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 부산을 사랑한 위트컴 장군

6·25 전쟁 때 한국을 위해 싸웠던 해외 참전용사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는 유일하게 장성급 안장자가 있다.

미국 리처드 위트컴 장군이다.

2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1953년 유엔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준장)으로 부산 땅을 밟은 위트컴 장군은 부산시민에게 숱한 선행을 베푼 인물이다.

정전 직후인 1953년 11월 27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역 일대에서 발생한 대화재로 6천여 가구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위트컴 장군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재민에게 미군 물자를 풀어 천막과 먹을 것을 나눠줬다.

군수 물자를 쓴 것 때문에 위트컴 장군은 본토로 소환돼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서게 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전쟁은 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는 말로 미 의회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구호금까지 챙겨 돌아왔다는 일화를 남겼다.

그는 1954년 5월 부산 영도구 피란민촌을 시찰하던 중 만삭의 임신부가 아이 낳을 곳이 없어 보리밭에서 출산하는 것을 보고 조산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예하 부대 장병에게 월급의 1%를 기부하게 해 메리놀병원의 신축을 도왔고, 병원 건립 기금이 모자란다는 소식에 군복을 벗고 한복 차림으로 모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부산대학교를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

1946년 부산 서구 충무동에서 단과대학으로 개교한 부산대는 1953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지만, 부지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애를 먹고 있었다.

부산대 초대 총장인 윤인구 총장으로부터 이런 사정을 들은 위트컴 장군은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해 지금의 부산대 장전캠퍼스 50만평 부지를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트컴 장군은 1954년 전역한 이후에도 부산에 남아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고문을 맡으며 아이젠하워 대통령, 밴 플린트 장군과 함께 한미재단을 설립해 한국의 전쟁고아를 돕는 일에 헌신했다.

'전쟁고아의 아버지'라는 위트컴 장군의 별칭도 이때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위트컴 장군은 1964년 한묘숙 여사와 30년이라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위트컴 장군과 한 여사는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

위트컴 장군은 1982년 7월 12일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한 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고, 한 여사는 2017년 1월 1일 별세해 유엔기념공원에 위트컴 장군과 함께 합장됐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위트컴 장군은 인류애를 바탕으로 선행을 베풀어온 인물"이라면서 "6·25 전쟁 때 기억해야 할 외국인들이 많지만, 군인 신분으로 폐허 더미에서 절박한 피란민들이 생명을 유지하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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