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꽃길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 #2

인간과 자연이 공생 공존하는 노력을 끝없이 경주하는 청정 마을 스위스의 체르마트. 산과 마을이 마주한 채 속 깊은 정을 나누며 그 경계마저도 허물어 놓았는데 그 속에서 서로 동화되어 함께 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한 시공속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은 그들이 그만큼 정성을 쏟고 노력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마차와 전기차량만의 진입을 허하는 이곳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근 타쉬란 마을에 주차하고 셔틀 열차를 타거나 걸어서 가야만 합니다. 우리는 전용버스를 이용한지라 체르마트 동네 어귀까지 바짝 진입하여 거의 모든 숙소들이 산비탈에 있는지라 전기차 택시를 이용해 짐을 숙소로 보내고 우리는 황야의 무법자들 처럼 거만하게 도시를 가릅니다. 그런 노력과는 상반된 정책이 참 이해가 되지 않는데 도시 전체 어디서 뿐만 아니라 산을 포함하여 전망대까지도 흡연을 허락하고 심지어 쓰레기 통 위에는 단정하게 재떨이까지 비치해두고 있습니다. 비흡연자들에게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참 아이러니컬한 풍경입니다. 상주 인구 7천에 하루 숙박 수용 능력이 2만 8천이고 년 평균 일일 방문자 2만 2천에 이른다니 그야말로 방문자들이 산촌을 채우는 기이한 곳이며 거리에는 하나같이 모두 배낭을 메고 다니니 트레커들의 천국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체르마트는 약 400km 정도에 달하는 하이킹 트레일을 갖추고 있고 산악 리프트를 타고 쉽게 정상에 올라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 산맥의 산악지형이 빚어내는 스카이라인을 즐기기에도 그만입니다. 빛의 이동에 따라 늘 다른 매력으로 자태를 빛내는 초원에 불쑥 솟은 봉우리라는 뜻의 마테호른을 곁에 두고 걷는 체르마트의 산행길은 그래서 아름다움이 더하는데 할리우드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로고로도 잘 알려져 있고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와 아마다블람과 더불어 세계 3대 미봉의 으뜸으로 인구에 회자됩니다.

아침 햇살로 씻은 듯 맑은 하늘. 숲은 정결한 산소를 뿜어내고 체르마트의 부지런한 아침이 열립니다. 인생도 목표가 있어야 모든 것을 불태우듯 오늘 또 우리에게 주어진 미지의 길을 5시간 동안 오버 로트호른 정상을 오르내리고 빼어난 산 마터호른이 아름답게 비치는 다섯 호수들을 둘러보는 산행 계획이 있어 하루를 불사를 전의를 다집니다. 3415미터에 달하는 이 오버로트 호른 정상에 오르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산군을 둘러볼 수 있는 명봉입니다. 스타워즈에 참전하는 느낌을 주는 터널을 따라 출발지로 가면 세계 최초의 지하 산악 고속 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그 기차를 타고 영화처럼 달리면 슈네가에 이르고 다시 트램을 갈아타고 3천미터 지점의 로트호른에 내려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마테호른을 등에 지고 비탈길 그침 없이 오르면 물에 젖은 스폰지처럼 묵직해진 몸으로 정상에 이릅니다. 오르는 내내 오른쪽에는 거대한 빙하가 시야를 채우고 그 주변으로 날카롭게 솟아오른 설봉들이 옥색 빙하호를 품고 펼쳐집니다. 그 완급의 조율도 없이 가파르게 난길 이리저리 흔들며 오르다 보면 마침내 정상에 이르고 기막힌 운명처럼 조우하게 되는 설산 풍경하나. 360도 돌아가며 펼쳐진 대자연이 허락한 한 폭의 명화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한 결 바람이 한줌의 평화를 선사하고 지나가며 내 영혼은 아늑한 안식으로 충만해집니다. 이런 대자연의 선물은 고된 걸음의 연속에 휴식을 건네며 다음 트레킹으로 넘어가는 보충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순간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요철의 산 길. 살아온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굴곡이 많았듯이 이 길도 지금처럼 단아하게 만들어질 동안 얼마나 오랜 시간이 아팠을까! 발아래는 저만치서 내가 걸어왔던 길이 실타래처럼 엉켜져 흔들리는데 이럴 때마다 묘하게 이는 감정. 저 길 위에서 품었던 온갖 희망과 좌절과 극복의 작지막 무거웠던 나만의 역사가 회억되기 때문입니다. 오롯이 내 두발로 걸어 올라와야만 얻을 수 있는 이 대자연의 값진 선물이자 보상. 정상이 주는 선경이랍니다.

하산하는 내내 마터호른이 저 마터호른을 그냥보아도 아름다운데 거울 같은 호수에 비추어보면 어떤 황홀함이 더할까 상상하며 5 호수 트레일을 걷기로 합니다. 비슷비슷하거나 외우기도 힘든 다섯 개의 호수를 찾아 도는 여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곳에 위치하여 드라마틱한 리플렉션을 제공하는 스텔리스 호수를 먼저 만나기로 하고 열심히 오래된 길을 걷는데 이름 모를 야생의 꽃들이 더하여 이 천상의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들꽃들 자신 또한 알프스를 즐기고 있는 듯합니다. 가장 유럽다운 목가적 풍경. 그 속에 들어 마터호른이 물결에 흔들리는 호숫가에서 잠시 야생화를 배게 삼아 누워 하늘을 우르면 한 마음 가득 평화가 깃든답니다. 마터호른을 비롯하여 무수한 미봉들을 곁에 둔 이 정찬의 시간. 비록 식은 밥과 찬들에 라면 끓여 먹지만 소란스런 세속을 떠난 이 시간이 어찌 황제의 식탁이 부러울 것이며 에덴동산이 이에 버금가랴. 다시 다음 호수를 만나러 갈길을 재촉하며 길을 잡습니다.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 맑은 호수는 알프스의 산군들을 다양한 색채로 그려줍니다. 청자빛 혹은 옥빛 물을 다양하게 담은 호수들은 함께 그 산빛에 물들어 갑니다. 마모트와 산양들의 서식지와 기타 조류의 생태를 배우게 이어주는 테마길을 따라 슈네가에 다다를 즈음에 있는 마지막 레이시 호수에는 인공적으로 백사장도 만들고 마크 트웨인이 다녀간 탓으로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이 미시시피 강물을 저으며 놀았던 미니 뗏목도 만들어 놓아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즐기는 곳입니다. 그 호숫가 잔디밭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워 뒤쳐진 동행들을 기다리며 잠시나마 하늘과 들과 촌락을 바라봅니다. 무엇보다 알프스는 자유롭습니다. 그 자유로움 속에는 생활이 있고 삶이 녹아 있어 소담스런 마을도 지나고 오래된 가옥들이 그 나이테만큼 고색으로 변하여 나지막하게 누웠고 바람막이 창들을 열어놓은 아래엔 어김없이 화분이 놓여 있어 그 풍경을 더욱 빛내줍니다. 꿈의 길 이 언저리에서 저 알프스의 미봉들을 곁에 두고 누워 하늘을 보는 이 순간. 삶이 어찌 행복하지 않다 하겠습니까!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푸릅니다. 숙소의 창을 열면 마터호른이 또렷하게 삼각형을 곧추 세우고 날카롭게 서있음이 보입니다. 그 마터호른을 더욱 가까이서 품기 위해 마터호른 글레이셔 트레일을 걷기로 합니다. 물론 3800미터 고도의 마터호른 파라다이스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만년설 위를 걷는 빙하트레킹을 먼저하게 되지만요. 곡예를 하듯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올라가 다시 트램을 타고 파라다이스 전망대에 내려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발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방풍 자켓으로 무장한 채 출구를 나서는데 매서운 바람이 코와 귀를 할퀴고 지나갑니다. 고산증에 머리도 찡하고 현기증이 느껴집니다. 다시 옷깃을 여미며 안전하게 내어놓은 길을 따라가는데 먼저 길을 나선 행렬들이 순백의 설원위에 그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곳곳 능선과 비탈길에는 로프로 엮은 산객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그 길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러니 당연 길 위에서는 사람도 자연이 되어 그 풍경을 더 실감나게 해줍니다. 우리도 그 풍경의 일부분이 되어 함께 걸어가니 왠지 뿌듯한 자부심이 샘솟아 발길에 힘이 들어가고 부드러운 부분의 눈이 무너져 푹푹 무릎까지 빠져버립니다. 건너편 이웃 설봉 클라인 마터호른이 동무되어 걸어가는데 산정을 이은 사계절 개장하는 스키장에는 눈을 지치는 메니아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 아래 골마다에는 빙하가 녹아 폭포로 내리니 그 풍경은 너무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빠르게 사라져 가버리는 빙하들을 내 다음 세대에는 보지 못하게 될까 못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점처럼 작아진 정상 리지를 걷는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속절없이 오르고 오르다 보니 아무런 사념도 없어지는 상태에 접어듭니다. 순백의 만년설 위에 우리의 족적을 남기며 그저 목표를 향해 그 광막하고도 찬연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면서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시간을 가늠하기도 힘든 이 순간. 지금 우리는 언제며 또 어느 곳에 서있을까하는 자문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그 질문도 또 그에 대한 답변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일뿐. 그저 이렇게 바람처럼 살며 바람에 흔들리며 걸으면 되니까요..

내가 찍고간 발자국의 눈길을 따라 전망대로 되돌아 가는데 구름이 발에 채입니다. 트램을 타고 트로크너 스태그까지 하산을 합니다. 바람도 죽은 따스한 풀밭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다시 트레킹을 이어갑니다. 그리움이 잔뜩 묻은 산길을 에둘러 걸으며 가장 마터호른 가까이 다가가 그 웅장한 자태를 감상하며 가는데 발길 꺾는 곳마다 호수며 빙하들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천국처럼 드리워집니다. 서너 시간을 여유롭게 바위와 얼음의 세계 사이를 걸어가며 빙하가 녹아내리는 흔적을 들추며 걷는 이 길 끝에는 영봉 마터호른이 모든 것을 말해주며 서있습니다. 부드러운 알프스의 바람 한결 불어오면 눈과 얼음과 돌과 물과 산 공기가 어우러진 차가운 입맞춤이 전해옵니다. 빙하가 흘러내려와 만들어진 정갈한 호수에는 알프스 산군들이 가만 일렁이며 쉬어가라 이릅니다. 앞으로의 기운찬 전진을 위해 잠시 멈춤도 필요하니 허리를 펴고 산을 휘어봅니다. 자연은 사람을 만들고 또 사람은 그 자연을 지켜가며 그렇게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니 이처럼 찬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루를 마감하고 맞이하는 우리들만의 작은 연회. 주어진 하루의 몫을 알차게 살았다는 뿌듯함에 마음만은 한없이 느긋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을 한껏 향유합니다. 알프스의 청정 빙하수로 빚은 마터호른 맥주의 호프 향취가 참으로 그윽한 순간입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천상의 꽃길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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