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나쁜 사람 뽑겠다...극우 돌풍?

"극우파 정치이단아의 계속된 돌풍이냐, 구관이 명관이냐, 아니면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냐"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오는 10월 22일 대통령선거를 치를 예정인 가운데, 선거일이 17일(현지시간)로 한 달 남짓 다가오면서 대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판세는 자유전진당 소속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와, 여당인 페론당 소속으로 현직 경제장관인 세르히오 마사 후보, 전임 정권에서 치안장관을 지낸 야당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 등이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지난 8월 실시된 대선 예비선거(PASO)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3명의 유력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3등분 되고 있다.

밀레이 후보가 1위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후보 간 격차가 3∼5% 미만이기 때문에 본선 결과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요 정당 소속이 아닌 극우 성향의 밀레이 후보가 예비선거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30%를 득표하면서 '깜짝 1위'에 오르자 언론들은 아르헨티나 정치사에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대서특필했다.

밀레이 후보는 예비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20% 안팎을 얻는 정도여서 그 누구도 이 같은 선거결과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그의 지지층이 중상류층 외에도 빈민층에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아르헨티나 사회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치편론가들은 젊은 층의 지지만으로 밀레이 후보가 예비선거에서 전국적으로 30%를 득표할 수는 없었다며, 구태의연한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사회 각층의 유권자 표심이 그에게 몰린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도 내달 대선 본선에서도 그의 돌풍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만 16세 이상이면 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청소년들의 밀레이 지지는 열광적이다. 젊은 유권자 사이에선 밀레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소위 '쿨'한 것으로 인정받는 셈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올해 16세로 고등학생인 빅토리아는 "반 친구들이 모두 밀레이한테 표를 줄 것이라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난 여성을 무시하고 비논리적인 말을 하는 그가 싫어서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지만, 사실 다른 두 후보의 공약이 뭔지 몰라서 고민 중이다"라며 "밀레이를 지지하지 않는 애는 반에서 내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밀레이 후보는 미국 보수논객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 동영상이 엑스(X·전 트위터)에서 3억 뷰 이상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밀레이 후보는 자유경제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로 수년간 TV 패널로 등장하면서 직설적인 표현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으나 최근엔 그동안 행한 '과격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그는 교황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비난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제공약 등으로 지금은 낙선운동의 표적이 됐다.

아르헨티나 종교계가 교황에 대한 공격에 반발해 공개적인 '낙선 미사'에 나섰고, 200여명의 경제학자 및 대표 지성인들이 밀레이 후보 반대 성명 발표했으며 예술가들도 발 벗고 나서 낙선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밀레이 후보에 대한 상대 후보진영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우파인 야당연합의 불리치 후보로부터 예비경제장관으로 낙점된 카를로스 멜코니안 경제학자가 그의 경제 공약을 하나하나 반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선 정치 기반이 전혀 없는 밀레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의회에서의 입법없이 대통령령으로만 국정을 운영하게 되는 '민주적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비선거에서 지지했던 일부 유권자들도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

택시 운전사인 올해 예순살의 세르히오 씨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정신 좀 차리라'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예비선거 때 '괘씸죄 투표' 혹은 '벌칙 투표'(Voto Castigo)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를 생각하면, 여당도 야당도 다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각성하라는 의미에서 밀레이 후보에게 표를 줬는데 그가 1위를 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중앙은행 폐쇄, 달러화 추진, 재정적자 축소 등 말은 화려하게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기 때문에 그에게 다시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좌파인 여당 후보로 나온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밀레이 후보의 돌풍을 잠재우기 위해 '여당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소득세 기준 완화, 현금카드 사용 시 부가가치세 면제 등 유권자들이 솔깃해하는 각종 포플리즘 경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아울러 유권자들 사이에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본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40대 후반인 마리하 호세 씨는 "예비선거에선 불리치를 찍었지만 그건 '괘씸 표'였고 본선거에선 마사에 투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코로나 팬데믹도 있었고 극심한 가뭄도 있었고 전 정권이 빌려온 수백억달러의 IMF 외채 이자도 있었기 때문에 현 정권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며 "결국 대통령은 마사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회계사이자 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대놓고 여당 후보인 마사를 지지한다고 말은 못 하지만, 본인이 속한 학교의 교사들은 대부분이 마사를 지지한다고 살짝 귀띔했다.

아베야네다의 한인 도매 매장에 물건을 사러 온 60대로 보이는 오스카르도 "대통령은 마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고물가에 정치 불안감 때문에 매상이 얼어붙었다. 여당도 한심하고 야당도 한심하지만, 새로운 인물이 와서 더 엉망이 되는 것보다 이미 아는 인물이 돼야 현상 유지라도 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마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푸념했다.

현직 경제장관인 세르히오 마사 후보는 전 하원의장을 역임한 노련한 정치가이지만 연 124%에 달하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그로 인한 경제 위기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야당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는 우파 성향의 정치인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밀레이 후보의 등장으로 보수층 표의 일부를 빼앗기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밀레이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표심에 변화를 보이고 있어 막판 역전극을 노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불리치 후보는 자신의 진영에 있는 경제학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여당의 경제위기 책임론과 함께 밀레이 후보의 경제 공약의 허점을 공격하면서 빼앗긴 보수의 표심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기업 부장이자 회계사인 아나벨(49) 씨는 "(여당 후보인) 마사가 대통령이 되면, 다른 나라로 이민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사는 경제장관으로서 1년 동안 그의 무능함만을 증명했다. 연 물가상승률 124%를 달성한 그는 해고감이다. 정권 교체는 이뤄져야 하며, 불리치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미 지지 후보를 정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대부분의 시민은 3명의 후보 모두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보태면서 "어쩔 수 없이 덜 나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고 했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본선거에서 유효투표 45%를 득표하거나 40%를 득표하고 2위와 10% 차이를 보이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결선까지 가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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