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재판결과에 유엔까지 실망했다 논평

카슈끄지 살인사건을 조사해온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23일 APTN과 인터뷰, 트위터 등에서 사우디 법원의 판결을 두고 "가식적인 정의", "정의에 대한 조롱"이었다고 비판했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올해 1월부터 카슈끄지 사건을 조사해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 최고위층의 승인이 있었다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6월 유엔에 제출, 국제사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해왔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청부살인업자는 유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주동자들은 자유롭게 걸어 나갔다"며 "심지어 주동자들은 제대로 조사를 받지도, 재판을 받지도 않았는데 이는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 피살이 가능했던 지휘체계와 시스템을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우디 정보기관 2인자 아흐메드 알아시리, 이스탄불 총영사 무함마드 알오타이비 등 핵심 인물들에게 죄를 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법원은 비공개로 진행한 1심 재판에서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가담한 5명에게 사형을, 이 사건을 은폐하려한 3명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했다. 구속기소됐던 무함마드 왕세자의 측근들은 석방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국제인권법상 카슈끄지는 사우디에서 적법한 재판을 받지 못한 채 처형당한 것이지만 사우디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판결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재판관은 카슈끄지 살인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살인자들이 그 짧은 순간에 사체를 토막 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며 "사체를 훼손하려면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실망을 금치 못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상했던 결과였다"며 국제범죄로서 요건을 갖춘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보편적 관할권이 인정되는 유럽이나 남아메리카에서 조사하고. 재판을 다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린 말루프 중동연구국장 역시 사우디 법원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카슈끄지와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의도, 진실도 가져다주지 못한 눈가림"이라고 비판했다.

프레드 라이언 워싱턴포스트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는 "과정이 전혀 투명하지 않았고, 사우디 정부가 수사기관과 협조하지 않은 것은 이번 재판이 엉터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터키 역시 비난에 가세했다. 터키 외무부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한,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한참 못 미치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하며, 사우디 정부의 책임감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터키 대통령실 소속 파흐렛틴 알툰 언론청장은 "소수의 정보기관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 정보기관을 조롱하는 것과 같다"며 "터키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과 달리 미국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으며 사태를 더 키우지 않겠다는 식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끝내 사우디 편에 섰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미국 무기 구매국 중 하나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끔찍한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중요한 단계였다"며 "앞으로도 사우디 정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2일 결혼 서류 문제로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아갔다가 15명의 사우디 요원에게 살해됐다.

카슈끄지의 시신은 훼손돼 버려졌으며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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