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1

트레커들의 최우선 목적지를 히말라야 파타고니아 그리고 알프스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들만의 독특한 자연과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히말라야, 안데스 그리고 알프스 분명 모두 각기 너무나 다른 산맥들이지만 막상 그 차이점을 구별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 지리학상의 보석이라 일컬어지는 돌로미테(Dolomites)는 한 눈에 그 특별함을 드러냅니다. 하얀 바위 층으로 구성된 산에 만년설이 덮어져 있는데 알프스의 한 산군으로서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화의 연속입니다. 이탈리아의 북동쪽 트렌티노 알토아디제 주의 남티롤 지방, 알프스의 끝자락에 위치한 돌로미테는 거대 암석의 침봉들이 도열한 산악지대로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과 자연 생태를 관찰하고 길마다 서려있는 역사의 향기를 맡으며 걷노라면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천연의 풍광들을 펼쳐 놓기에 전 세계 트레커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명소로 여겨집니다. 알프스 3대 미봉을 한달반 동안 여러팀들과 트레킹을 즐기고 한 열흘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내서 샤모니 몽블랑과 마터호른의 체르마트을 잇는 오뚜 루트 종주할 계획이었으나 급하게 연락온 산동무의 간절한 소망으로 동알프스 이탈리아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125km 구간을 7박8일로 백팩킹 트레킹을 하기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임박한 여정이라 산장 예약이 불가능하여 숫제 의식주를 다 배낭에 메고 하는 백팩킹으로 여정을 감수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종주 백팩킹. 나태해지는 나를 담금질하고 쇠퇴해가는 열정을 향상시키고자 작심하고 배낭을 꾸려 나섰습니다.

돌로미테 트레킹의 거점인 코르티나담페초는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토 주 벨루노 현에 있는 산악 휴양 도시로 돌로미티 산맥이 근처에 있어서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이기도 하여 1956년 동계 올림픽의 개최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걷는 우리로서는 돌로미테의 특별한 산세와 웅장한 거벽들의 풍치에 매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알프스의 한 자락답게 소담스런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우리네 마음을 푸근하게 해줍니다.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세 개의 봉우리. 트레 치메를 보며 걷는 트레킹의 시작점인 Auronzo 산장(2,320m)으로 이동하여 몸풀기 산행에 나섭니다. 산장을 떠나 이 웅대한 트레 치메를 한바퀴 도는 라운드 트레킹을 하기로 결정을하고 아론조 산장에서 출발 일반 관광객들을 피해 트레 치메와 가장 근접한 등산로로 치고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걷습니다. 인파에 섞이지 않고 풍경도 마음껏 볼 수 있는참 호젓한 길입니다. 야생화 무리를 지날 때는 강렬한 향기가 후두를 치며 깊게 뇌로 전달되어 옵니다. 북쪽에서 차오르는 안개 때문에 풍경은 마음껏 볼수 없으나 거대한 직벽들의 뿌리를 코앞에 두고 보니 가히 장관이 아닐수 없습니다. 트레 치메 라운드 트레일과 라카톨리 산장으로 가는 갈림길에 이르러서야 개스가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리워지며 오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풍경인 수직으로 솟은 세 개의 봉우리 Tre Cime di Lavaredo가 눈앞에 펼쳐보이는데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암봉으로 가장 작은 봉우리는 치마 피콜로(2856m) 동쪽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치마 오베스트(2972m) 마지막으로 가장 큰 봉우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치마 그란데(3003m)입니다. 높이만 600m가 넘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로 우리들 눈앞으로 불쑥 다가선 세 바위봉우리가 내뿜는 기운에 그저 압도당하고 마는데 특히 해가 저무는 기울기에 따라 이 거대한 세 바위의 색깔이 변하는 장관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분홍으로 자주로 변하다가 마침내 붉디 붉은 장미빛으로 피어나는 트레 치메. 고혹적인 풍경화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게다가 워낙 고지대인데다가 세 바위산이 가로막고있어서 흐르던 구름마저 산봉에 걸려 수시로 주변에 개스를 가득채우거나 비를 뿌리고가는 일이 허다 합니다. 더불어 Tre Cime로 향하는 주변 경관은 경이 그 자체입니다. 때를 맞추어 야생화들이 제각기의 옷을 입고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감흥을 더해줍니다.

돌로미테는 신의 손이 빚은 자연뿐 아니라 인간이 굴려온 역사의 바퀴와 마주하기도 합니다. 서쪽으로 크로다 로사(Croda Rossa)와 남쪽으로 크리스탈로(Cristallo)를 마주하고 선 발란드로 산장 앞에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오스트리아군의 참호였던 건물이 부서진 채로 남아있으며 돌로미테 전체 구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장은 1차 세계 대전 중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에 벌어진 비극적인 산악전쟁의 현장입니다. 이처럼 돌로미테 도는 길 곳곳에는 제 1차 세계대전의 상흔들이 역사로 새겨져 있습니다. 왜 그토록 무엇을 위해 그렇게 처절하게 싸워야 했을까! 인간의 그 끝없는 탐욕과 위정자들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며 비통한 가슴을 부여안고 그 아름다운 7월의 꽃길을 걸어갑니다.

아침이 열리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십니다. 믿기지 않을 만큼 그렇게 밤을 새워 비가 쏟아지더니만 이 아침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현기증이 일 정도로 맑고 밝습니다. 바위산들에 가려져 손바닥만한 하늘에는 푸른 하늘과 하얀구름이 원색으로 드리웠고 새들의 노래소리 활기찹니다. 진한 원두 커피향으로 아침을 먹고 몸을 추스린 후 드디어 돌로미테 알타 비아 1 종주를 위해 Dobbiaco를 거쳐 1494미터 고도에 있는 이 종주의 공식적 시작점인 스펙타클한 에메랄드 빛 Braies 호수에 당도합니다. 호수와 산이 맞닿아 호수 아래의 세상으로 가는 문이 있다는 전설이 얽혀 있는 곳. 여기서 8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종주를 위한 여장을 단단히 꾸리고 기념 촬영을 한 후 드디어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바위산들의 그늘이 드리운 호수 주변의 송림을 지나면서 피톤치드 가득 흡입하며 호수 끝까지 성큼성큼 걸어가면 가파른 고갯길 치고 올라가는 계곡의 시작점에 당도하게 됩니다. 일단의 무리들이 장도의 산행을 위해 스트레칭들을 하고 있고 이를 신기한듯 소때들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길이 품은 풍경은 참으로 다채롭습니다. 에메랄드빛 맑은 호수 주변으로 잣나무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 눈앞으로는 바위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길고 가파른 바위 능선길을 지나면 초록빛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초원에 방목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빽빽하게 자란 침엽수들로 그늘진 숲을 빠져나오면 들꽃 핀 초원 위로 점점이 흩어진 흰 바위들이 만드는 초록과 흰산의 낯설면서도 눈부신 조화를 만나기도 합니다. 백팩킹의 첫날은 언제 고통을 수반하는 힘든 날입니다. 일정동안 먹을 양식에 모든 장비들이 고스란히 배낭에 촘촘히 채워져있는데다 오름길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우리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첫날의 넘치는 호기와 체력이 뒷받침을 해주기에 견뎌낼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천미터 고지를 오르는 오늘의 여정. 30kg이 넘는 배낭의 무게에 고도를 올릴수록 쉬어가는 시간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잦게 됩니다. 오름길 중반을 넘기면서는 결국 덜 먹자며 제법 무게가 나가는 간식들을 포기하고 길가 바위위에 나란히 진열해놓고 다시 올라갑니다. 뿌리치지 못했던 욕심이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서야 버리는 못난 인간의 초상입니다.

날씨는 너무도 화창하여 어제 걸었던 Tre Cime의 삼형제 봉이 근엄하게 서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산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그재그 길을 오르고 올라 저 아래에 비엘라 산장의 모습을 보일 즈음 고갯마루에 서면 작은 예수상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작은 성호를 긋고 비엘라 산장을 지나 야생화로 가득한 초원을 지나면서 라면 끓여 밥말아 먹고 다시 콧노래 부르며 평지 초원길을 달리듯 걸어 갑니다. 저 아래 보이는 세네스 산장. 딸랑딸랑 워낭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오고 푸른 초원 위로는 들꽃이 하늘거리는데 어디선가 하얀 앞치마를 한 알프스의 소녀가 달려와 갓 짠 우유라도 내밀 것 같은 풍경입니다. 눈을 들면 어디서나 거대한 Croda Rossa (3246m), Cristallo (3221m), Sorapis (3205m), and Tofana (3243m) 산들이 파노라마 처럼 둘러싸여 있어 황혼녘이면 바위산이 펼치는 빛과 그림자의 마술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세계 최고 시설의 산장 덕분에 깃털처럼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곳. 이탈리아가 숨겨놓은 천상의 트레일. 알타비아 1. 생맥주 큰잔으로 시켜놓고 저녁을 기다립니다. 마지막 사위어가는 태양이 식어 갈때 따스한 음식접시가 배달되어 옵니다. 한잔술에 고단한 하루가 취해가고 고산 준봉들이 우리를 호위하고 있으니 이 산장에서는 신들과 함께 겸작하며 정찬을 나누게 되는 것입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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