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교황, 한국 진심으로 사랑한 분"
04/24/25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분이었다"며 생전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교황의 선종을 애도했다.
유 추기경은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보내온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메시지에서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특별히 안타까워하며 형제와 가족이 갈라진 이 크나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당신께서 직접 북에도 갈 의향이 있다고 하셨을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교황의 기도 가운데 한국에 관한 기도에는 남과 북이 모두 포함된 기도였음을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말로만이 아니라 몸소 움직여 행동으로 조금 더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다"며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교황을 추모했다.
그는 "생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이 지상에서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우리는 그분의 죽음에서 희망과 부활을 보았으며, 우리 자신이 또 다른 부활의 모습으로 이웃과 사회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접하면서 "슬픔과 고통, 외로움보다는 고요한 평화를 본다"면서 "그분은 슬퍼하기보다 우리가 평화롭길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추기경 자신도 "사제의 쇄신없이 교회의 쇄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교황을 가까이 보좌하면서, 그분이 바라는 교회와 성직자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이날 교황 선종 이후 처음 소집된 추기경회의에 참석해 교황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추기경단은 회의를 거쳐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유 추기경은 선종일로부터 15∼20일 이내에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여한다.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누린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는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
당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청하는 그의 서한을 계기로 교황의 방한이 이뤄졌다.
그는 이후에도 바티칸에서 수시로 교황을 개별 알현해 한국 가톨릭교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그의 탈권위적인 면모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 강력한 추진력을 눈여겨본 교황은 그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서구 출신 성직자들이 도맡다시피 한 교황청 장관에 가톨릭계 변방인 한국의 지역 교구장(대전교구장)을 임명하자 현지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2021년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발탁된 그는 이듬해 추기경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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