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보며 치유"...K드라마 연구 푹빠진 80대 英심리학자

영국에서 K팝이 주로 어린 세대를 끌어들였다면 고령층은 K드라마를 통해 한류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된 블랙핑크 콘서트에는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이한 손엔 응원봉을, 다른 손엔 부모 손을 잡고 나타났다.

그들의 엄마, 할머니 세대는 한국 드라마에 흠뻑 빠져서 한국어라는 낯선 외국어를 배우는 데 도전하고 있다.

영국의 한 80대 임상심리학자는 한 걸음 더 나가서 한국 드라마가 자신과 같은 고령층에게 주는 정서적 치유 효과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루스 네일러(Ruth Naylor·80) 박사는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및 화상 인터뷰에서 1년여 전 한국 드라마를 처음 접하고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네일러 박사는 "남편이 15년 전 떠난 뒤 가끔 외로움에 힘들 때가 있었다"며 "우연히 한국 드라마를 처음 보게 된 2022년 가을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그 무렵 친구가 미국에 딸을 만나러 갔다가 한국 드라마를 소개받아 같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봤다"며 "그로부터 두 달쯤 후엔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생 내면에 도사리던 두려움이 사라진 걸 느꼈다"고 말했다.

네일러 박사는 뉴스와 영어로 된 프로그램을 끊고 오직 한국 드라마만 볼 정도로 몰입했다.

그는 "지금까지 본 한국 드라마가 100편이 넘을 뿐 아니라 상당수는 두 번씩 봤다"며 "최근 시작한 '인간실격'은 다섯번째 돌려보고 있다"고 했다.

네일러 박사는 "어느덧 내가 드라마 속 강인한 여주인공들처럼 말하고 있었고, 길을 걸어갈 땐 아무 이유 없이 얼굴에 미소를 띠게 됐다"고 한국 드라마 효과에 관해 간증하듯 전했다.

그는 "'힐러', '나의 아저씨', '이태원 클래스', '사랑의 불시착', '나의 해방일지' 같은 드라마를 보며 용기와 자신감을 더 얻었다"며 "나는 사별한 남편이 바라던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네일러 박사는 미국과 영국에서 최면치료사,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다가 2013년 캔터베리 대주교가 총장으로 있는 캔터베리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에서 응용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 심리학협회 공인 임상심리사(Chartered Psychologist)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터프스대에서 일반 실험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보스턴대에서 헬스케어 매니지먼트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런던대의 통합 의학 왕립 런던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네일러 박사의 어머니는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였던 실비아 플라스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루스 반하우스(Ruth Barnhouse) 박사다.

네일러 박사는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 오가면서 나처럼 한국 드라마에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우연히 여럿 만났다"며 "한국 드라마의 힘이 궁금해져서 박사 논문 때처럼 근거이론을 기반으로 연구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네일러 박사는 윤현선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와 공동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심층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내달 시티 런던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과로 옮기는 윤 교수는 8일(현지시간) "기존의 한류 연구에서는 유럽 고령층의 드라마 소비는 아직 크게 주목받지 않고 있다"며 "팬데믹을 지나며 OTT(동영상 스트리밍)를 통해 해외 드라마 소비가 많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이 서구와는 다른 가치와 드라마 문법 및 서사를 신선하게 느끼고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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