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결과 따라 극성 지지자들 폭력사태 걱정 워싱턴DC 상점 뒤덮은 합판

"무슨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심각한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죠."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번화가인 시티센터를 순찰하던 한 경찰관은 합판과 가림판으로 유리창을 빈틈없이 막은 상점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여러 상점은 고객들이 드나들 작은 문만 여닫을 수 있게 하고 이미 '조치'를 완료한 상태였다. 일요일인 이날 급하게 인부들을 불러다가 합판을 대는 곳도 있었다.

쇼핑을 나온 시민들도 생각하지 못한 풍경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30대 여성 에이미 모턴은 "다른 지역에서 이렇게 한다는 건 뉴스에서 봤는데 워싱턴DC도 이런 줄 몰랐다. 실제로 이렇게 보고 나니 대선 이후가 더 걱정되고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50대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휴대전화로 합판 사진을 찍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이런 건 처음 본다"면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주려고 한다. 다들 놀랄 것 같다"고 했다.

시티센터뿐만 아니라 워싱턴DC 시내 곳곳이 합판 천지였다. 특히 은행들이 그랬고 약품을 비롯해 생필품을 파는 CVS도 마찬가지였다.

시내 중심부로 갈수록 유리창을 막은 상점은 더욱 빈번하게 눈에 띄었다. 창가에 상품을 진열하는 의류점은 말할 것도 없고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곳도 미리 가림장치를 동원해 대비한 상태였다.

모두 대선 직후 상황에 따라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극성 지지자들이 개표 상황 및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리로 뛰어나오고 그 과정에서 약탈을 비롯한 폭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실제적인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여론조사상 전국 및 여러 경합주에서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개표 결과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미 언론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편투표가 급증, 개표 지연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일의 개표결과만 가지고 승리를 선언해버거나 결과에 불복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져 대혼란이 야기될 우려를 제기해왔다.

상점들의 '합판 대응'은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목을 눌려 숨졌을 때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초반에 시위의 취지와 상관없이 상점 유리창을 깨고 약탈을 하던 사태의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 탓이기도 하다.

상점과 식당이 밀집한 워싱턴DC 조지타운 지역의 한 편의점 주인은 "봄에 따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피해를 본 가게들이 꽤 있었다. 불과 몇 달 전 아니냐"라고 말했다.

지지 정당에 따라 상대 정당에 갖고 있는 불신도 느껴졌다.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25세 여성 새라는 대선 이후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이라면 폭력을 쓰는 데 두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대선을 앞두고 시내 곳곳이 합판으로 뒤덮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41세 남성 네이선 콤스는 "미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이런 걱정을 해야 할 줄 몰랐다. 여긴 미국이다. 놀랍고도 슬픈 일"이라고 했다.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합판 등을 동원해 상점 유리창을 막은 건 워싱턴DC뿐만이 아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개표 지연뿐만 아니라 폭력사태까지 걱정해야 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시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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