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실리콘밸리 은행..한국 스타트업·VC들도 대책 초비상

1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건물 앞에는 검은색 셔츠를 입은 보안 요원이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굳게 닫힌 문에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정문으로 다가가자 보안 요원이 "어떻게 왔냐"며 제지했다. "안에 직원들이 있느냐"고 묻자, 요원은 "은행은 닫혔다. 다른 말은 할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SVB가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로 지난 10일 규제 당국에 의해 결국 폐쇄 조치가 된 데 따른 것이다.

정문 앞 광장에는 20여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주말이었지만 초유의 비상사태 탓에 직원들이 나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SVB는 FDIC의 감독 아래 13일부터 25만 달러의 예금보험 한도 이내 금액에 대해서는 인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연다.

직원들로 보이는 한 두 명이 요원의 신원 확인 후 건물로 들어섰다. 직원에게 다가가자 요원이 막아섰다. 직원도 손사래를 치며 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광장에는 이번 SVB 파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현지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취재진도 눈에 띄었다.

MSNBC 방송의 스콧 콘 기자는 "SVB가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의 은행이지만, 이번 사태는 매우 중요하다"며 "대부분 스타트업을 비롯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지역 주민들도 본사를 찾아 관심을 나타냈다. 인근에 산다는 미키 추 씨는 "SVB가 개인이 아닌 기업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계좌는 없지만 이 은행의 폐쇄 소식은 '빅 뉴스'여서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서 와봤다"고 했다.

SVB가 폐쇄되면서 이 은행에 자금이 묶이게 된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들은 망연자실해 하며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SVB와 5년 넘게 거래해 왔는데 잠깐의 거래가 중지될 정도로만 생각했지, 폐쇄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9일 VC들로부터 자금을 옮기라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했는데 SVB 주가가 너무 많이 빠지는 것을 보고 불안해서 30만 달러를 제외한 전 자금을 다른 은행으로 옮겨놨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또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큰 자금을 굴리는 한 액셀러레이터가 전액 SVB에 자금을 태웠다고 알고 있다"며 "최소 1천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SVB와 거래하지 않지만, 이 은행에 돈이 묶이게 된 여러 스타트업과 VC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 직원들에게 줘야 할 급여도 문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마다 매주 혹은 격주, 월 1회 등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SVB에 자금이 묶이게 된 스타트업들은 VC들로부터 급히 돌려 빌리는가 하면 신용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런 분위기는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SVB는 지난 4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왔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은행 중 하나다.

특히 주택 자금 대출 등 창업자들을 위한 상품이 특화돼 있어 한국 스타트업과 VC도 많이 거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SVB에 자금을 넣어 둔 한국의 여러 스타트업들과 VC들도 SVB의 갑작스러운 폐쇄에 당황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이들은 주 투자사들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며 "25만 달러까지는 인출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당국의 지침이 나와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계획은 13일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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