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키운 손웅정 "TV 치우고 책 보는 게 가정 교육 첫걸음"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성장합니다. 절대 편해지려고 하지 말고 솔선수범하세요. 아이들은 좀 놀게 하고요."

손흥민(토트넘)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스타다.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으로 등극하고, 빅클럽인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차는 등 아시아 선수로서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일들을 이뤄냈다.

실력만큼 '인성'도 좋다는 평가가 늘 뒤따른다. 손흥민과 함께한 동료 선수들은 그의 친화력과 늘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자세를 높게 평가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직업인으로서 '일류'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성도 좋은 성인으로 커나가기를 원한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그런 면에서 모두가 부러워할 '성공한 학부모'다.

모두에게 사랑받은 최고의 골잡이를 키워냈기에, 손 감독은 '성공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연합뉴스는 4일 서울의 한 호텔 카페에서 손 감독을 만났다. 축구 지도자, 스타 선수 아버지 손웅정이 아닌, '교육자 손웅정'의 말을 들어봤다.

◇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자격 없는 부모가 망친다"

손 감독은 거실에서 TV를 없애고, 집에 오면 부모 핸드폰부터 치워 두는 게 가정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아이가 태어나면 말은 못 하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 누구나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성장하게 된다"면서 "부모는 TV 보고 핸드폰 화면 들여다보면서,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하겠느냐.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란다면,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써라"라고 말했다.

'솔선수범'은 손 감독 교육 철학의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다.

훈련법 하나하나마다 직접 해보고서야 손흥민을 가르치는 데 적용했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손 감독은 축구 기술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손흥민에게 본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는 담배와 술잔을 입에 대지 않았다. 술은 최근 들어서야 건강을 위해 와인 한 잔씩 마시곤 한다.

힘들게 살아가던 시절, 어린 손흥민을 훈련장으로 실어 나르던 비 새는 구형 프라이드 차량을 닦고 또 닦으며 감사해하기도 했다. 이런 마음가짐의 손 감독을 보면서 손흥민은 누구보다 팬 서비스에 진심인 스타로 성장했다.

자신의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부모만이 아이를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게 손 감독의 생각이다.

손 감독은 "카페에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영상 보여주는 건 결국 부모가 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라며 "난 아이들이 어릴 때 식당에 가면 흥민이 엄마와 번갈아 가며 밖에서 애를 보며 밥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부모라면, 배고픔, 불편함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 그 모든 것을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성선설을 믿는다. 그리고 그 선한 아이를 망치는 건 자격 없는 부모라고 생각한다.


◇ 모두가 의대 바라보는 '미친' 사회…"놀아야 꿈이 자란다"

어떤 분야건, 기본기를 닦는 지난한 과정을 건너뛴다면 그 누구도 일류가 될 수 없다는 게 손 감독의 지론이다.

손흥민을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경기를 뛰지 못하게 하고 볼 리프팅, 패스 등 기본기 훈련만 '죽어라' 시켰다.

손흥민은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손 감독에게 '반기' 한 번 제대로 못 들었다고 한다. 왜냐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학습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스스로 이루려고 하는 동기라고 본다.

동기가 없다면 고통을 이겨낼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이 동기를 가지게 하는 건, 바로 '꿈'이다.

손 감독은 손흥민에게 단 한 번도 축구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저 자유롭게 놀게 해줬을 뿐이다.

학교에 무단결석하면서까지 손흥민 형제를 데리고 전국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손 감독은 "많이 뛰놀면서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다 보면 어떤 아이든 '이런 것도 있구나, 이걸 잘해보고 싶어. 내가 이건 잘할 수 있어' 하는 것을 찾게 된다"면서 "흥민이에겐 그게 축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에도 의대반이 생길 정도로 의대 선호 현상이 극심하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손 감독은 흥분하며 "미친…"이라고 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 감독은 "아이의 재능은 '개무시'하고 당장의 성적에만 목매는,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애들을 망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사회가 '성공'의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 감독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10만원을 버는 것보다 재능이 있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5만원을 버는 게 행복한 삶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 감독은 자신과 손흥민이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둘 다 '사랑하는 축구'를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기에 성공했다고 규정한다.

손 감독은 "손흥민을 '강자'로 키우려고 노력했고, 지금 나에게서 축구를 배우는 학생들도 강자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강하다는 건, 돈이 많고 힘이 센 게 아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 나간다면, 그게 강한 거다. 난 그런 강자를 키우려고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 교권 추락? 가정교육 때문…"체벌해서라도 집에서 책임져라"

참혹하게 무너진 교권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사건, 사고가 매년 쏟아지다시피 하고 있다.

손 감독은 이 문제 역시 '부모 탓'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엇나가는 모습을 보이면 부모가 확실하게 제재해야 하는데, 감싸고 돌며 과잉보호하고, 교사에게 책임을 미루다 보니 학교가 엉망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손흥민을 지도할 때 체벌까지 했다는 걸 예전부터 숨기지 않았다. 교육청, 경찰에 신고까지 여러 번 들어갔다고 한다.

손 감독은 "성서를 보면 '아이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유대인들은 아직도 아버지가 자식을 체벌한다"면서 "체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끝까지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체벌할 때는 '뚜렷한 기준'과 '사랑',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했다.

이제 축구를 가르칠 때 체벌은 하지 않지만, '욕'은 한다고 손 감독은 말했다.

손 감독은 "대충대충 살면, 이 세상에 설 곳이 없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면서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애정을 전제로 깔고 이따금 '큰소리'를 친다"고 말했다.

이날 손 감독이 한 말은 모두, 결국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격언의 변주였다.

자식을 소유물이 아닌 인생의 주체로 인식하고, 그 앞에서 늘 솔선수범하는 것 외에는 자녀 교육에 왕도가 없다는 게 손 감독의 얘기였다.

손 감독은 "지도자라면, 아이들이 당장 지금이 아닌 성인이 됐을 때 경쟁력과 인성을 갖춘 선수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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