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10대 캐년 트레킹. 4 신이 빚은 화려한 조각품들, 브라이스

산장 숙소에서 마지막 조찬을 나누고 빛의 향연을 감상하러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합니다. 자이언과 Red Canyon을 통과하는데 브라이스의 예고편이라도 보여주려는 듯이 붉은 색 첨봉들이 가득 시야에 찹니다. 입경하는 도로에 아치형의 터널이 하나 우뚝 서서 수문장처럼 버티어 서있는데 대 파노라마의 서막을 알리는 표징 같아 보입니다. 계곡 어디에선가 살고 있는 페인트 브러쉬 꽃으로 붉게 치장한 얼굴에 독수리 깃을 머리에 꽂은 인디언들이 불쑥 나타날 것 같은 역사의 현장입니다. 연청색 하늘이 청명하게 드리우고 그 위로 양떼구름이 여유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하늘색 대비에 레드 캐년의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하게 눈이 부십니다. 신의 축복이 한없이 온 누리에 내리는 찬연한 초여름의 아침나절입니다. 우리일행은 드디어 브라이스 캐년으로 들어서고 2300미터 고지에 145평방 킬로미터의 계단식 원형분지에 장대하게 펼쳐진 신의 정원을 내려다보며 저마다의 경탄을 특색있는 음색으로 표현을 합니다. 1875년 이 지역에 이주해 살았던 몰몬 교도들 중 Ebeneezer Bryce 라는 목수의 성을 따 명칭이 된 브라이스 캐년은 192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거대한 원형극장(Bryce Amphitheater)으로 유럽의 성곽들이 총총히 세워진 요새가기도 하고 중국 시황제가 만든 병마총 같기도 한 첨봉들이 가득하게 들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색의 향연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압권입니다.

유타주 남쪽에 위치한 이 곳은 섬세하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지구상 그 어떠한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 만개를 헤아리는 기기묘묘한 첨탑 하나하나는 수많은 세월 동안 비와 바람이 깎아낸 자연의 조각품입니다. 바다 밑 토사가 쌓여 형성된 암석이 융기 돌출 후 빗줄기와 강물에 의해 본래의 토사는 씻겨 내려가고 비교적 단단한 암석들만 남아 지금의 첨탑들이 만들어졌는데 이러한 기묘한 핑크빛 바위기둥을 후두(HOODOO)라 별칭합니다. 모래돌(SANDSTONE)이라 불리어지는 바위기둥들이 너무도 부드러워 손이 닿으면 쉽게 으스러지기도 합니다. 끝없이 작용하는 풍화에 수많은 성상이 흘러가면 이 브라이스 캐년의 현재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자못 궁금합니다. 캐년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며 볼 수 있는 포인트가 크게 네 곳이 있는데 Bryce point. Inspiration point. sunset point, sunrise point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캐년을 따라 첨탑들 아래로 걸어가는 트레일이 23마일로 길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를 다 경험해보려 한다면 백칸트리 야영산행을 하며 완주하거나 구간별 나누어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을 타고 긴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고 선라이즈 포인트에서는 동트는 아침 신비한 색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선셑 포인트에서는 지는 해를 바라보는 슬픈 낙조가 일품입니다.

여장을 꾸려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선라이즈 포인트에서 시작되는 퀸스 가든 트레일 그리고 이어지는 나바호 트레일. 삼림속의 수목처럼 그 무수한 첨탑들이 가득한 협곡을 누비며 걸어갑니다. 가장 뚜렷하게 저 나름의 형상을 하고 있는 후두들이 많은 곳이고 가히 여왕의 정원이라 이름 지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 바로 이 길입니다. 여기에는 자연이 빚어낸 하나의 걸작품인 ‘HOODOO'라는 미스테리한 이름으로 회자되는 첨탑들이 즐비하며 단지 아름다운 명소로서만이 아니라 과거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온 인디언들이 그랬듯이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자아를 되찾는 성스러운 영지로 들어서는 길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도 비록 자연에 동화되어 걷고 싶은 나그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잊고 깊은 내면의 세계를 접해보는 상념의 시간을 갖습니다. 길을 떠나 흐르는 부초가 되어 애착과 미련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 참다운 인생의 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걸리버 성, 빅토리아 여왕, 월스트리트, 여왕의 성, 네츄럴 브릿지 등 허구 많은 후두들이 저마다의 이름값을 하는 듯 태양의 이동에 따라 그 색의 공연을 휘황찬란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여왕의 정원을 거닐고 이어지는 나바호 트레일은 300미터 깊이의 협곡으로 이루어져 더욱 다양한 무려 60가지의 다양한 색조를 발광하는 바위 탑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장대한 세쿼이아 나무들과 황금 계곡이 만들어 내는 별천지가 펼쳐집니다. 계곡을 향하여 내려갈수록 경사가 심해지고 푸석한 바닥은 부서진 흙이라 미끄러지기 십상이며 첨탑 사이의 간격도 비좁아지면서 환하던 주변은 어두워지고 짙은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그래도 분홍으로 부서지는 대지위에 향나무의 일종인 유타 쥬피터며 시더나무들이 그 모진 풍상을 견디어온 인고의 보상으로 아름답게 뒤틀려진 처절한 몸부림으로 갓길에 서있습니다. 세월의 풍화는 사암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그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돌이며 바위며 나무며 모든 브라이스의 자연물들이 이토록 험난한 연마 속에서 지극히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나 봅니다. 고통과 환란 속에서 우리 인간도 성숙하고 더욱 단단해짐을 자각하고 속세로 돌아가 삶을 영위하면서 주어지는 괴로움과 어려움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극복해 내리라 다짐하며 또 자연에게 한수 배웁니다. 이어 나바호 협곡에 이르렀습니다. 사방이 어두워지는 골짜기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씨앗 하나가 자리 잡고 뿌리내린 전나무 한그루가 협곡 밖 세상구경을 하기위해 발돋움하며 근 150년이란 세월을 한자리에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지점. 협곡의 가장 저점에서 올려다보는 장엄한 캐년의 모습은 가히 장관중의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녀린 돌기둥이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들입니다. 브라이스의 트레일은 이처럼 붉게 타는 후두들의 현란한 군무가 우리에게 내려지는 충분한 보상이 됨을 알고 있습니다. 모두 고사목 등걸에 걸터앉아 브라이스의 한 부분이 되어 한시름 한담으로 풀어내며 휴식을 취합니다.

이제 내려온 만큼 올라야하는 순서입니다. 그저 주어지는 기쁨은 없습니다.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함도 우리는 산행에서 일깨워지게 됩니다. 너무 가파른 길이라 끝까지 계단식 지그재그로 길을 내었습니다. 한숨에 내달을 수 없어 몇 번을 쉬어가며 명경을 감상하고 큰 호흡으로 폐를 진정시킵니다. 그때 마다 펼쳐지는 캐년의 장엄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망막에 그려집니다. 대낮의 뜨거운 햇살은 조금도 걸러짐이 없이 따갑게 머리를 쪼아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약 없던 바람이 한 점이라도 불어오면 더없이 상쾌해집니다. 습기 없는 서부의 익숙하지 않은 기후가 매우 야릇하게 여겨집니다. 비지땀을 흘리며 정상으로 귀환했습니다. 선셑 포인트입니다. 마지막 나바호 트레일 일대를 조망하라고 전망대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다시금 우리들이 지나온 길들을 더듬어 확인을 해봅니다. 굽이굽이 휘어진 길들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저안에 안기어 저 브라이스의 품속에서 꿈꾸었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문명의 이기들이 자못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굽어보는 브라이스 캐년 황금분지에 빛의 파동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군무하는 수 만봉의 석상들이 지난날 장구한 세월의 풍상을 견뎌 왔듯이 그 위에 또 다른 시간을 새겨놓습니다. 고마운 바람이 한결 세차게 불어와 미의 극치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우리를 독촉합니다. 다시 구름에 달 가듯한 나그네 길. 어서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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