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크리스털 김 작가 쓴 '형제복지원'

"국가가 약자에게 가한 강압과 폭력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해요.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져 피해자의 공포와 아픔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소재로 한 영어소설 '돌집'(The Stone Home)을 미국 최대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에서 최근 펴낸 미국 한인 2세 크리스털 김(한국명 김하나·37) 작가는 5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출간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사건은 경찰 등이 1960년 7월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 정신요양원 폐쇄 전까지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수용해 강제노역시키고 폭행과 가혹행위 등을 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고, 법원도 잇따라 국가배상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김 작가는 2016년 형제복지원 관련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 끔찍한 사건에 놀라 각종 자료를 찾다가 실체를 알게 됐고, 재외동포로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듬해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국가의 억압은 시대와 문화 등과 무관하게 되풀이되곤 한다"며 "악행에 침묵한다면 미래에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펜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한종선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와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한국에 왔다. 2018년 4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옆에 세워진 작은 천막에서 그와 만나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오후였다. 2층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소년들, 흙을 삽으로 퍼내고 나무를 나르는 아이들 사진 등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이 주제를 존중해 다뤄달라는 그의 말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게 해줬다"고 회상했다.

소설은 1980년대 한국에서 어머니와 노숙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국가가 운영하는 '돌집'으로 보내진 은주 모녀, 이곳에서 생활하는 10대 상철·영철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아픈 역사를 되짚는다.

김 작가는 소설 제목을 '돌집'으로 정한 이유를 "돌의 단단함과 집의 부드러움의 이미지를 대비해 독자들이 기억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집으로 불리지만 애초부터 잘못된 기관의 편안함을 부각하면서, 이 기관에 단단함과 차가움이 계속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또 "돌집 같은 기관은 캐나다 및 호주의 원주민 학살 사건,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 등에서처럼 인권을 짓밟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며 "한국적인 소재이지만 인류의 보편성을 다뤘다. 어둠에 직면한 인간의 회복력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김주천 전 뉴욕한인산악회장과 재미 시인 겸 수필가인 곽애리 작가 부부의 2녀 중 장녀인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2개의 정체성과 문화에 걸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인으로서의 유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소설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에서는 초등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시립대 퀸스칼리지 조교수로 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다. 여성과 신체, 계급,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외할머니의 한국전쟁 피란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2018년 펴낸 데뷔 소설 '당신이 날 떠난다면'(If You Leave Me)은 워싱턴포스트 등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에 선정되는 등 호평받았다. 그는 2022년 전미도서재단의 '35세 이하 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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