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루이지애나 재상륙... "위협 끝났지만 아직 위험"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밤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해졌다. 하지만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루이지애나주를 관통해 비를 뿌리면서 피해를 키웠다. 일주일가량 이어진 폭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에 육박한다. 어린 딸을 구하고 숨진 엄마 등 안타까운 사정과 이웃을 도우려고 나선 시민 영웅의 사연도 전해진다. 당국은 일부 지역에 비가 그쳤지만 홍수 위험이 여전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대 피해지역인 텍사스에 주방위군 2만4000여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 및 복구 작업도 시작됐다.


 


◆“최악의 상황, 끝나지 않았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날 밤 텍사스주 휴스턴과 갤버스턴에서 폭우 위협이 끝났다면서도 아직 홍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비가 루이지애나주 동북쪽과 미시시피주 서북쪽을 지나며 지역에 따라 100∼200㎜의 비를 더 뿌릴 것이라는 예보도 나왔다.


하비의 2차 상륙 등으로 39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텍사스에서만 이재민 3만2000명이 발생했고, 휴스턴 조지 R 브라운 컨벤션센터 등은 수용인원이 초과됐다. 1만4000여명의 주방위군은 그간 8500여명의 시민을 구조했다.


미 역사상 최대인 1320㎜의 단일 강수량을 기록한 휴스턴에도 비는 그쳤다. 휴스턴 내 공항 2곳의 국내선 운항도 일부 재개됐다. 하지만 도시 절반가량이 물에 잠겨있고,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도 적지 않다. 버몬트 등 일부 지역은 수도 공급이 끊겼다. 화학약품 유출 가능성으로 전날 인근 주민을 대피시킨 크로스비 지역 화학업체 ‘아케마’의 공장이 폭발하면서 2차 피해 우려도 커졌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재난지역이 과거 허리케인 샌디와 카트리나 때보다 훨씬 넓다”며 홍수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고 걱정했다.


하비가 동반한 먹구름은 휴스턴 동쪽으로 145㎞ 떨어진 소도시 포트아서를 지나며 760㎜의 비를 뿌려 그 지역을 저수지로 만들고, 루이지애나로 넘어갔다. AP통신은 12년 전 카트리나로 1800여명의 이웃을 잃은 루이지애나 주민들이 밤새 불안에 떨었다고 전했다.


 


◆평범한 시민 영웅, 딸 살리고 숨진 엄마


며칠간 퍼부은 폭우로 휴스턴 시내가 쑥대밭이 됐지만 평범한 이웃들이 내민 손길에 목숨을 건진 사연도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피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성된 자원활동가들과 동행 취재한 이야기를 전했다. 평소 여가생활에서 쓰던 에어보트, 모터 달린 낚싯배, 제트스키 등을 끌고 나온 이들은 헤드램프와 우비를 갖추고 이웃 구조에 나섰다.


휴스턴에서 190㎞ 떨어진 러프킨에서 온 에릭 모디세트(29)는 망설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일이 있건 상관없었다. 그들이 우릴 필요로 하니까”라고 답했다. 군인 출신으로 건설회사 영업사원인 그의 친구와 친척도 휴스턴에 함께 왔다. 빗물이 도시를 삼킨 상황에서 구조는 쉽지 않았다. 모디세트는 “흙탕물 탓에 도로를 상상하면서 움직였다”며 이틀 동안 81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수해 현장 보도에 나선 기자들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웃의 손을 잡았다. CBS뉴스의 데이비드 베그노드 기자는 방송을 하던 중 집 안에 갇힌 주민들을 보고 보트에 그들을 태웠다. KHOU-TV의 브랜디 스미스 기자는 고가도로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하던 중 불어난 물에 갇힌 탱크로리 트럭 운전사를 발견하고 경찰과 함께 그를 구조했다.


미 언론은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린 엄마 등에 매달린 채 겨우 구조된 3세 여아가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고 이날 전했다. 경찰은 엄마가 마지막 순간까지 필사적으로 딸을 살린 뒤 숨진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남성은 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승합차에 태워 대피하다 급류를 피하지 못해 일가족을 잃었다. 이 남성은 물에 잠긴 차 안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80대인 부모와 6~16세 어린 자녀 4명은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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