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진 유니세프한국위 사무총장 인터뷰…"'주는 나라'된 한국, 자부심 느낄 일"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왜 외국 어린이들을 돕느냐고요? 70여년 전 한국 아이들을 돕는다고 생각해 주세요."

지난 27일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미진(62)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적지 않은 이들이 유니세프에 대해 품을법한 궁금증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조 사무총장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에 '전쟁이 일어난 나라'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을 것"이라며 "그때 유니세프는 아이들을 위한 분유와 담요, 의류 등 필요한 물자들을 보내줬다. 우리는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구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유니세프가 기금을 모아 대한민국 어린이들을 도왔듯, 우리도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해 죽도록 싸워야 하는, 더 멀리 있는 많은 어린이에게 손길을 뻗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강진으로 집과 가족을 비롯해 소중한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튀르키예인들을 돕기 위해 한국의 후원자들은 유니세프와 함께 약 110억원을 모금했다. 특히 지진 직후 한 달 만에 90억원이 모여 한국위원회에서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긴급 구호 모금액을 기록했다.

조 사무총장은 지난 24∼27일 가지안테프 등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 유니세프가 이재민들을 위해 운영하는 임시 학교와 심리 상담센터 등을 살펴봤다.

그는 "후원자들이 보내주신 기부금은 이재민들에게 식수와 영양, 위생 키트 등을 공급하고 아이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운영하는 데 쓰였다"며 "또 기초 구호 활동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도 쓰였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은 재난이 일어나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약자"라며 "너무 어려 피해나 트라우마를 인지하지도 못한 채 내재화될 수밖에 없는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큰 과제다. 그런 상황에서 유니세프가 이 같은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튀르키예와 한국은 서로를 '형제의 나라'로 부를 정도로 유대가 돈독하다 보니 후원자들이 크게 힘을 보태주신 것 같다"며 "'십시일반의 힘'이 정말 강력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조 사무총장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역사를 재차 환기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은 수혜국에서 벗어나 공여국이 됐고 1994년 공식 설립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기금 모금과 아동 권리 옹호 활동을 활발히 주도하고 있다.

"한국전쟁 때부터 지원받았던 한국은 1994년 1월 1일부터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습니다. 받던 나라가 주는 나라가 된 것은 한국이 유일하지요.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입니다."

조 사무총장은 튀르키예뿐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이 더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튀르키예에서 아이들이 필요한 식수 등을 제공받고 여러 위험으로부터 조금씩 보호받는 모습을 보니 더 많은 아이가 생각이 난다"며 "현재 가자지구에 있는 아이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고 분초 단위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지만 모금은 저조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조금 더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호에는 국경도, 국적도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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