과도 되살아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장엔 생쥐와 같은 사상균이 없다.

그래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세균은 인간의 장에 존재할 거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아울러 '도움 17 T세포'를 직접 보충하는 것도 유력한 치료 표적이 될 거로 보인다.

이바노프 교수는 "장의 미생물이 중요한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실제로 우리 몸을 지키는 건 장내 균이 유도하는 '도움 17 T세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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