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비만치료제 등장에 다이어트 시장 흔들

'위고비'와 '몬자로' 등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미국 다이어트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하면 식욕을 억제해 체중감량을 유도하는 이들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식이요법과 운동, 의지력이 살을 빼는 '정공법'이라는 오랜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관련 업계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헬스클럽, 저칼로리 식품과 음료, 의료 프로그램 등 미국의 체중감량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0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7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2%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1999∼2000년에는 31%이던 비만율이 더 높아졌다.

최근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들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내놓은 '위고비' 그에 앞서 나온 '오젬픽'(이상 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몬자로'(티르제파티드) 등이다.

이들 제품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GLP-1)의 유사체가 주성분으로, 일주일에 한 차례씩 주사하면 체중의 15∼20%가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았거나 승인을 앞두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앞서 선보인 삭센다(리라글루티드)처럼 매일 주사할 필요가 없고 감량효과는 더 높아 위고비의 경우 한 달 치 가격이 1천350달러(약 178만원)에 이르는데도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

크레이그-핼럼 캐피털 그룹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알렉스 퍼먼은 "이들 약품은 체중감량 산업을 큰 폭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외과수술과 같은 더 과감한 방식을 제외하면 (식이조절과 운동 같은) 전통적인 방식이 오랫동안 감량의 유일한 방법으로 통했지만 이제 이러한 행동적 접근은 압박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WSJ은 차세대 비만치료제의 등장에 따른 업계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의 대표적인 체중관리 서비스 업체 '웨이트워처스'를 들었다.

196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식이요법과 운동, 생활방식 개선 등 체중감량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2020년 503만명으로 정점에 달했던 회원 수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가 등장한 이후인 2021년 말에는 420만명, 지난해 말에는 350만명으로 계속 줄었다.

웨이트워처스는 이에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의사와 연결해주는 원격 건강서비스 기업' 시퀀스'를 최근 인수하기로 하고 회원들에게 위고비 등을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해당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한 체중 변화로 근육 손실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온라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눔'도 지난해 가을부터 GLP-1 기전의 비만치료제 관련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자사의 핵심 다이어트 코칭 프로그램에 가입한 고객이 일정 자격요건을 갖췄을 경우 비만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를 자사 사업의 일부로 끌어안은 이들 기업과 달리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회사들도 있다.

허벌라이프의 보건·영양 수석 책임자 켄트 브래들리는, 라식 수술이 나왔을 때 검안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수술 전 검사 등 수요가 더 늘었다면서, 자사에서 판매하는 영양보충제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에 밀려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는 차세대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저열량 식품 등 체중감량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메디페스트'의 댄 차드 회장은 이들 약품의 장기적인 부작용이 발견되려면 몇 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면서 "심한 메스꺼움과 설사 등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뿐만 아니라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부작용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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