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아프리카 추장이 된 한상기 박사

"저는 제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 바로 이 선택의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인 슈바이처'라 불리는 한상기(90) 박사가 언급한 선택한 순간은 1971년이었다. 당시 그는 서울대 교수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식물유전육종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다.

그는 영국행 비행기 대신 나이지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개인의 영달보단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제가 배워 익힌 식물유전육종학이 긴요히 쓰일 수 있는 곳이 그곳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한 박사는 최근 출간된 자서전 '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지식의날개)에서 아프리카로 떠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책은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 추장이 된 한 박사의 삶과 사랑, 작물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나이지리아에 있는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에서 23년간 근무하며 카사바, 얌 등의 품종 개량에 매진했다. 새로운 카사바 품종을 구하고자 브라질에 다녀오는 등 고생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내병다수성 카사바'를 만들어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강한 품종이었다.

한 박사는 내병다수성 카사바를 트럭에 싣고 다니며 농가 보급에 앞장섰다. 현지 주민들은 그가 개량한 카사바를 먹었다. 병충해에 강했기에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도 있었다. 주식으로서 손색이 없었던 셈이다. 현지 주민들은 점점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세계은행은 식량문제를 해결한 그를 두고 '아프리카 조용한 혁명의 기수'라고 칭했다. 1982년에는 영국 기네스 과학공로상을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나이지리아 이키레 마을 추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그는 추장으로서 '세리키 아그베'(농민의 왕)라는 칭호를 얻었다.

오랜 세월 연구에 매진한 그도 이제 구순에 이르렀다. 타지에서 함께 고생했던 아내는 2013년부터 치매를 앓다가 2020년 먼저 떠났다. 은퇴한 그는 이제 책을 쓰며 그가 삶에서 건져 올린 지혜를 전하려 한다. 저자는 언제까지 풍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면서 작물과 종자에 대한 연구, 농학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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