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위안부 논쟁 ... 뒷짐 진 한국 학계

최근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 역사를 재차 부정한 66페이지 분량의 글을 읽고 가장 씁쓸했던 점은 한국 학계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램지어 교수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논문을 비판한 학자들의 실명을 나열해 가면서 위안부가 매춘 계약을 맺었다는 억지를 반복했다.

위안부 계약서의 실물 증거도 없이 매춘 계약을 기정사실화한 점을 비판한 하버드대 카터 에커트와 앤드루 고든 교수를 향해선 "난 논문에서 계약서를 봤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위안부 계약서는 전쟁통에 모두 소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논문을 비판하려면 계약서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제시하라"는 적반하장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위안부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일본의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도 소환했다.


'위안부는 인신매매이고 불법'이란 요시미 교수의 지적에 대해 "내가 언제 위안부 계약이 합법이라고 했느냐"고 말꼬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가 딴지를 건 대상 중 한국 학자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계인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미국 잡지 '뉴요커'에 게재한 글에 대한 반박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한국 학계와는 무관했다.

결국 이번 위안부 왜곡 논쟁도 '램지어 교수 vs 한국을 제외한 국제 학계'의 양상으로 흘러가게 됐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만약 에커트와 고든 교수가 램지어 교수의 도발을 그냥 무시하기로 하거나, 요시미 교수가 램지어 교수의 시비성 반박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역사 왜곡에 대한 대처를 외국 학자들의 손에 맡기게 된 셈이다.

사실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한국이 정작 국제사회의 위안부 논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국내에서 나온 위안부 피해 관련 논문 중 외국 연구자들에게 인용되는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피해자의 증언 등 직접적인 사료는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한 실증적 논문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위안부 문제의 학술연구에 대한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도 이 같은 현상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의 영어 번역 사업을 완료해놓고도 저작권 문제 등을 이유로 2년이 지나도록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여가부는 지난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파악한 뒤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즐기는 것은 램지어 교수일 것이다.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굳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는 이번 글에서 위안부 피해와 관련한 각종 주장을 북한과 연결한 뒤 조롱하는 일종의 '색깔론' 전략을 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 학자들 입장에서는 대응이 힘든 영역에서 깨알처럼 아무말 대잔치를 한 셈이다.

이런데도 반론을 주도하기는커녕 관람석에서 구경만 해야 하는 것이 한국 학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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