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페일린의 지지를 업다...티파티·복음주의 세력 지지 의미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의 개막을 알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극단적 보수주의의 아이콘인 세라 페일린(52)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는 전국 지지도에선 앞서고 있지만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주에서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유독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던 터라, 페일린의 지지 선언은 트럼프에게 상당한 상승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19일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열린 트럼프의 유세장에 전격적으로 나타나, 20분간 찬조연설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페일린은 “나는 미국의 다음 대통령, 바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고자 여기에 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뉴욕 타임스>는 “페일린은 지금까지 트럼프 지지를 밝힌 공화당 사람 가운데 가장 고위급 인사”라고 전했다.


페일린은 알래스카 주지사 시절이던 2008년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존 매케인 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낙점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는 기존 공화당 정치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데다 ‘막말’ ‘무개념’ 등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매케인 후보가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게 된 ‘일등 공신’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페일린에게 눈독을 들여온 이유는, 페일린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페일린은 티파티와 복음주의자 등 근본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밑바닥 풀뿌리 보수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인물이다. 특히, 극우 보수주의 성향의 공화당 유권자들이 많은 아이오와에선 페일린의 진가가 더욱 발휘될 수 있다. 아이오와의 공화당 책임자였던 크레이 로빈슨은 <뉴욕 타임스>에 “페일린은 수년 동안 아이오와에서 수많은 관계들을 잘 구축해왔다. 여전히 그를 위대하고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티파티 활동가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이오와에 있는 공화당 기부자들의 환심을 사는 일을 꽤 잘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전국 지지도에선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정치전문 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트럼프의 전국 지지도는 34.5%로, 크루즈의 19.3%를 한참 앞선다. 하지만, 아이오와에선 트럼프의 지지율이 27.8%로 크루즈(26.7%)와 박빙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이오와에서 크루즈를 이기면 남아있는 경선에서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일린의 지지 선언은 크루즈를 따돌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다. 크루즈의 지지 기반도 페일린과 똑같이 극우 성향의 보수적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다. 페일린의 트럼프 지지선언 몇분 전 기자들에게 “페일린을 좋아한다. 페일린은 환상적이다. 그의 우정과 지지가 없었다면 오늘날 상원의원으로 있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사랑 고백’을 했던 크루즈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하지만, ‘페일린 카드’가 단기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 후보와 겨뤄야 하는 본선에선 되레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좋아하고, 막말에 편승하는 두 사람의 이미지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민주당원들에게는 트럼프-페일린 동맹이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일종의 머리가 둘 달린 괴물로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과거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 실패’를 들추는 장문의 기사를 3개면에 걸쳐 실었다. 트럼프가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1990년 문을 열었다가 1년 만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던 카지노 ‘트럼프 타지마할’의 몰락이 정크본드 남발에 따른 과다 채무와 관련이 있으며, 따라서 국가경영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즉각 고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는 트럼프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미국 주류 보수사회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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