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운명 어디로?....네타냐후 정치생명 최대 위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따른 전쟁이 시작된 지 오는 7일(현지시간)로 한 달이 되는 가운데 충격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극우파를 끌어들인 우파 연정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으며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전쟁 전과는 결코 똑같을 수 없는 가자지구의 앞날도 현재로서는 안갯속이다.

이스라엘이 전쟁의 궁극적 목표로 가자지구의 새로운 안보 체제 수립을 제시한 가운데 확전 기로에 선 전쟁의 향배와 맞물려 가자지구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중동의 안보 지형은 다시 한번 출렁이게 될 전망이다.


◇ 네타냐후 풍전등화…정치인생 이미 '시한부 선고' 관측도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해체를 위한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전쟁 지도자임에도 벼랑에 몰린 처지다.

민간인이 대다수인 국민 1천400여명이 하마스 조직원들에게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고, 일부는 인질로 잡혀 적진에 끌려갔다.

가자지구 작전을 전폭 지지하는 게 이스라엘 내 여론 흐름이지만, 그 지지가 네타냐후 정권을 향한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참사에 손을 놓고 있던 네타냐후 정권의 무능에 국민적 비판이 지속되고 심지어 전쟁 중인 군부에서까지 불만이 목격되는 등 전시내각도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안보 실패 책임을 군 정보당국에 떠넘기는 소셜미디어 글을 썼다가 십자포화를 맞고 삭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역대 최장기인 16년간 총리를 지낸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전에 이미 국민 상당수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그는 다수 부패 혐의 때문에 실각했다가 기존 정치권이 거리를 두던 극우파, 유대인 초정통파 세력을 끌어모아 지난해 연말 가까스로 권좌에 복귀했다. 이후 사법부를 무력화해 권위주의 체제를 굳히려는 정책 개편을 추진하다가 전국적 반정부시위 등 역풍에 부딪힌 상태였다.

하마스라는 '외부의 적'이 생존을 위협하는 국난 상황을 맞아 이스라엘 국민은 잠시 분열을 뒤로 하고 단결하고 있지만, 국가 방위가 뚫리고 크나큰 인명피해로 이어진 전쟁 국면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안보 실패 책임론의 한가운데에 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휴전은 없다"며 결사항전 태세를 다지며 승전을 통해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지만, 전쟁이 어떤 식으로 귀결되든 후폭풍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방 글로벌 매체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궤멸에 성공하더라도 네타냐후 정권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각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좌진이 네타냐후 정권을 시한부로 간주하고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보도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이러한 인식을 전하고 후임자와 실패의 교훈을 공유하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전후 이스라엘 상황이 다시 한번 급변을 겪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새 안보체제 구축" 전후 로드맵은…과도통치 예고

가차 없는 '피의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 정부는 전쟁 목표를 ▲하마스 조직원 제거와 기반 파괴 ▲ 숨은 저항세력 소탕 ▲ 새 안보체제 구축 등 3단계로 설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2006년부터 통치해온 하마스의 군사 역량뿐만 아니라 통치 기능도 분쇄, 전면 해체한다는 구상이다.

마지막 단계인 안보질서 전환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서방은 하마스를 극단주의 테러집단으로 규탄하며 궤멸 입장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부추긴다는 비난에도 하마스 규탄과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 보장이 빠진 휴전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목표대로 하마스가 약화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그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과도기적 통치체제를 물밑에서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2005년 철수한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해 통치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재점령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국들은 다국적군의 지원을 받는 제3자가 가자지구를 임시로 통치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동국가, 평화유지군, 유엔 등이 과도기적 통치의 주체로 거론된다. 일단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군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아랍국가들이 임시로 가자지구를 관리하는 게 한 선택지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다국적군 감시단(MFO)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 유엔이 직접 과도통치에 나서는 방안도 있다.

아직 논의는 초기 단계이나, 미국의 입장은 어떤 과도기를 거치더라도 결국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권을 갖고 궁극적으로 가자지구 안보를 책임지는 게 제일 합당한 시점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 결국 또 '두 국가 해법'…미국 대선도 변수

미국 등 주요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제시하는 종전 후 경로는 '두 국가 해법'이다.

이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협상을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각자 독립국으로서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구상이다.

두 국가 해법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보다 이른 1937년 유럽에서 이주해온 유대인과 아랍 주민의 갈등 속에 처음으로 제안됐다.

그간 서로 동력이 맞아떨어져 타협점이 모색되는 때도 있었으나 거의 항상 양측 극단주의자의 반대가 큰 걸림돌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양측 정상이 만나 평화적 공존 방안을 모색한 1993년 오슬로 협정과 그에 따라 불어닥친 역풍이었다.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서로 인정한 원칙적 합의였다.

이는 두 국가 해법을 향한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됐으나 양측 극단주의자의 테러 속에 유명무실해졌다.

나중에 협정 주역인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1995년 자국 민족주의자에게 암살당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끝난 뒤에도 비슷한 역학관계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불공평한 공존에 반대하는 아랍 극단주의자, '약속의 땅'을 내주지 못하는 유대 극단주의자의 대결구도가 여전히 선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마스의 해체와 네타냐후 정권의 퇴진이 현실화한다면 전면에 나선 극단주의가 해체된다는 점에서 '두 국가 해법'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는 하마스 외에도 이슬라믹 지하드, 사자굴 등 강경파가 있다.

하마스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정파인 만큼 팔레스타인 주민 상당수도 '두 국가 해법'에 부정적일 수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중도 정파들도 이미 오랫동안 체념하듯 '두 국가 해법'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게 사실이다.

외부에서는 이스라엘을 침략자로 보고 무력투쟁을 선동하는 이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이 타협을 방해할 수 있다.

내년 11월 미국의 대선도 무시 못 할 변수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중동정세를 움직이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놀란 만큼 '두 국가 해법'에 더 큰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친이스라엘 성향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국면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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