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창리 로켓 발사장의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는 보도에 주목한다. 아직 타워 크레인의 부분 해체가 포착된 정도지만 그래도 환영한다. 우리는 이런 작업이 비핵화의 첫 걸음일 수 있다는 평가를 긍정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좋은 평가에만 머물지 말고 이런 조치가 시작된 배경에 눈을 더 크게 돌려야 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지지부진한데 대한 한미 불만이 커지고 대북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이 나왔다는 점을 우리는 의미있게 봐야한다. 제재로 북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을 움직이는 요소는 선의보다는 압박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북한에 과잉 선의를 보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국에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북한 석탄 밀반입 조사도 불투명하게 진행해 대북 제재에 선제적으로 구멍을 내고 있다. 그런 식으로 북한에 선의를 보여주려고 우리가 먼저 안달한다는 오해를 자초한다. 북한은 한없이 느린데, 우리만 선의로 나선다고 비핵화에 속도가 붙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알만한 때도 되지 않았나.

비핵화가 북한식 게임의 룰이 아니라, 우리의 게임의 룰에 따라 진행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제재를 강력히 유지하는 가운데, 앞으론 북한처럼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입각할 것을 요구한다. 적절한 행동에 적절한 선의다.

그런다고 북한이 반발해 예전의 대남겁박으로 돌아서기엔 그들도 멀리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