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전세계, 구호의 손길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재난은 역설적으로 인류를 하나로 뭉치게 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두 차례 강진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쳐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최소 105개국과 16개 국제단체가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즉각 구조대를 파견했고, 조속하게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튀르키예 지원에는 역사·외교 문제로 다퉈온 국가들까지 적극적으로 동참했고, 비록 내전 중이어서 쉽게 닿지는 않았지만 시리아에도 오랫동안 적대 관계였던 국가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년 안에 피해 지역을 '원상복구'겠다며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 들어갔다. 5월 대선을 앞둔 승부수이기도 하지만, 재건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앙숙' 그리스·아르메니아도 튀르키예 도움 손길…지진 속 '해빙'

한일 관계 못지않은 '에게해의 앙숙' 그리스는 튀르키예에 무조건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하고 대규모 구조대원을 파견했다.

그리스의 니코스 덴디아스 외무장관은 유럽 장관으로는 가장 먼저 튀르키예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그리스는 1999년 튀르키예에 대지진이 발생하자 신속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양국 관계가 해빙 분위기로 접어든 적이 있다.

그리스는 그때처럼 이번에도 갈등 관계를 접어두고 신속하게 지원에 나서며 '지진 외교'를 재가동했다.

100년 넘게 튀르키예와 갈등을 겪어온 아르메니아는 구호 물품이 튀르키예로 전달될 수 있도록 35년 만에 국경을 열었다.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책임 소재를 두고 해묵은 갈등이 지속돼 왔고, 현재도 미수교 상태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아르메니아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우정의 손길을 건넸다"며 "양국 관계를 완전히 회복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싸고 튀르키예와 대립해오다 지난해 8월에야 외교 관계를 복원한 이스라엘도 튀르키예 직항편을 재개하는 등 이번 지진을 계기로 양국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들 두 나라도 튀르키예 구호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역시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그간 해외에 파견한 구호단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118명의 긴급구호대를 보내 잔해 속에서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선을 그어 왔던 아랍 국가들도 강진 발생 후 연대에 나섰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2011년 내전 발발 후 시리아를 퇴출했다.

하지만 시리아와 단교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14일 피해 지역인 알레포에 의약품을 보냈다. 사우디 항공기가 시리아에 착륙한 것은 시리아 내전 초기인 2012년 2월 이후 11년 만이었다.

같은 달 15일에는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만나 지진 피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미국은 인도적 물품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대(對)시리아 제재를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 튀르키예, 주택 재건작업 착수-'내전' 시리아, 엄두 못내…재건 완료 '아득'

튀르키예는 지진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건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은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천채가 완전히 붕괴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50억달러(약 20조원) 이상을 들여 1년 안에 아파트 20만채와 마을 주택 7만채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년 안에 피해 지역의 주택 재건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스탄불에 있는 위스퀴다르대의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이스마일 바리스는 "건물 붕괴 외에도 수도 수송관, 하수도 시스템 등이 완전히 파괴됐고, 도로의 80%가 손상됐다"며 "1999년 대지진 때도 완전한 재건까지 4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쪽의 지진 사망자는 1일 집계로 5만1천명을 넘겼다.

튀르키예에서만 4만5천명 이상이 숨져 튀르키예 서북부를 강타했던 1999년 지진 당시의 1만7천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한 지난달 27일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69명이 다치는 등 여진이 끊이지 않고 있어 복구·재건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5월 14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무리한 목표를 내걸었다고 본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튀르키예 담당자인 소네트 차압타이는 "에르도안의 주된 초점은 대선에 있다"며 "에르도안은 경제와 소득 성장을 앞세워 계속 집권에 성공했고, 이번에도 재건 사업에 착수해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상쇄하길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튀르키예와 시리아 강진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는 튀르키예에서만 342억달러, 우리 돈으로 45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세계은행(WB)은 추산했다.

이는 튀르키예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튀르키예의 2023년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며 "재건에 필요한 비용은 물리적 피해 액수의 2∼3배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시리아 서북부에선 6천명 가까이 숨지고, 건물 1만채 이상이 파괴됐으며 11만명이 보금자리를 잃었지만, 내전에 손과 발이 묶여 복구·재건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한 뒤 "복구와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현재 개방된 3곳(국경)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가능한 모든 접근방안이 동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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