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만능사회에 저항한 '비트세대' 미국 시인 펄링게티 별세

1950년대 물질만능·소비지향사회에 저항한 '비트세대'에 안식처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서점 '시티라이츠'의 주인이자 시인인 로런스 펄링게티가 22일(현지시간)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101세.

유족은 그가 폐 질환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3월 24일이 생일로 102번째 생일을 불과 한 달 남겨둔 상태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펄링게티가 '비트운동의 정신적 대부'라고 평가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비트세대는 1920년대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로, 당시 찾아온 '풍요의 시대'에 인간이 획일·동질화해 산업사회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에 저항했다.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난 펄링게티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숨졌고, 어머니도 곧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그는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부유한 가정에 입양됐다.

펄링게티는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해군에 입대했다.

그는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되고서 일본을 몇 주 뒤 방문했고 이후 당시 본 광경이 자신을 '즉각 평화주의자로 만들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군 복무 뒤엔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석사학위,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펄링게티는 195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고 당시 이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시작(詩作) 활동인 이른바 '샌프란시스코 르네상스'에 동참한다.

이 운동에 참여하면서 문학가들이 모일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1953년 사회학자 피터 마틴과 함께 500달러씩을 출자해 페이퍼백(보급판) 책을 파는 서점 '시티라이츠'(City Lights)를 연다.

'시티라이츠'라는 이름은 찰리 채플린의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펄링게티는 시티라이츠를 '문학 모임공간'으로 구상했다.

NYT와 인터뷰에서는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곤란함 없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됐다"라고 말했다.

당시 출판계에선 아직 보편화하지 않았던 페이퍼백을 판매하는 시티라이츠는 곧 '다른 서점이 무시하는 책을 파는 서점'이자 '그 저자들의 모임공간'이 됐다.

펄링게티는 1955년부터 시티라이츠를 통해 출판에도 나섰다.

펄링게티 자신의 시집을 포함해 비트세대의 '지도적 시인'이라고 꼽히는 앨런 긴즈버그, 그레고리 코르소, 마이클 매클루어 등의 시집을 냈다.

1956년 긴즈버그의 시집 '울부짖음'(Howl)을 출판하면서 외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펄링게티는 그해 10월 한 미술관에서 긴즈버그가 '울부짖음'을 낭독하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출판을 제안했다고 한다.

외설물을 출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펄링게티는 1957년 무죄판결을 받는다.

'울부짖음'의 주제가 성적이긴 하지만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았고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라는 것이 당시 판결의 요지였다.

이 판결은 수정헌법 1조와 관련한 역사적 판결 중 하나로 꼽힌다.

펄링게티는 1958년 낸 시 모음집 '마음속 코니아일랜드'가 세계적으로 100만권 이상 판매됐을 정도로 재능있는 시인이었다.

최근 수년 사이 시력이 크게 나빠졌음에도 시티라이츠 운영시간을 지키고 시 쓰기를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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