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와 깊은 정을 나누고...#3

가을색이 곱게 내린 포도를 달립니다. 잎이 꽃보다 아름다워 더 대접받는 이 계절에 신작로의 갓 길에는 은행나무와 상수리 나무들이 황금색으로 불타니 그 아래 풀잎들은 꽃잎이 되어 더욱 붉은 빛으로 받쳐줍니다. 그 위로는 더욱 색깔이 짙어진 전나무 군락 위로 하얗게 내려 쌓인 눈들. 이 확연한 색의 대비로 로키의 가을은 더욱 육감적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자동차 드라이브 길로는 가장 아름답다는 이 로키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달리며 이렇게 가슴이 뛰어본지 그 얼마 만인가! 십여년전 처음 이 길을 주행하다 모서리를 돌 때마다 장대한 거벽과 압도하는 설산고봉의 로키를 대하고 느꼈던 충격같은 감동. 그 넘치던 환희와 감동. 그러나 해마다 점점 초라하고 옹색해지는 로키의 빙하에 실망하며 그저 건성으로 다니고 했는데 이 가을날 로키의 매력에 젖어 다시금 사랑에 빠지게 되어버렸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산에는 첨밀한 전나무 숲이 산정으로 달리면 그 끝마무리를 노란 단풍의 낙엽송들이 설산아래서 해주니 아침 햇살에 찬연하게 비끼는 풍경은 단연 압권입니다.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아이스라인 트레일.
반프를 비롯 자스퍼. 쿠트네이와 더불어 로키 4대 국립공원 중의 하나인 요호 국립공원내에 위치한 아이스 라인 트레일을 걷습니다. 알프스를 개척했던 톰 윌슨이 닦은 이길은 그때만 해도 이름 그대로 빙하나 눈길을 걷던 아이스 라인으로 몇단으로 속구치며 내리는 로키에서 가장 높은 400미터의 장대한 타카카우 폭포에서 시작됩니다. 빙하지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걷게 되며 이어지는 장막한 너덜지대 길을 한없이 걸으며 요호밸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레이크 오하라를 품고 있는 Daly Glacier 산군의 빼어난 자태를 보여주는 하늘길입니다.

여기에서 그 고혹적인 호수빛을 자랑하던 에메랄드호로 넘어가기도 하고 요호밸리 산장까지 백팩킹을 즐기러 가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반대길인 스카이 라인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 빙하지대까지 접근해 기어코 빙하를 깨서 한잔 술을 담은 축배를 들고 오기로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너덜길을 올라 빙하지대로 접근하는데 처음 이 길을 개척할 당시에는 바로 빙하를 곁에 두거나 밟으며 갔습니다만 이제는 그 빙하가 수백미터 더 산정으로 후퇴해 있습니다. 그만큼 지구의 재앙이 느껴지는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지난 방문 때 보다 더 녹아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더 올라가야만 빙하를 만질수 있었습니다. 깊은 곳에서 녹아 흐르는 생명수를 마시고 수통에 담고 일반 얼음보다 더욱 단단한 결정체의 빙하를 가져간 칼과 돌을 이용해 쪼아냅니다. 그리고 만들어낸 열두잔의 Whisky on the rock. 위스키 대신 백두산 불개미와 매실로 담아 십년을 숙성시킨 특별한 술로 대신합니다. 다들 한잔 씩 채워서 건배를 외치며 들이키는데 수만년 세월이 녹아 장에 들어가니 느낌부터도 다른게 감회가 새롭습니다.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빙하의 끝자락에 서서 굴러 내려온 유빙하나를 술상으로 놓고 즐기는 이 찌릿한 주연. 캐나다 로키 아이스 라인에서 만 경험하는 전율의 순간입니다.

모레인 호수를 채운 10 연봉.
모레인 호수를 떠나 마침내 미네스티마 호수에 도달하여 눈을 들어보니 눈이 가득한 겨울 풍경속. 한번씩 올라온길 되돌아보면 열개의 준봉이 시야에 꽉 차며 더 이상 붓을 댈 부분이 없는 완벽한 풍경화가 완성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매우 친숙해진 로키의 설산 풍경입니다. 배꼽시계의 알림. 이미 산과 예약한 또 한군데의 세상 가장 아름다운 가든 식당에서 점심상을 차립니다. 넓은 바위가 상이 되고 즉석 어묵탕을 끓여 뜨거운 국물과 함께 아침에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오찬을 즐깁니다.

흰밥에 김치와 마른 반찬 몇가지. 사실 허접한 식단임에는 분명하나 고된 산행과 천하제일경을 눈앞에 펼쳐놓고 먹는 음식인데! 다시 우리가 올라야 할 센티널 패스가 눈앞에 선명하게 길을 내주지만 아무도 서두르지 않습니다. 저 오르막길을 올라 고갯마루에 서면 분명 더욱 감동적인 풍경이 기다릴 것이니 여력이 있는 사람은 오르면 될 것이고 지금 이곳에서 올려다 보며 상상 만으로도 지어내는 풍광으로 갈망을 충족시켜도 될 것입니다. 이제는 바둥바둥거리며 조금 더 라는 욕심으로 집착하지 않아도 될 인생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몸을 돌려 모레인 호수와 라치 밸리 그리고 10피크스가 한눈에 차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동안 상념에 잠깁니다. 저마다 품고온 사연과 오게된 동기와 가져갈 추억과 남기고 갈 미련과 버리고 갈 회한이 있겠지만 이 순간 만큼은 아마도 모두 다름이 없는 단 한가지 감정이 일고 있을 것입니다. 이 대자연이 주는 신선한 감동과 이 비경들을 가슴속에 새겨두는 행복한 시간. 트레킹 여행을 통해 얻는 값진 삶의 보상입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캐나다 로키와 깊은 정을 나누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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