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20주년 세계무대서 빛난 코리안…각별한 고국 사랑

120년에 이르는 한인 이민사를 보면 세계 무대에 진출한 재외동포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간 사례도 적지 않다.

세계 각국으로 향한 이민 1세대의 후손들은 정치계·경제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빛나는 성공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인 이들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등 민간외교관 역할도 맡으면서 고국 발전에 이바지했다.

◇ 세계 정치무대서 활약하는 재외동포들

지난해 1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치러진 연방 하원 취임·개원식에서는 한복을 입고 참석한 하원의원이 관심을 끌었다.

민주당 메릴린 스트리클런드(59·한국명 순자) 의원은 붉은색 저고리에 짙은 푸른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입고 취임 선서를 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1962년 9월 태어난 그는 한복으로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당시 트위터에서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한다"며 "이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주, 국민의 의회에서 다양성의 중요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스트리클런드 의원, 민주당 3선 앤디 김과 공화당 영 김(한국명 김영옥), 미셸 박 스틸(박은주) 등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재미 한인이 북한에 있는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북미 이산가족 상봉 법안' 처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한인 관련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미국 하와이주 부지사로 한인인 실비아 장 루크(55·한국명 장은정)가 선출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한인 부지사가 선출된 것은 한인 이민 12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2008년 한인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멜리사 리(56) 의원이 단 한 번의 낙선 없이 5선에 성공했다.

재외동포들은 세계 정치 무대에서 고국 발전을 위해 결속력을 높이며 연대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2017년에는 미국 교민 11만명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미 연방정부에 두가지 표기를 병기해 달라고 요구하는 청원서를 백악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재미 한인의 정치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시민참여센터(KACE)' 등 한인 단체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세계 각국 기업 일군 한상…고국에 아낌없는 기부

세계 각국에서 기업을 일군 재외동포들이 경제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또한 무수히 많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 1∼2위 부자로 꼽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대표적이다. 일본 파친코 업계 1위 기업인 마루한 그룹을 이끄는 한창우 회장이나 '라오스의 현대'로 불리는 코라오 그룹 오세영 회장 등 해외에서 성공한 한인 기업인들은 '한상(韓商)'으로 불리고 있다.

해외에서 갖은 역경을 이겨낸 한상 중에는 고국 발전을 위해 막대한 재산을 내놓는 이들도 많았다.

일본 도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아자부(麻布)의 한국대사관 부지도 재외동포의 유산이다.

1929년 14살에 일본에 건너가 방적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서갑호(1976년 작고) 선생은 1951년부터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다가 1962년에는 땅 소유권(현재 시가 수천억원 추정)을 한국 정부로 아예 넘겼다.

일본에 있는 한국공관 10곳 중 9곳(한국대사관 포함)은 재일동포들이 지어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재외동포들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는 1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고국에 보내기도 했다.

이 외에 ▲ 1970년대 구로공단 조성 ▲ 1982년 신한은행(재일동포자본은행) 설립 ▲ 1988년 서울올림픽 100억엔(한화 541억원) 후원 ▲ 2014년 세월호 유가족 위로 성금 6억4천만원 기탁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금 2억엔(한화 20억원) 후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이영근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는 "우리 동포분들은 이주 초창기에는 거주국의 역사·문화·전통·관습 등을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뛰어난 적응력과 소통 능력, 따뜻한 배려심으로 세계시민과 함께하면서 이제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글로벌 코리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 재외동포 732만명 시대…"이민 인식 재정립 필요"

정·재계에서 활약하는 인사 외에도 세계 180개국에 나가 있는 732만명(2020년 말 기준)의 재외동포들은 각자 자신의 맡은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재외동포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를 홍보할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전파하면서 오늘날 '한류'의 토대를 쌓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은 이들의 역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내로 돌아온 재외동포인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을 배척하는 시선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 관장은 "재외동포를 외국인 노동자와 똑같이 취급하면서 '일자리를 뺏는다'라거나 '대한민국에 얹혀살려고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재외동포의 도움이 없었으면 한국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 쉽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구 이슬람 사원 공사장 인근에서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통돼지 바비큐를 만들어 먹은 일을 언급하면서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한국이민학회 회장)는 "주민들은 이슬람 문명권에서 금기시되는 돼지고기 파티를 하면서 혐오를 표현했다"며 "우리 동포가 해외에서 이런 식의 공격을 받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재외동포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는 국내에 있는 소수자를 상대로 한 혐오 표현이나 차별에는 무감각한데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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