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이면서 현실"...독일 대학 강의실에 간 소녀상

"오늘 손님으로 우리 강의실을 방문한 '평화의 소녀상'은 상징이면서도 현실입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강의실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둥지를 틀었다.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 슈테피 리히터, 도로테아 믈라데노바 교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노역 피해 등을 토대로 '포스트식민주의 기억작업, 다국적 여성주의'를 주제로 한 강연 시리즈를 진행하면서다.

리히터 교수는 12일 라이프치히대 강의실에서 '위안부와 동아시아에서의 성폭력: 격전의 역사, 나눠진 과거'를 주제로 진행한 첫 강연에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오는 7월 5일까지 격주로 강연 시리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연은 학생과 시민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이날 첫 강연에는 라이프치히대 학생들과 시민 70여명이 강의실에서, 20여명은 온라인으로 모두 100여명이 참여해 열띤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평화의 소녀상은 강의실 왼편 가운뎃줄에 학생들과 시민들 사이에 앉아서 강의를 경청했다. 이 소녀상은 지난해 7∼9월 독일 뮌헨 도심에서 독일 내에서는 다섯번째로 설치·전시됐던 소녀상으로, 한국과 일본, 독일 문화예술가단체 '아트5'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라이프치히대에 대여했다.

이 소녀상은 앞으로 강연 시리즈 내내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추후 학생들과 함께 라이프치히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일정도 있다.

리히터 교수는 "일본 정부는 아직 일본군 위안부 체제에 일본 또는 일본군의 관여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우익진영에서는 위안부 모집에 강제성이 없었고, '매춘부'였다며,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교과서에 자학적 기술을 하면 일치가 불가능하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역사 부정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의 강연시리즈를 기획했다"면서 "소녀상은 우리에게 상징이면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녀상이 2011년 서울 주한국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진 뒤 2020년 9월부터는 베를린에도 세워져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소녀상은 지역 활동의 기반이 되면서도 일본의 14개 식민지의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국제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의 정확한 규모는 가해자들이 자료를 폐기해서 추산이 어렵지만, 보수 역사학자들은 2만∼4만명, 활동가들은 20만명이라고 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10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 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믈라데노바 교수는 이어 지난 30여년간의 국제 위안부 운동의 역사와 소녀상에 관해 설명하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하는데, 이는 기억의 문화를 억압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활동가들은 괘씸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 위안부 운동은 법적 배상과 공식적 사과, 공식적 인정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은 삼삼오오 강의실 왼편의 소녀상 앞에 머물며 자세히 살펴보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오는 26일에는 원로사회학자인 일제 렌츠 교수가 한국과 일본, 독일에서의 전시 싱폭력에 대한 기억작업에 대해, 내달 10일에는 안나 아트빈스카 라이프치히대 교수가 포스트구소련 기억문화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간다.

내달 24일에는 역사학자 레기나 뮐호이저 함부르크 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성폭력을 다루는 데 있어 아시아와 유럽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강연하며 6월 21일과 7월 5일에는 이번 강연시리즈에 참여하는 법대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법적 해결과 국제법적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발표를 진행한다.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는 이번 학기에 '일본군 위안부의 사례로 본 일본의 식민주의, 전쟁 과거사 관련한 처리'를 주제로 한 세미나와 병행해 이번 강연시리즈를 진행중이며, 학생들은 강연시리즈에 참여하면 추가점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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